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우리 길|대야산 선유동계곡
아름다운 우리 길|대야산 선유동계곡
  • 글 사진 진우석 출판팀장
  • 승인 2013.07.16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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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계와 고운이 신선을 꿈꾸던 골짜기
괴산 선유동계곡 2km·문경 선유동계곡 8km

▲ 물놀이로 인기가 좋은 5폭 와룡폭.

괴산과 문경에 걸쳐있는 대야산(931m) 자락에는 빼어난 경관으로 유명한 계곡이 두 곳이나 있다. 충북 괴산군에 속한 선유동계곡과 경북 문경시에 속한 선유동계곡이 그것이다. <택리지>의 저자 이중환은 괴산 선유동을 외선유동, 문경 선유동을 내선유동으로 구분하기도 했다. 문경 선유동이 대야산 가까이 있지만, 괴산 선유동은 좀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대야산이 품은 두 개의 선유동계곡은 신선이 놀던 곳이란 이름처럼 계곡미의 진수를 보여준다.

양쪽 선유동은 가까운 거리인데
지금은 그 사이에 구름이 한가롭고
어느 곳이 뛰어난지 평하기도 어렵도록
하늘의 장수가 있어 수석 고루 나눴네

-정경세 <조선환여승람> 중에서

▲ 대야산의 최고 절경인 용추폭포. 폭포 거느린 소가 하트 모양이라 더욱 신비롭다.

▲ 용추계곡 월영대 직전의 와폭 지대.

두 개의 선유동, 퇴계와 고운
정경세의 시처럼 괴산과 문경 선유동의 경치는 막상막하로 아름답다. 두 곳의 사진을 놓고 구분하라고 하면 맞출 사람이 없을 정도다. 선유동처럼 아름다운 곳을 선인들이 그냥 놔뒀을 리 없다. 괴산 선유동은 퇴계 이황이 탁족을 즐겼고, 문경 선유동은 고운 최치원이 신선처럼 거닐었다. 퇴계는 송면 송정마을에 있는 함평 이씨 댁을 찾아갔다가 괴산 선유동계곡의 절묘한 경치에 반해 아홉 달 동안 머물며 9곡의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고운은 봉암사에 드나들면서 가까운 문경선유동을 찾아 아홉 절경을 찾아 ‘선유구곡’을 새겼다.

두 곳 중에서 어디서 더 빼어날까. 정경세는 평하기 어렵다고 했지만, 괴산 선유동이 스케일이나 풍광이 좀 더 수려하다. 괴산 선유동계곡은 인근의 화양동계곡과 비교되기도 한다. 화양동이 남성적으로 웅장하다면 선유동은 여성적으로 아기자기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 정상인 상대봉으로 치솟은 대야산의 암릉.

▲ 암반으로 이루어진 대야산 정상.

괴산 선유동계곡은 북쪽에 바투 붙어 있는 갈모봉과 함께 둘러보는 것이 좋지만, 여름철에는 그냥 계곡만 걷다 놀다 물장구치며 둘러보는 것이 제격이다. 거리는 약 2km, 한 시간이면 충분하지만 한나절쯤 피서를 즐겨보자. 즐기는 방법은 퇴계 이황이 이름 붙인 구곡을 찾아보는 것이다.

선유동계곡의 들머리는 청천면 송면리로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마을이다. 특히 동쪽으로 백두대간이 흘러가는 모습과 대야산이 잘 보인다. 선유동계곡 9경은 1곡에서 계곡을 거슬러 오르는 것이 아니라, 9곡에서 물길을 따라 내려오는 길을 선택했다. 들머리인 선유동계곡 휴게소 앞은 계곡에 기암들이 널려 있다. 하지만 이들은 구곡 중에 명함도 내밀지 못한다. 여기서 조금만 더 내려가면 두 개의 바위가 맞닿아 있고, 그 사이로 시원한 계곡물이 보이는 바위가 나온다. 이곳이 9곡 은선암으로 신선이 머물다가 사라진 곳이라 전해진다. 신선이 퉁소를 불며 이곳에서 달을 희롱했다고 한다. 소나무와 굽이굽이 흐르는 계곡에서 느껴지는 여유와 흥취는 가히 신선이 노닐만하다.

