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두 발로 걸을 때 보다 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자전거를 탄다면 꼭 가봐야 할 명소 5곳을 소개한다.
1 제주 환상자전거길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을 보며 라이딩 하는 것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꾸는 꿈이다.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전이나 한 단계를 마무리했을 때, 많은 것을 내려놓고 얻어 가기 위해서 제주의 땅을 빌린다.
환상자전거길은 약 234km의 해안 길을 따라 제주를 한 바퀴 돌며 일주할 수 있는 코스로 지난 2015년 개통했다. 용두암-다락쉼터 (약 21km), 다락쉼터-해거름마을공원(약 21km), 해거름마을공원-송악산(약 35km), 송악산-법환바당(약 30km), 법환바당-쇠소깍(약 14km), 쇠소깍-표선해변(약 28km), 표선해변-성산일출봉(약 22km), 성산일출봉-김녕성세기해변(약 29km), 김녕성세기해변-함덕서우봉해변(약 9km), 함덕서우봉해변-용두암(약 25km) 총 10개의 코스로 나뉜다. 코스의 시작 지점마다 인증센터가 있어 국토종주 자전거길 인증수첩에 인증 도장을 찍을 수 있으며, 코스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용두암에서 시작해 용두암에서 끝내는 것이 제주 일주 코스다. 일주 코스를 모두 돌기 위해서는 자전거 상급자 기준으로 16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물론 하루 만에 다 도는 것은 무리. 자신의 체력을 기준으로 하루에 어느 정도를 달릴 것인지 정하고, 종착지에 숙소를 잡아두는 것이 좋다.
2 충주 새재 자전거길
자전거 좀 탄다 하는 사람들에게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이름, 새재 자전거길. 국토종주 길의 백미라 불릴 만큼 험난한 코스와 수려한 풍경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 이름은 문경새재에서 따왔지만 실제로는 이화령 옛길과 소조령을 넘는 길로, 충주 탄금대에서 수주팔봉-문강 온천-수안보 온천-소조령-이화령-문경 온천-진남교반-점촌-상주 상풍교까지 100km가 넘는 구간이다.
코스는 충주의 명승지인 탄금대에서 시작한다. 북쪽에서 남한강이 흐르고 한강과 달천강이 만나는 지점이다. 신라 진흥왕 때 우리나라 3대 악성 중 하나인 우륵이 가야금을 연주하던 곳이라 탄금대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전해진다. 탄금대에서 수안보 온천까지는 길이 비교적 수월하지만, 소조령에 닿으면 본격적인 산악지대가 시작된다. 높이 374m의 소조령을 겨우 오르면 악명 높은 이화령 고개가 등장한다. 조령산 남쪽 줄기를 넘는 이화령은 경사가 심한 오르막이 5km 가량 이어지는 지독한 고개로 페이스 조절에 신경 쓰지 않으면 결코 넘을 수 없는 곳이다. 하지만 힘든 만큼 빼어난 비경을 간직하고 있어 라이더라면 한번은 도전해 볼만한 길이다.
3 남한강 자전거길
남한강 자전거길은 팔당역에서 충주댐까지 100km가 넘게 이어지며, 초보자 코스부터 상급자 코스까지 다양하다. 그중에서도 추천하는 코스는 팔당대교 북쪽에 위치한 옛 팔당역에서 폐철로를 따라 양평 읍내까지 이어지는 30km 남짓한 길이다. 팔당역-팔당댐-봉안터널-능내역-북한강철교-양수역-신원역-국수역-아신역-양평문화원-양근대교까지 2시간 정도 소요된다. 대부분 평지라 초보자도 산책하듯 다녀올 수 있는 곳이며,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자전거를 휴대하고 중앙선 전철을 타고 돌아올 수 있어 체력에 부담이 없다. 이 코스는 옛 철길이 자전거도로로 탈바꿈한 곳으로, 폐철도가 지나던 터널을 달리는 이색적인 경험도 가능하며 옛 능내역을 추억의 간이역으로 꾸며 쉼터로 조성했다. 팔당댐과 팔당호 경관을 바로 옆에서 감상할 수 있고, 북한강 철교를 타고 북한강을 가로질러 간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류하는 두물머리는 새벽이면 운무와 함께 신비로운 장관을 연출한다.
4 울릉도 일주도로
신비의 섬 울릉도는 언제나 이국적인 풍경으로 우리를 맞아준다. 특히 울릉도 해안가를 따라 달릴 수 있는 일주도로는 절경을 보여주기로 유명하다. 깎아내린 듯한 해안절벽과 끝없는 망망대해를 배경 삼아 달리다 보면 근심은 멀리 달아나버린다.
약 44km 길이의 울릉도 일주도로를 라이딩하는 코스는 사동항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 도는 것이 일반적으로, 남양항-학포해안-현포항-천부항-관음도 순으로 만나게 된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일주도로를 달리다 보면 2차선이었던 도로가 1차선으로 좁아지는 암석터널이 나오는 것. 이때 차량 통행에 주의해 움직여야 한다.
길의 이정표는 바위다. 거북바위가 시작을 알리며, 울릉도의 생성 역사를 온몸으로 담아낸 버섯 바위와 동그란 돌들이 해변을 수놓은 남양몽돌해변을 지나면 송곳봉, 삼선암, 촛대바위가 차례로 등장한다. 도착지인 관음도는 울릉도와 연도교로 이어져있다. 새들의 섬이라 불리며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자전거에서 내려 마지막 산책 코스로 삼기에도 좋다. 울릉도는 중앙으로 갈수록 험준한 산이 많기 때문에, 일주도로가 아니더라도 태하령 옛길과 나리분지 등에서 산악자전거를 타기에 좋다.
5 화천 산소 100리길
약 42km 구간의 화천 산소 100리길은 북한강변을 따라 조성된 운치 있는 자전거 길이다. 비포장도로와 포장도로, 숲 구간이 얽혀 있어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고 경사가 심하지 않아 누구나 즐길 수 있다. 시작점인 붕어섬에서부터 북한강의 발원지인 화천댐까지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붕어섬은 춘천댐 담수로 생긴 작은 섬으로 분수대와 산책로 등이 있어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는 곳이다. 이곳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있어 전문 라이더가 아니더라도 가볍게 자전거를 빌려 산소 100리길을 달릴 수 있다.
붕어섬에서 출발해 화강암으로 된 작은 바위인 미륵바위를 지나면, 봉우리처럼 우뚝 솟은 돌산인 딴산이 기다리고 있다. 이 일대를 딴산유원지라 부르는데 인공폭포가 있고 캠핑도 가능해 라이딩 후 이곳으로 돌아와 캠핑을 즐기는 이들도 많다. 딴산유원지를 지나면 산소 100리길의 하이라이트인 ‘숲으로 다리’에 오르게 된다. 숲으로 다리는 1km 정도 이어지는 수변 데크로 물 위에 설치되어 있어 마치 강 위를 달리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