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② 강변 라이딩 - “강도 꼬불꼬불~, 길도 꼬불꼬불~”
동강 ② 강변 라이딩 - “강도 꼬불꼬불~, 길도 꼬불꼬불~”
  • 글 사진·김성중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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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미역~가수리~동강~영월역 이백리길 7시간 소요…거북이마을~문희마을은 2km 싱글 라이딩

▲ 연포마을로 넘어가기 전, 백운산에서 뻗어 내린 산줄기와 동강이 멋진 조화를 이루고 있다.
고요히 흐르다가도 언제 거칠어질지 모르는 동강은 마치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동물을 닮았다. 깎아지른 뼝대 속에서 조용히 숨죽이고 있는 동강. 그 속살을 들여다보기 위해 MTB로 도전해 보았다.

‘영월에서 시작할까, 정선에서 시작할까?’ 한참을 고민하던 취재기자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이 기사를 기획하면서 동행 취재 의뢰를 타진해보았던 영월의 MTB 동호회인 ‘별마로MTB’의 정의용 회장이었다. 그에게서 동강 라이딩에 대한 정보를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다.

동강을 일주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정선 예미역에서 가수리로 이동한 후 동강 하류 방향으로 내려오는 코스, 그리고 영월읍에서 시작해 동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는 코스다. 하류보다는 상류부터 내려오는 라이딩이 훨씬 좋다는 정 회장의 말에 정선 가수리를 기점으로 잡았다.

시작점으로 좋은 예미역

▲ 동강의 바로 옆으로 한적한 포장도로를 따라 라이딩할 수 있다.
영월에서 동강 상류로 가기 위해서는 평창 미탄면을 지나거나 정선 신동읍에서 접근해야 한다.
“31번, 38번 국도가 새로 포장되면서 59번 국도에는 지나가는 차량이 별로 없습니다. 거의 자전거도로와 마찬가지죠.” 하지만 취재기자와 ‘별마로 MTB' 동호회 회원들은 가수리에서 만나기로 한 정선의 ‘가리왕산 MTB 동호회’ 석병기 씨와의 약속 시간에 늦을 것 같아 차량으로 이동해야 했다.

시간적 여유만 있었다면 59번 국도를 따라서 가수리까지 라이딩하고 싶었는데, 아쉬웠다. 예미역까지 가는 동안 차량을 5대나 봤을까. 영월역에서 예미역까지 이어지는 59번 국도는 정말로 아주 한적했다.

예미역을 지나칠 때는 형형색색의 복장을 한 라이더들도 볼 수 있었다. 정선5일장에 맞춰 온 ‘구리자전거연합회’ 동호인들이었다. 최근 정선에서는 5일장에 맞춰 MTB열차를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MTB 코스까지 개발되어 있어서 요즘에는 전국 각지에서 MTB 동호인들이 정선으로 몰려온다고 한다.

“영월에도 조만간 MTB 열차를 운영할 계획이에요. 영월에도 정선 못지않은 훌륭한 MTB 코스가 많거든요. MTB 열차를 운영하면 영월에 많은 동호인이 찾아와서 좋고, 지역 발전에도 도움이 되니 1석2조죠. 그때가 되면 아마도 정선과 서로 라이벌이 될지도 모르죠.”

예미역에서 가수리로 가려면 신동읍 삼거리에서 유문동으로 이어지는 도로로 향해야 한다. 이곳에서 약 10km 포장도로를 따라 가면 가수리로 이어지는 고성리 삼거리가 나오고, 다시 오른쪽 길을 따라 10km 정도 가면 동강의 최상류인 가수리다. 부지런히 가수리로 차를 몰고 갔지만, 석병기 씨는 벌써 와서 몸을 풀고 있었다.
2년 전 정선 가리왕산 MTB 취재를 하러 왔을 때 만났으니 두 번째다. 역도 선수였던 그의 몸은 여전했다. 장비를 점검하고 본격적인 동강 일주 라이딩을 시작했다.

뼝대 속에 드러난 속살

▲ 거운리 다리 밑에 넓은 강변에서 잠시 더위를 식힌다. 거운리에서는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도 여럿 볼 수 있다.
동강은 조양강과 동남천의 합수 지점인 가수리부터 물길이 시작된다. 가수리부터 동강 하류로 이어지는 길은 경사가 완만해 페달링하기 수월했다. 가만히 페달에서 발을 떼도 서서히 앞으로 갈 정도였다. 마치 동강 하류로 이어지는 길은 천천히 쉼 없이 흐르고 있는 동강을 닮은 듯 했다.