▲ 용추계곡의 절경은 무당소부터 시작된다.

▲ 거북이 모습의 8곡 구암.

선유동에서 즐기는 신선놀음
은선암 앞은 드넓은 암반이라 퍼질러 앉아 쉬기 좋고, 앞에는 얕고 맑은 시냇물이 미끄러져 내려간다. 은선암 앞에는 제7곡 기국암과 제8곡 구암은 나란히 붙어 있다. 기국암은 신선들이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다 집에 돌아가 보니 5세손이 살고 있었다는 나무꾼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이곳 바위는 깎아놓은 듯 평평해서 신선이 경치를 내려다보며 바둑을 두는 모습이 쉽게 연상됐다. 제8곡 구암은 말 그대로 거북이 바위다. 계곡 옆으로 난 길을 따르다보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거북이가 머리를 들고 숨을 쉬는 모습이다.

계곡 옆에 있는 듯 없는 듯 버티고 있는 제6곡 난가대를 지나면 우레와 같은 물소리가 나는 5곡 와룡폭이 나온다. 와룡폭은 말 그대로 긴 와폭이라 남녀노소 미끄럼타는 재미에 푹 빠지는 곳이다. 길게 미끄럼을 타고 내려와 넓은 소에 그대로 풍덩하는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난다. 이어 계곡을 좀 내려가면 두 개의 둥그런 바위 두 개가 덩그러니 놓인 4곡 연단로가 나온다. 연단로 앞에는 3곡 학소암와 2곡 경천벽이 있는 듯 없는 듯 우뚝 서 있다. 2곡 경천벽 바로 앞에 선유동문(仙遊洞門)이라는 한자가 잘 보이는 커다란 바위가 선유 1곡이다. 그 앞엔 너른 풀장처럼 물놀이 장소가 마련되어 있다. 선유동문을 나와 15분쯤 걸으면 송면에 이른다.

▲ 선유동계곡의 가장 멋진 비경인 4곡 연단로.

▲ 7곡 기국암과 8곡 구암은 붙어 있다.

한 폭 수묵화를 그려내는 상대봉
문경 선유동계곡은 계곡미를 감상하면서 내처 정상까지 오르는 것이 좋다. 계곡 상류의 용추폭포의 절경과 덩치는 작지만 옹골찬 암릉으로 이루어진 대야산의 바위미를 느끼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대야산은 남한 땅에서 거의 중심이면서 정상 일대가 암봉이라 조망이 탁월하다. 특히 남쪽으로 톱날 능선처럼 펼쳐진 속리산 연봉과 북쪽으로 촛대봉에서 장성봉을 지나 희양산으로 꿈틀거리는 백두대간 기상은 가히 일품이다.

문경 선유동계곡의 상류인 용추계곡을 들머리로 정상에 다녀오는 산길이 대야산을 즐기는 가장 좋은 코스다. 가은읍 벌바위 마을을 거쳐 식당가를 지나면 용추계곡 입구가 나온다. 그 왼쪽으로 수려한 암반과 넓은 소가 펼쳐진 무당소가 보인다. 무당소는 무당이 빠져죽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 사연인즉, 용추계곡은 가은 사람들이 밀재를 넘어 송면장을 보던 옛길이었다. 무당소는 물건을 싣고 가던 말이 물을 먹는 장소라 말십소라 불렀는데, 어느 날 시집온 새색시가 빠져죽은 일이 발생했다. 그래서 무당을 불러 굿하는데, 어쩐 일인지 무당 역시 이곳에 빠져죽었다고 한다.

▲ 선유동계곡이 시작됨을 알리는 1곡 선유동문.
▲ 수려한 중대봉의 암봉들. 중대봉은 대야산을 통틀어 가장 바위미가 좋은 곳이다.

▲ 너른 암반과 투명한 계류가 어우러진 9곡 은선암.

