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and Story|지프
Brand Story|지프
  • 글 서승범 | 사진 크라이슬러 기자
  • 승인 2013.07.18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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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4WD SUV의 대명사

▲ 윌리스 MB와 랭글러. 수십 년이 흘렀지만 '궁극의 디자인'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SUV의 역사는 지프의 역사와 맥을 함께 한다. 랭글러는 자유와 모험의 아이콘으로, 세계최고의 오프로더로 인기를 누리고 있으며, 그랜드 체로키는 오프로더의 본능은 유지하면서 온로드 성능까지 강화해,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말 그대로 전천후 다목적 자동차가 되었다.

자동차 역사상 아마도 SUV만큼 극적인 변화과정을 거쳐 온 차종은 없을 것이다. 이 세그먼트의 출발점은 이름 그대로 스포츠 유틸리티 비히클(Sports Utility Vehicle), 곧 보다 역동적인 주행을 위한 자동차였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었던 초창기 SUV는, 일반도로를 달리는 고만고만한 자동차들은 감히 도전조차 할 수 없을 길도 거침없이 누볐다. 그것도 모자라 사람과 짐, 때로는 상황에 따라 엄청난 무기까지 싣고 산길이나 사막을 헤집기도 했다.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비약적으로 발전한 SUV는 스포츠 유틸리티를 넘어 ‘스페셜 유틸리티’(Special Utility)의 경지로까지 진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지프 탄생 70주년을 기념해 다양한 모델을 전시했다.

‘찝차’의 전설

SUV의 역사는 지프의 역사와 맥을 함께 한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찝차’가 바로 ‘지프’(Jeep)다. 포크레인, 대일밴드처럼 브랜드명이 제품명으로 굳어진 경우. 한 분야에서 대표상품으로 오랜 세월 인지도를 쌓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프의 역사는 2차 세계대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미 육군은 어떤 길에서도 빠르게 달릴 수 있고, 네 바퀴가 굴러야 하며 세 명의 군인이 탈 수 있는 군용차가 필요했다. 전장에서 꼭 필요한 기본조건이었다. 1940년 미 육군 군수위원회 로버트 G. 휴이 대위와 M. C. 윌리 상사가 주축이 되어 군 야전 전력증강 계획 가운데 하나인 작전차 즉 GPV(General Purpose Vehicle) 개발 계획 착수에 들어간다.

▲ 1960년형 지프 픽업

▲ 2005년 오스트리아 공장에서 생산된 첫 번째 그랜드 체로키

미 육군은 135개 메이커를 대상으로 공개입찰을 하기로 발표한다. 당시 전쟁 상황을 고려했을 때, 프레임 보디와 그에 따른 강성을 갖추어야 했으며 네바퀴굴림 역시 기본이어야 했다. 즉, 앞바퀴에도 구동축을 갖춰 필요에 따라 앞바퀴굴림과 네바퀴굴림을 오갈 수 있는 트랜스퍼도 얹어야 했다. 하지만 채 50일도 되지 않는 짧은 제작기간 탓에 최종입찰에 참여한 메이커는 아메리칸 밴텀과 윌리스 오버랜드, 포드 등 딱 세 업체뿐이었다.

미 육군은 윌리스 오버랜드의 쿼드를 GPV로 선정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윌리스는 중소 메이커였던 것. 전장에 필요한 엄청난 수량을 맞출 수 없었다. 이런 이유로, 당시 대량생산이 가능했던 포드에 윌리스의 설계도를 공유하게끔 했고, GPW란 이름으로 쿼드와 똑같은 GPV를 만들도록 했다. 이렇게 해서 윌리스는 MB라는 이름으로, 포드는 GPW라는 이름을 내걸고 미 육군의 작전차를 만들어 납품했다. 1945년 전쟁이 끝날 때까지 36만1천여 대의 윌리스 MB와 27만8천여 대의 포드 GPW 등 63만9천여 대가 전장에서 위력을 보이며 맹활약했고, 미 육군 승리에 일조했다.

▲ 빌딩 위를 오르는 그랜드 체로키

▲ 1971년형 랭글러 레니게이드. 맥가이버 아저씨가 갑자기 생각난다.

▲ 1947년 스테이션 왜건 광고
전쟁이 끝난 뒤 윌리스는 군용 지프를 민수용으로 전환한 CJ-2A를 내놓았다. ‘CJ’는 민수용 지프를 뜻하는 ‘Civilian Jeep’의 약자. 초기에 민수용 지프는 조명장치를 새로 달고 천으로 된 지붕을 얹는 등 여러 부분을 개선했으나 편의장비가 거의 없어 인기를 끌지 못했다. 하지만 1950년에 나온 마이너체인지 모델 CJ-3A부터 편의장비와 승차감이 크게 개선되었다.

CJ-3A의 등장과 함께 윌리스는 ‘Jeep’라는 이름을 상표로 등록했다. 지프가 네바퀴굴림차의 대명사로 자리를 잡는 순간이다. 1953년 카이저-프레이저와 합병 후 이듬해 선보인 CJ-3B는 군용차와 확연히 구별되는 보디가 가장 큰 특징이었다. 이후 CJ시리즈는 랭글러 YJ가 나올 때까지 이어졌다.


