김기자가 찍GO 오르GO | 빙벽등반
김기자가 찍GO 오르GO | 빙벽등반
  • 글 김정화 기자 | 사진 김해진 기자
  • 승인 2013.08.19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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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깨는 소리에 달아나는 삼복더위
코오롱등산학교 교육센터…높이 20m, 영하 10도 실내 빙벽장

여름철 가장 많이 듣는 고사성어는 ‘이열치열’이다. 열은 열로 다스리라는데 뜨거운 음식에 선뜻 손이 가지 않고 머리가 쭈뼛 설 정도로 시원한 물냉면, 팥빙수 등만 찾게 된다. 먹을 땐 시원하지만 그것도 잠시 뿐. 시원함을 넘어 추위가 그리워지는 여름이다.

1년 내내 빙벽등반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해 서울 우이동 코오롱등산학교 교육센터를 찾았다. 기네스북에도 등재된 높이 20m 규모의 실내 빙벽장으로 항시 영하 7~10도를 유지하고 있어 어느 휴가지보다 추운 곳이다. 물놀이 보다 시원하고 공포영화보다 짜릿함을 느끼고 싶어 빙벽장을 찾아갔다.

▲ 다리고리는 손가락3개가 들어갈 정도로 여유있게 착용해야한다.
▲ 발목이 돌아가지 않고 정교한 발놀림을 위해선 끈을 꽉 조여 주는 것이 좋다.

“어서 와, 빙벽은 처음이지?”
빙벽등반에 앞서 장비를 착용해야 한다. 빙벽화와 크램폰, 아이스바일, 하네스, 하강기, 헬멧, 장갑 등과 보온의류가 필요하다. 장비 착용을 도와준 코오롱등산학교 교육센터 김성기 팀장은 “빙벽화는 발목이 헛돌지 않게 단단히 묶어야 한다”며 “이와 달리 하네스 다리 고리는 손가락 3개가 들어갈 정도로 여유 있게 조여야만 추락시 로프를 당겼을 때 뒤집어지는 것을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교육을 맡아준 전양준 강사는 “빙벽등반을 처음 본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반응을 띄운다”며 “쉬워 보인다고 하거나 위험해 보인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기자는 ‘해볼 만할 것 ’이라는 마음으로 빙벽장에 들어섰다. 냉동 창고에서 볼법한 두꺼운 문을 열면 온도차 때문에 새하얀 김이 먼저 반긴다. 들어가는 순간 입김이 폴폴 나면서 ‘춥다’는 소리가 절로 나온다.

▲ (왼쪽부터) 외부 충격으로부터 머리를 보호해줄 헬멧. 얼음 위에서도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게 해주는 빙벽화와 크램폰. 추락할 때 발생하는 충격을 분산시켜 부상을 막아줄 하네스. 얼음으로부터 손을 보호해주는 장갑. 빙벽을 찍어 오르는데 필요한 아이스 바일.

오르는 기술부터 배울 것 같지만 그에 앞서 걷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전 강사는 “인간은 팔(八)자로 걷는데 얼음 위에는 11자로 걷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크램폰은 앞뒤가 길어 다리에 걸려 넘어질 수 있으며 크램폰의 프런트포인트와 아이스바일이 뾰족하기 때문에 더욱 조심해야 하는 것이다. ‘아이젠 꽝꽝’이라고 불리는 이 걸음걸이는 오리가 걷는 모습과 비슷하게 뒤뚱뒤뚱 걷는 것이 포인트다. 발을 내딛을 때 어깨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다리에 하중을 실어야 크램폰이 얼음에 잘 박혀 미끄러지지 않는다.

▲ 발을 내딛을 때 어깨 역시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다리에 하중을 실어야 크램폰이 얼음에 잘 박혀 미끄러지지 않는다.
▲ 등반 자세 중 기본인 X바디. 몸을 이등변 삼각형으로 만들어야 체력 소모를 덜 수 있다.