가수리에서 10km 정도 내려가자 강물 너머로 백운산이 보이기 시작했다. 점재나루터에서는 몇몇의 강태공들이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었다. 동강의 물길은 깎아지른 뼝대의 거칠함을 달래주 듯 잔잔하게 흐르고 있었다. 한적한 전원 풍경을 닮은 듯 소리 없이 흐르는 동강은 너무나 고요했다.

영월에서 오전 일찍 출발했지만, 벌써 해가 중천이다. 하지만 급한 마음을 동강이 자꾸만 멈춰 서게 만들었다. 동강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쉬엄쉬엄 가라고 유혹하는 것 같았다. 그 뒤로 위엄서린 모습을 한 뼝대도 발목을 붙잡기는 마찬가지였다.

고성리 삼거리에 도착해서 연포마을로 이어지는 오른쪽 길로 방향을 틀었다. 이곳부터 본격적인 업힐 구간이 시작됐다.  “가수리부터 영월읍까지 이어지는 동강 코스에서 경사가 아주 심한 업힐 구간이 3군데 정도 나옵니다. 이곳부터 연포마을과 도로가 끝나는 거북이마을까지가 그 첫 번째 관문이죠.”

동강 너머로 용의 이빨을 닮은 능선이 백운산 정상에서부터 굽이굽이 뻗어 내려와 동강과 만나고 있었다. 그 끝점이 연포마을이다. 연포마을을 지나면서 다시 1km 정도 업힐이 시작됐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땀이 비 오 듯 쏟아졌다.

▲ 시원한 강물에서 잠시 더위를 식혀본다.
앞서 가던 정의용 회장이 갑자기 페달링을 멈추고 숲 속으로 들어갔다. 궁금한 일행도 따라 들어가 보자 뽕나무에 열매인 오디가 한 가득이다. 정 회장이 이곳을 수시로 라이딩하며 뽕나무 포인트를 기억해 둔 것이다. 빈 수통 가득 오디를 담고서 다시 거북이마을로 향했다.

연포마을에서 거북이마을까지는 비포장도로가 이어졌다. 울퉁불퉁한 자갈길도 500m 정도 계속됐다. 희뿌연 먼지를 날리며 오르락내리락하다보니 어느새 자갈길도 끝났다. 거북이마을이다. 비록 마을이라고는 하나 민박집 한 채가 전부였다.
 
2km 산길을 넘어야 하는 최고 난코스
동강의 허리춤인 거북이마을부터는 길이 끊겨 있었다. 이곳에서 문희마을로 가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가거나 백운산 자락을 넘어야 했다. 강가를 살펴보니 배도 없고 정면에는 깎아지른 뼝대가 떡 하니 버티고 있어서 지나갈 수 없었다.

거북이마을에서 문희마을로 넘어가는 산길은 민박집 뒤로 희미하게 나 있었다. 길이 너무 좁고 험해서 MTB를 거의 끌다시피 하며 올라갔다. 1시간30분 정도 오르고 난 후에야 문희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거북이마을부터 문희마을까지 거리는 2km 남짓 했지만, 가수리부터 거북이마을까지 라이딩한 시간과 비슷하게 걸렸다.

문희마을에 도착하자 예닐곱 채의 건물이 보였다. 이곳부터 다시 도로가 이어졌다. 잘 닦여진 포장도로를 따라 3km 정도 가자 진탄나루터가 보이고, 평창 미탄면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왔다. 진탄나루에서 마하본동으로 이동한 후 좁은 길을 따라 달운재를 넘었다. 어라연계곡을 둘러보려 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해서 아쉽지만 거운리로 향해야 했다. 절운재를 넘어서부터는 잘 닦인 포장도로가 이어졌다.