자유와 모험의 아이콘

1987년 선보인 랭글러 YJ는 CJ의 엔진을 공유했지만 차체가 더 낮고 넓었다. 특히 체로키에서 서스펜션을 빌려와 승차감을 최대한 부드럽게 개선했다. 당시 사각형 헤드램프를 처음 도입했다. 지프 마니아들은, 랭글러는 무조건 둥근 헤드램프라며 반대의견을 내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1996년 등장한 랭글러 TJ시리즈는 원형 헤드램프를 되찾고, YJ보다 포장도로에서의 승차감을 한층 살린 콰드라 코일 서스펜션을 달고 나왔다. TJ시리즈는 최고급 버전 루비콘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후 랭글러는 자유와 모험의 아이콘으로, 세계 최고의 오프로더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 윌리스 스테이션 왜건

▲ 1943년 지프 윌리스 MB

체로키의 시조는 1946년 CJ-2A를 바탕으로 만든 7인승 스테이션 왜건이다. 처음에는 뒷바퀴굴림 한 가지였으나 1949년에 네바퀴굴림이 더해졌다. 이 모델을 바탕으로 1965년에 등장한 차가 왜고니어다. 고품격 4WD의 시초라고 불렸는데, 왜건 형태로 가죽시트, 에어컨, 카 스테레오가 기본으로 자리 잡았고, 지프의 오프로더 본성을 순화시켜 일상 속의 차로 다가갔다. 1974년 2도어 모델이 추가되면서 왜건형과 구별하기 위해 ‘체로키’라는 이름을 붙였다.

1984년에 수퍼 왜고니어 데뷔 이후 체로키는 중간급으로 자리 잡으면서 꾸준한 인기를 끌었다. 2001년 북미국제오토쇼에서 체로키는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대대적인 변신을 꾀하고, 이름도 리버티로 바꾸었다. 2013년 다시 체로키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 네 바퀴 조향이 가능한 허리케인 컨셉트카. 2005년

그랜드 체로키는 왜고니어의 섀시를 바탕으로 덩치를 한층 키워 1992년 등장했다. 콰트라 트랙 4WD 시스템으로 온·오프로드 성능을 동시에 확보, 단숨에 인기모델로 뛰어올랐다. 1999년 2세대가 나왔다. 지프의 아이덴티티만 유지했을 뿐 1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모델로 바뀌었다. 전자동 네바퀴굴림 시스템은 콰드라-드라이브도 옵션으로 마련했다. 2004년 3세대, 그리고 2010년 4세대로 진화했다. 피아트와의 합병 이후 나온 4세대는 보다 세련된 스타일로 거듭났다. 지형에 따라 주행모드를 바꿀 수 있는 셀렉 테레인 시스템으로 오프로더의 본능은 유지하면서 온로드 성능까지 강화해,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말 그대로 전천후 다목적 자동차가 되었다.

▲ 커맨더 디자인은 윌리스 스테이션 왜건이나 왜고니어 같은 지프의 클래식 모델에서 영감을 얻었다. 커맨더는 2007년 한국에 잠시 들어왔다가 판매부진으로 철수했다.

한편, 윌리스 오버랜드는 1953년 카이저-프레이저에 합병되어 윌리스 모터스가 되었다가 1963년 카이저 지프로 이름을 바꾸었다. 윌리스 모터스나 카이저 지프 시절에도 새로운 모델이 나왔다. 1957년의 캡오버 스타일의 FC(Forward Control) 트럭, 1962년 왜고니어를 베이스로 한 글래디에이터 픽업 트럭, 1967년 지프스터 커맨더 등이다. 그러나 1970년 카이저는 지프를 AMC에 판다. AMC는 승용차도 만들었으나 지프를 제외하고는 인기 있는 차가 없었다. AMC는 결국 1987년에 크라이슬러에 합병되었고, 이때부터 지프 브랜드는 크라이슬러의 디비전이 되었다.

▲ 2012년 콜로라도에서 개최한 미디어 시승행사. 지프 모든 모델을 준비한 채 전 세계 미디어를 맞이했다. 해발 3천 미터까지 올라가기도.

한국에서 만나볼 수 있는 지프의 아이들

그랜드 체로키
그랜드 체로키는 최강의 오프로더에서 최상의 도심형 SUV로 거듭나며 SUV의 변화 과정을 온몸으로 겪어온 산 증인과도 같은 모델. 지프의 최상급 모델이자 간판스타다. 1992년 세상에 처음 태어났을 때는 최강의 오프로더였다. 하지만 2005년 3세대부터는 정통 오프로더의 이미지는 랭글러에 양보한 채 서서히 온로드 주행성능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컴패스
윌리스 MB로부터 시작해 그랜드 체로키에 이르기까지 선대가 탄탄히 닦아놓은 지프 가문의 막내. 지프 브랜드 최초의 앞바퀴굴림 기반 4WD이자 정통 SUV를 벗어난 최초의 지프이기도 하다. 그랜드 체로키를 쏙 닮은 외모에 굵직한 선을 듬뿍 쓴 모델. 초창기 미소년 같은 컴패스가 당당한 청년이 되면서 인기도 날로 커지고 있다.

랭글러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궁극의 디자인’이란 무엇인지 보여주는 모델. 70년 전 전쟁터를 누비기 위해 태어났던 디자인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이 차를 타는 순간, 바쁜 현대생활 속에서 까맣게 잊고 지냈던 내 가슴 속 남성이 불쑥 고개를 치켜들 정도로 짜릿함이 무엇인지 느끼게 될 것이다. 진창을 아무렇게나 누비고 바퀴만 들이대면 바위둔덕도 ‘껌’으로 만드는 모델, 바로 랭글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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