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천하제일 계림 산수화의 주인공”
“우리는 천하제일 계림 산수화의 주인공”
  • 글 사진·조구룡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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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디스커버리 카약탐험대’ 중국 계림 이강·우룡하 카약 투어

후지타카약코리아의 조구룡 대표와 ‘카약과 캠핑’의 동호회 회원들이 ‘한국디스커버리카약탐험대’라는 이름으로 지난 5월22일부터 26일까지 5일간에 걸쳐 중국 광서장족자치구(廣西壯族自治區) 계림(桂林)의 이강( 泥江)과 우룡하(遇龍河)를 카야킹하고 돌아왔다.

조립식 카약을 한국에 소개한 지 벌써 5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카약만 띄울 수 있는 곳이라면 전국의 강과 호수, 그리고 바다 어디든 이 잡듯이 찾아다닌 것 같다. 하지만 카약에 대한 갈증은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 아직도 노를 저어야만 갈 수 있는 수많은 미지의 세계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중국 계림의 ‘이강·우룡하 카약 투어’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된 것이다.

자료 수집부터 난간에 부딪히다

▲ 장대하고 도도하게 흐르는 이강은 유속이 15km 정도로 빠른 편이다.
“중국 계림의 이강에서 카야킹 한번 해보시죠?”
카약 탐험의 색다른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던 중 오지 전문여행사인 ‘오렌지투어’에서 제안을 해왔다. 카약 오지 탐험은 그동안 여러 카약 잡지를 보면서 항상 꿈꿔왔던 것이라 귀가 솔깃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카약과 캠핑’ 동호회 회원들과 몇 번 일본에 갔다 오기는 했지만, 태고의 자연을 간직한 이강과 우룡하야말로 오지의 진수를 만끽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마음을 정하자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이번 중국 계림 이강·우룡하 투어는 팀원을 모으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었다. 한 달 여 동안 20명이 참가 신청을 했다. 15명 이상만 되면 저렴한 비용으로 갈 수 있기 때문에 충분한 인원이었다.

하지만 이강·우룡하에 대한 카약 정보를 얻기는 쉽지 않았다. 그나마 일본 카약 잡지에서 약간의 자료를 얻은 게 다였다. 이강은 세계적인 관광 명소지만, 중국은 아직 아웃도어 문화가 형성되지 못해서인지 우리처럼 카약 투어는 생각지도 못한 것 같다. 아무튼 촉박한 시간 속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부족한 정보만 가지고 출발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라서 강이나 산 등 자연이 모두 국가 소유다. 그래서 이용하려면 국가의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한다. 다행히 가이드로 참가한 ‘오렌지투어’의 조규원 부장이 중국 여유국 서울지국의 허가를 받아 계림에 카약을 띄울 수 있게 됐다. 5월22일,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 3명을 제외하고 17명의 ‘한국디스커버리카약탐험대’ 대원들이 설렘 반 걱정 반 마음을 졸였다.

▲ 2인승 카약으로 여울을 통과하고 있는 부부 대원. 2인승 카약은 무게가 있다 보니 얕은 여울에서는 강바닥에 걸리기도 했다.
첫날은 카약 투어를 위해 장비 점검 등으로 마무리하고, 다음날 카약 투어의 출발지인 백사(白沙) 지역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 워낙 길이 좋지 않아 버스로 마을을 지나기 어려웠던 것이다. 결국 계림의 관광도로에 버스를 주차하고 카약은 전부 각자가 짊어지고 이동해야 했다.

마을을 통과하는 동안 동네 사람들이 모두들 신기한 듯 일행을 바라봤다. 이내 궁금증을 참지 못한 사람들은 가깝게 다가와 카약 조립 과정을 신기한 듯 쳐다보기도 했다. 우리 ‘한국디스커버리카약탐험대’는 이렇게 중국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눈빛을 받으며 첫 배를 띄우게 된 것이다.

우룡하에 개척한 ‘코리안루트’
일행이 이번 카약 투어의 출발점으로 정한 곳은 이강의 지류인 우룡하(遇龍河)다. 아마도 우룡하에서의 카약 투어는 우리가 처음일 것이다. 어쩌면 이 코스야 말로 ‘코리안루트’라 불러도 좋을 듯싶다.  하지만 초입부터 1m 이상 되는 보를 보는 순간 ‘오늘 카야킹이 쉽지 않겠구나! ’란 생각이 들었다. 부부 동반이나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들도 있어서 걱정이 많이 앞섰다. 맨 앞에서 상황을 살펴보며 혹시 있을지 모를 위험 상황에 대비하며 노를 저었다.

위험한 구간이라고 생각되는 곳에서는 카약에서 내려서 우회했다. 시간이 많이 지체됐지만, 첫날부터 사고라도 발생하면 모든 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우리는 10여 개의 보를 통과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마치 바다의 암초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옛날부터 내려온 자연친화적인 돌을 쌓아서 만든 거라 나중에는 보가 만든 여울을 일부러 타고 내려오는 대원들도 있었다. 낙차가 큰 보들은 우회해야만 했다.

우룡하 카야킹 중에서 가장 난코스는 네 번째 보였다. 이 보는 그야말로 폭포였다. 약 5m의 낙차를 가진 보로 도저히 카약을 타고 내려갈 수 없었다. 대원들 모두 카약에서 내려 10m 정도 카약을 들고 이동해야 했다. 타고 내리기를 반복해서인지 대원들 모두 지쳐갔다. 가뜩이나 처음 대하는 환경이라 낯설고 긴장도 많이 해서 피로가 더 금방 찾아오는 것 같았다.