무당소를 구경하고 계곡 옆 산길을 따르면 설악산처럼 반질반질한 암반이 깔린 계곡이 이어진다. 감탄사를 연발하며 15분쯤 오르면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용추폭포가 나타난다. 용추의 거대한 화강암 바위에는 용이 하늘로 오른 곳이라는 전설을 증명하듯 용비늘 흔적 같은 자국이 있어 신비감을 더한다. 폭포 아래에는 수천년 동안 깎이고 팬 소(沼)가 하트 모양을 하고 있어 더욱 신기하다.

용추폭포에서 20분쯤 오르면 수십 미터 이어진 와폭 지대가 나오고 그 위가 월영대다. 대야산 위로 달이 떠오르는 모습이 아름답다는 암반이다. 월영대는 삼거리다. 오른쪽이 피아골을 거쳐 정상, 왼쪽이 밀재로 오르는 길이다. 우선 밀재로 올랐다가 피아골을 통해 월영대로 내려오게 된다. 완만한 계곡을 1시간쯤 오르면 밀재에 올라붙는다.

▲ 여름을 알리는 정열적인 꽃 참나리.

밀재는 조항산에서 대야산으로 흐르는 백두대간 마루금으로 여기서부터는 암릉길이 시작된다. 경사 가팔라지면서 군데군데 로프를 잡고 오르게 된다. 30분쯤 오르면 거대한 바위 사이로 길이 나 있는 대문바위를 만난다. 여기서 한숨을 돌리고 다시 된비알을 30분 더 오르면 암반인 정상에 올라붙는다.

대야산이 인기 좋은 것 중에서 하나는 장쾌한 조망이다. 멀리 희양산 암봉이 반짝하다가 구름으로 들어가면서 한 폭의 수묵화를 떠올리게 한다. 하산은 남쪽으로 이어진 급경사를 따르면 피아골을 거쳐 월영대로 내려오게 된다. 월영대 아래 올라가면서 찜했던 계곡에 몸을 담그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대야산 계곡과 산길 가이드
괴산 선유동계곡은 거꾸로 9곡에서 출발해 물길 따라 1곡까지 내려오는 코스가 좋다. 거리는 약 2km, 물놀이를 포함해 시간은 넉넉하게 2~3시간쯤 잡는다. 문경 선유동계곡은 용추계곡에서 시작해 대야산 정상을 오르내리는 것이 좋다. 용추계곡~월영대~밀재~상대봉~피아골~용추계곡 약 8km 4시간 30분쯤 걸린다.
 
교통
괴산 선유동계곡은 송면이 들머리다. 서울→송면은 동서울터미널에서 청주 경유 송면행 버스가 07:10 10:30 13:00에 있다. 3시간쯤 걸린다. 청주→송면은 시외버스터미널(가경동, 1688-4321)에서 07:20 09:20 11:20 12:20 14:00 15:00 16:40 17:40에 있다.

용추계곡에 가려면 버스를 3번 갈아타야 한다. 서울→문경 동서울터미널에서 06:30~20:00까지 약 1시간 간격으로 있다. 2시간쯤 걸린다. 문경→가은 문경터미널(054-571-0343)에서 07:55~18:55까지 약 1시간 간격으로 있다. 가은→벌바위(완장) 가은터미널(054-571-7233) 07:40 09:10 11:10 13:20 17:50 20:20에 있다. 이 버스는 벌바위 종점에서 곧바로 회차해 가은으로 돌아온다.

▲ 기사식당의 올갱이 해장국.

숙식
괴산은 청천면 근처의 신토불이가든(043-832-5376)과 괴산 시내 기사식당(043-833-5794)의 올갱이 요리가 유명하다. 용추계곡 주차장 위 불한티펜션(054-572-2677)은 1000여평 부지에 대형·중형·소형 등 다양한 방을 가진 숙소와 음식점이다. 용추계곡 입구의 벌바위가든(054-571-5691), 대야산청주가든(054-571-7698), 대야산장(054-572-0033)에서 숙식이 가능하다. 가은읍내의 연개소문식당(571-2350)은 한정식을 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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