빙벽등반 역시 체력을 최대한 아끼는 것이 중요하다. 전 강사는 “자세를 이등변 삼각형으로 유지해야 안정적이면서도 힘을 아낄 수 있다”며 “얼음 위에 서 있을 때도 마찬가지며 몸을 최대한 벽 쪽으로 붙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리는 어깨보다 조금 더 넓게 벌리고 가격 지점은 삼각형 안쪽으로 정하며 팔꿈치는 몸에 최대한 밀착시켜야한다. 팔을 쭉 뻗고 찍기 직전 손목의 스냅을 이용해 정확히 한 번에 아이스바일을 찍어야 한다. 여러 번 찍으면 그만큼 체력 소모가 크기 때문이다. 아이스바일을 찍은 후 크램폰을 이용해 발을 딛고 일어서는 순서로 오르면 된다. 팔의 힘만으로 올라가는 것이 아니라 다리와 허리의 힘도 필요하다.

▲ 이용대 코오롱등산학교장과 등반을 시작했다. 가뿐히 올라가는 모습에 쉬운 줄 착각했다.

얼음세례, 여름철 호사를 누리다
기초 교육을 마치고 20m 빙벽 앞에 섰다. 안전을 위해 꼭대기 확보지점에 로프를 걸고 등반하기 때문에 추락으로 인한 사고위험이 적다. 실내 빙장은 기후의 영향을 받는 야외 빙장과 달리 빙질이 비교적 일정하다. 코오롱등산학교 이용대 교장이 먼저 선등자로 나섰다. 이 교장은 “처음이니까 20m 완등은 무리”라며 10m만 올라가는 것을 권했다. 이 교장은 올해 우리 나이로 희수인 77세임에도 불구하고 청년 못지 않은 노익장을 과시했다. 성큼성큼 올라가는 모습에 기자 역시 쉽게 올라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아이스바일로 얼음을 가격할 때마다 얼음 알갱이들이 얼굴로 떨어졌다. 차가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 떨어지지 않고 목표 지점에 다다르기 위해 열심히 얼음을 찍고 올랐다. 로프를 걸었기 때문에 추락해도 다칠 염려는 없었지만 조금씩 올라갈 때마다 겁이 나면서 등골이 오싹해졌다.

▲ 아이스바일을 내려찍을 때는 팔꿈치가 몸 바깥으로 빠지면 안 된다.

초보자는 크램폰 앞에 ‘이빨’이라고도 부르는 프론트포인트 사용이 익숙지 않다보니 팔 힘만 사용하게 된다. 한 손으로는 가격을, 다른 손으로는 균형을 잡다보니 팔에 피가 몰려 단단해지는 펌핑 현상이 일어나기 마련. 기자 역시 근육이 뭉쳐 매달려 있기는커녕 아이스바일을 쥘 힘조차 바닥이 났다. 이를 악물고 올라가려 했지만 결국 아이스바일을 놓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려와서 뭉친 팔을 풀고 다시 도전했지만 얼마 올라가지도 못했다. 이 교장은 “전문가들이 가뿐히 올라가는 모습을 보면 쉬워 보이지만 요령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 팔에 힘이 빠져 추락하고 말았다.

빙벽장에서 의외로 손맛을 찾았다. 낚시에만 해당하는 줄 알았더니 얼음을 내려찍는 순간 손끝에 전해지는 짜릿함과 그 쾌감이 빙벽에도 있었던 것이다. 이 교장은 “인간의 본성에는 파괴 본능이 있어 얼음을 깰 때 스트레스가 풀리는 느낌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 강사는 “대게 빙벽등반은 전문가가 하는 걸로 많이 생각하는데 남녀노소 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며 “경험이 전혀 없는 분도 실내 빙벽장을 찾는다”고 소개했다. 올 여름 색다른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빙벽등반에 도전해 보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해지는 짜릿한 스릴감과 온몸을 휘감는 냉기에 더위는 싹 잊게 된다.

▲ 여유를 보이는 이용대 교장.
▲ 아휴, 힘들어. 약 6m 오르고 진이 다 빠졌다.

코오롱등산학교 교육센터
서울시 우이동에 위치한 이곳에서 인공빙벽을 비롯한 인공암벽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경험이 없는 초보자라면 일일 체험강습을 신청하면 된다. 인공암벽 체험강습은 5만원으로 암장 이용료와 장비 대여, 1시간 강습을 포함한다. 인공빙벽은 3시간 빙장이용료, 장비대여료, 1시간 강습을 포함해 6만5000원이다. 이용 시간은 평일 오후2시부터 오후11시까지, 토·일 오전10시~오후6시, 공휴일은 휴무다.

교육센터 예약 및 이용 문의 : 02-994-8586
홈페이지 : www.kolonscho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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