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기자가 오르GO|지리산 뱀사골
막내기자가 오르GO|지리산 뱀사골
  • 글 김재형 기자 | 사진 엄재백 기자 | 협찬 트렉스타
  • 승인 2013.07.1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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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와 여기 물빛이 장난 아니네”
탐방안내소~오룡대~병풍소~간장소…약 6.5km 3시간

무더위를 피하게 해주는 사무실의 에어컨 바람도 때론 질식할 것처럼 답답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산과 계곡, 강과 바다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 떠난다. 그중에서도 언제나 한결같이 어머니의 품으로 우리를 맞이하는 지리산의 뱀사골 계곡은 일상의 피로와 고민을 잠시 내려놓기에 으뜸이다. 올 여름 무더위를 잊게 해줄 시원한 물줄기가 흐르고 옥색 빛깔 계곡물이 흐르는 뱀사골 트레킹 코스를 찾았다.

▲ 본격적인 트레킹 시작에 앞서 신발 끈부터 확실히 동여매자.
▲ 출렁이는 흔들다리를 건너고 있으니 절로 웃음이 터져 나온다.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의 전설
약 1300여 년 전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송림사에서는 스님 한 분을 뽑아 칠월칠석날 신선바위에서 기도를 드리게 하는 행사가 있었다. 신선이 되어 승천한다 하여 해마다 계속되던 행사를 기이하게 여긴 한 고승이 한번은 독약 묻은 옷을 스님에게 입히고 올려 보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들려오는 괴성과 함께 찾아가보니 스님을 잡아먹은 이무기 한 마리만 죽어 있었다.

그때부터 억울하게 죽은 스님의 넋을 기리기 위해 절반의 신선이라는 뜻의 반선(伴仙)이라는 이름이 붙은 뱀사골은 화개재에서 산의 북사면을 따라 반선으로 12km를 흐르는 장장 39여리의 물줄기다. 긴 길이만큼 끊임없이 이어지는 계곡과 폭포, 깊고 맑은 연못이 장관을 이룬다. 특히 연못 속 계곡 물은 선명하다 못해 자갈 하나하나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 뱀사골계곡물은 잠깐만 손을 담가도 시릴 만큼 차갑다.

▲ 무더위를 잊게 해줄 옥색 빛깔의 계곡물.

“자연관찰로를 따라 오르면 왼쪽으로는 계곡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수목이 우거져 있습니다. 이곳 안내소부터 화개재까지는 9.2km 정도 되는데, 계곡 트레킹은 보통 간장소까지가 제일 볼 것이 많습니다.”
뱀사골탐방안내소 박지산 자연해설사의 말을 듣고 트레킹을 시작했다. 자연관찰로를 따라 약 2km를 걸은 뒤 만난 오룡대는 바위의 모습이 마치 용이 머리를 흔들며 승천하는 것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안전을 위해 설치한 울타리로 인해 가까이 접근할 수는 없지만, 우거진 수목 사이로 조망하는 바위의 모습은 웅장하기만 하다.

이어서 흔들다리를 지나 좀 더 걸으면 이무기가 목욕을 한 뒤 용이 돼 승천한 곳이라는 탁용소가 나온다. 약 100m정도 되는 긴 암반 위로 폭포를 이루며 흐르는 물줄기는 장관이다. “이야, 물 색깔 참 곱다. 어떻게 저렇게 보이는 거지?” 동행한 소효령씨가 진녹색의 연못 빛깔에 연신 감탄을 하는 사이 다람쥐 한 마리가 나타났다가 쏜살같이 모습을 감춘다.

계곡을 끼고 걸을 수 있도록 잘 닦인 자연관찰로는 와운(臥雲)마을 사람들이 다니던 옛길의 일부 구간을 복원한 것이다. 뱀사골 반선을 따라 3km 들어간 곳에 위치한 해발 800m의 와운마을은 도로가 생기기 전엔 생필품을 구하려면 꼬박 하루를 걸어야 할 정도로 외진 곳에 위치한 오지마을이다. 빨치산과 토벌대의 싸움에서 희생된 아픈 역사도 가지고 있는 이 마을에는 현재 소수의 주민만 남아서 산나물과 약초 채취와 관광업에 종사하고 있다.

▲ 바위에 돋아난 이끼가 믿을 수 없을 만큼 보드랍다.

 ▲ 함께 걷는 길이 즐겁다.
▲ 누구 손이 먼저 닿을까. 폴짝!

산책하듯 즐길 수 있는 완만한 경사
오룡대에서 1시간쯤 더 걸으면 이무기가 죽었다는 전설의 뱀소를 지나 나무로 만들어진 병풍교를 건너 폭포와 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싼 듯한 병풍소에 도착한다. 시원하게 흐르는 폭포수를 바라보며 우거진 나무들 사이에 앉아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고 있으면 몸과 마음의 묵은 때도 물줄기와 함께 떠내려가는 것만 같다. “젊은 사람들이 왜 그렇게 힘이 없어.” 휴식을 취하고 있는 사이 남녀노소 짝을 맞춘 어르신들이 아직도 한창 청춘이라는 듯 깔깔깔 웃으며 우리를 앞질러간다.

1.8km를 더 걸으면 뱀사골 계곡의 마지막 연못인 간장소가 나온다. 이 연못은 소금을 팔러 다니던 보부상이 연못에 빠져 물색이 간장처럼 변했다는 마냥 웃지 못할 이야기도 전해져 오고 있다. 뱀사골 트레킹은 대체적으로 경사가 완만하고 노약자도 걸을 수 있을 만큼 잘 정비돼 있다. 그러나 왕복 13km에 달하는 긴 길이 때문에 경치에만 취해 시간을 지체하다가는 오룡대에서 화개재까지의 입산 통제시간인 오후 2시를 넘길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트레킹 도중 오디열매를 따먹고 붉게 물든 손가락.

▲ 어머니의 포근함처럼 지리산을 품에 안은 뱀사골.

▲ 곰과 영원한 친구가 되고 싶지 않다면 괜한 모험심에 지정된 길을 벗어나지 말자.

뱀사골탐방안내소

옛 전적기념관 자리에 2007년 건립된 뱀사골탐방안내소는 지리산의 자연과 문화,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다. 1층은 지리산의 역사와 자연생태계, 국립공원탐방, 계곡이야기 등의 코너로 갖춰져 있다.

2층은 ‘아! 지리산이여…’ 라는 이름으로 우리 동족상잔의 슬픈 단면을 보여주는 빨치산과 토벌대에 대한 소개와 의복, 무기 등도 전시돼 있다.

안내소에선 예약을 통해 해설을 들을 수 있다. 월요일에는 휴관이며 성수기에는 매일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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