거운리에 도착해서는 예미역에서 인사를 나눴던 ‘구리자전거연합회’와 만날 수 있었다. 어차피 지금부터는 그들이 가는 방향과 같아서 함께 라이딩하기로 했다. 거운리부터는 길이 거의 ‘고속도로’였다. 일반 하이킹 자전거로도 충분할 정도로 완만하고 넓은 포장도로가 이어졌다. 하지만 강변 풍치는 상류보다 조금 덜 한 것 같다. 일단 동강과 도로 사이가 떨어져 있어 동강이 잘 보이지 않았고, 깎아지른 듯한 뼝대도 그 위용이 조금 부족했다.

▲ 조양강과 동남천의 합수 지점인 가수리부터 동강 라이딩은 시작된다.
거운리에서 20분 정도 라이딩하자 봉래산 정상으로 오르는 도로와 갈라졌다. 부지런히 라이딩한 탓에 봉래산 정상까지 갔다 와도 목적지인 영월역까지 여유가 있을 것 같았다. 정상까지 5km의 심한 업힐이 이어졌지만, 이 길을 끝으로 동강 라이딩을 끝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힘든 줄 몰랐다.

정상에 올라서자 별마로천문대가 보였다. 전망대에 서서 정면을 바라보자 영월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동강 속에 묻혀 정작 동강의 굽이진 전경을 보지 못했던 한이라도 풀 듯 영월의 모습을 마음 속 깊이 담았다.

동강의 물줄기를 하나하나 밟고 온 이번 MTB 라이딩은 산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기쁨과 비슷했다. 길이 끊겨 산길을 넘어야 했고, 비 오 듯 땀을 쏟으며 넘어야 했던 업힐의 어려움도 바로 동강의 숨은 매력을 보기 위한 과정에 불과했다.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푹 빠지게 만드는 동강의 매력. 무더운 여름날 기꺼이 MTB를 끌고 길을 나선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리라.

서울역~청량리역~정선역 MTB열차 운행
그동안 정선에서는 5일장에 맞춰 MTB열차를 운행했다. 하지만 최근 MTB열차 문의가 쇄도하면서 오는 7월1일부터 정기운행열차로 운행하게 된다. 정기운행열차는 매일 1회 서울역(7:10)에서 출발해 청량리(7:30)~정선역(12:40)까지며, 열차에는 MTB를 실을 수 있도록 한량을 통째로 개조해 놓았다. 거치대가 잘 되어 있어 MTB 60대까지 실을 수 있다.

또한 정기운행열차로 편성되면서 전 구간 간이역마다 정차한다. 따라서 영월역이나 예미역 등에도 바로 하차할 수 있게 되어 동강 상류 접근이 한결 편해졌다. 열차 이용요금은 왕복 4만2000원이다.
열차 예약 문의 : 코레일투어 서비스 1544-7786 www.korailtours.com, 정선군청 문화관광과 033-560-2365

동강 일주 라이딩 가이드

▲ 조양강과 동남천의 합수 지점인 가수리부터 동강 라이딩은 시작된다.
MTB를 타고 동강을 일주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영월읍에서 동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간 후 고성리를 거쳐 예미역으로 내려오는 코스와 예미역에서 고성리를 거쳐 동강 하류로 내려오는 코스다. 두 코스 모두 시간은 비슷하게 걸린다.

보통 동강 상류부터 하류로 내려오는 코스가 일반적이다. 주의해야 할 곳은 덕천리 거북이마을부터 문희마을로 이어지는 싱글 구간이다. 거북이마을부터 길이 끊기기 때문에 산길로 올라가서 문희마을로 내려와야 한다. 거리는 2km 정도 되지만 거의 MTB를 끌다시피 해서 올라가야하기 때문에 아주 힘들다. 싱글 구간만 1시간30분 이상 걸린다.

일주 라이딩 코스에서 업힐이 심한 구간은 고성산성을 지나 연포마을로 이어지는 2km, 연포마을에서 거북이마을로 이어지는 500m의 자갈밭, 거북이마을부터 문희마을로 이어지는 2km의 산길, 그리고 마하본동에서 달운마을로 이어지는 500m와 문산마을에서 거운리로 이어지는 2.5km의 고갯길 등이 있다. 동강 하류에서 봉래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5km의 구간도 상당히 업힐이 심하다. 하지만 봉래산 정상에서 바라보는 전경이 좋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한 번쯤 들러볼 만하다.

예미역~고성리~가수리~고성리~연포마을~거북이마을~문희마을~거운리~영월역 동강 일주 라이딩 코스는 80km, 7시간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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