▲ 원시의 자연을 닮은 우룡하와 이강.
무엇보다 2인승 카약을 탄 부부 대원들이 가장 힘들어했다. 무게가 있다 보니 얕은 여울에서는 강바닥에 걸려 빠져나오기 싶지 않았다. 심지어 배가 전복되어 10초 정도 물 속에서 나오지 못하는 대원도 있었다. 그래도 대원들 모두 위험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처해 나갔다. 이번 투어는 어떻게 보면 국내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서바이벌’ 카약 투어라고 말하는 게 더 정확할지도 모른다.

계속되는 긴장의 연속으로 주변을 둘러볼 겨를도 없었지만, 몇 번의 위험 구간을 통과하면서 익숙해지자 비로소 우룡하의 멋진 풍광이 눈에 들어왔다. 맑은 강물과 석회암 봉우리들이 한 폭의 수묵화를 그려놓은 듯했다. 강과 산, 그리고 주변의 작은 촌락이 만들어낸 평화로운 모습이 마치 노고에 대한 보상을 안겨주는 것 같았다. 강가에는 많은 대나무배들이 한가롭게 떠있었고, 광장에는 관광용품·과일·음료를 파는 노점도 여럿 보였다.

우룡하 카야킹의 종착역인 구현에 도착했다. 백사에서 구현에 도착할 때까지 약 20km 동안 수많은 보를 넘어와야 했다. 한국에서부터 심기일전하는 마음으로 정신무장을 단단히 했지만, 그래도 인간의 체력에는 한계가 있는 법. 무엇보다 우룡하의 카야킹이 끝이 아니었다. 아직 이번 투어의 백미인 이강 본류가 남아 있었다. 대원들은 하루의 카야킹을 마무리하고 재충전의 시간을 가지면서 이강의 카약 투어를 준비했다.

유유자적 즐길 수 있는 이강 카야킹

▲ 이번 투어에는 비가 오는 날이 많아 1~2인용 텐트를 유용하게 쓸 수 있었다.
다음날 아침을 든든히 먹고 이강 본류를 탐험하기 위해 우룡하와 합수 지점인 복리나루로 향했다. 힘든 회원은 남아서 다른 관광을 해도 된다고 이야기했는데 모두들 카약을 타겠다고 나섰다. 대원들의 카약에 대한 열정을 보고 있으니 부쩍 힘도 나고 마음이 든든해졌다.

이강 본류는 대륙의 강답게 장대하고 도도하게 흐르고 있었다. 석회가루가 녹아 흐르는 듯 뿌연 색을 띠고 있었다. 강폭은 한강의 반 정도 되는 듯 했다. 물의 흐름은 시속 약 15km 정도로 빠른 편이었다.  이번 투어 기간에는 기상 상태가 썩 좋지 않았다. 투어 내내 비도 많이 와서 사진 촬영도 쉽지 않았다. 그렇지만 안개 속을 헤치며 나아갈 때는 마치 수묵화의 선경 속에서 배를 타고 노니는 기분이었다.

강 옆에 높게 솟은 절벽 밑으로 카약을 저어갔다. 우룡하보다는 험한 구간이 많지 않아 여유롭게 카약을 즐길 수 있었다. 강가 멀리 안개가 내린 봉우리들은 제 각각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높이 솟은 절벽은 마치 동강의 ‘뼝대’를 보는 것 같았다.

저 멀리에는 점심식사 장소로 정한 유공촌이라는 마을이 보였다. 강가에 배를 띄워놓고 수상레스토랑을 운영하는 곳이다. 유공촌에서 대원들과 카약 여행의 즐거움을 만끽하며 화기애애하게 담소도 나눴다. 대원들 모두 같은 장소 같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서로 느끼는 점은 너무나 달랐다. 서로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렇지만 대원들 모두 이야기를 끝내려고 하지 않았다. 아마도 조금 있으면 이번 투어의 끝을 알리는 마을이 나오기 때문일 게다.

▲ 이강에서 카약을 즐기는 사람들을 처음 본 듯 많은 사람들이 강가에 나와 대원들을 보고 있다.
점심을 먹고 다시 한 시간 정도 이강의 하류를 따라 내려가자 카약 투어의 종착점인 평락(平樂) 마을이 나타났다. 평락 마을은 강가에 건물이 죽 늘어서 있는데, 멀리서 보면 마치 이태리의 베네치아와 비슷했다. 그러나 가까이서 보니 만화 속에 나오는 폐허의 도시처럼 허름한 건물들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한국디스커버리카약탐험대’가 도착하자 길가에서 요란하게 축하 음악 소리가 들려왔다. 모두들 이런 환영 행사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표정들이다. 정말 뜻하지 않은 환영 인사였다. 강가의 선착장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들어 구경하고 사진을 찍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들에겐 이렇게 카약을 직접 눈으로 본 것도 생소할 것이다. 그들에게 우리들이 새로운 문화를 알려준 것 같아 왠지 뿌듯했다. 중국에도 하루 빨리 아웃도어 문화가 정착됐으면 좋겠다.  ‘한국디스커버리카약탐험대’는 이렇게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멋지게 이강과 우룡하 카약 투어를 완주했다.

대원들의 표정을 살펴보니 모두 성취감과 기쁨에 젖어 있는 듯했다. 이번 이강·우룡하 카약 투어는 국내에 새로운 카약 문화를 시도했다는 점에 의미를 두고 싶다. 정말 뿌듯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이를 계기로 카약 동호인도 많이 늘어나고 다양한 문화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다.

앞으로도 카약이야말로 자유를 추구하고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느껴 볼 수 있는 최고의 탐험 도구라는 것을 널리 알고 싶다. 내년에는 ‘한국디스커버리카약탐험대’의 제2차 해외원정 카약 투어가 몽골의 초원을 가르는 강에서 펼쳐질 것이다. 지금의 이 기분 그대로 몽골에서도 멋진 카야킹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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