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을 오르는 몸은 균형을 찾는다. 팔만 먼저 나아가서도 안 되고, 발만 먼저 나아가서도 안 된다.
스포츠클라이밍의 인기가 높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본 것은 처음이다. 평일 낮임에도 불구하고 오르는 사람들이 많다. 땀을 비 오듯 흘리면서도, 힘에 부쳐 닿지 못하고 떨어졌음에도, 몇 번을 다시 도전하고 위를 향한다. 저 작은 돌들을 잡고 중력을 거스를 수 있을까. 어느 운동이든 그렇겠지만 기본 바탕이 되지 않으면 지레 겁을 먹게 된다. 하체에 비해 유난히 상체 근력이 약했던 에디터가 가장 자신 없었던 스포츠가 클라이밍이었다. 최근 손 놓고 있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며 기초 체력을 키워 온 에디터는 이제 클라이밍에 도전할 때라고 생각했다.
오르기 위해 갖춰야 할 자세
본격적으로 스포츠클라이밍을 배우기에 앞서 매무새를 갖춘다. 초보자에게 복장은 편한 옷이면 충분하다. 클라이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손과 발. 악력을 사용해 길잡이가 되어줄 손이 거친 홀드에 다치지 않도록 엄지손가락을 제외한 모든 손가락에 테이핑을 해준다. 마디 관절 아래에 감아주되, 손가락을 구부릴 때 불편하지 않도록 강도를 조절한다. 테이핑을 마쳤으면 분말 초크를 손에 골고루 묻혀준다. 초크는 탄산마그네슘 성분의 물질로, 땀이나 유분 때문에 손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바른다. 홀드를 잡을 때 마찰력을 높여줘 효율적으로 힘을 내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다음은 가장 중요한 암벽화다. 암벽화 사이즈는 홀드에서 발가락이 충분히 힘을 사용할 수 있도록 발가락이 살짝 구부러질 정도로 꼭 맞게 착용해야 한다. 중급자 이상의 실력자들은 발가락이 꺾일 정도로 착용하기도 하지만, 처음부터 무리하게 착용할 경우 통증에 클라이밍 자체를 포기해버리기도 하니 초보자는 딱 맞는 정도로만 착용 하면 된다. 장비를 갖춘 후에는 스트레칭을 하며 몸에 운동 시작 신호를 보낸다.
클라이밍은 리드Lead, 스피드Speed, 볼더링Bouldering 세 종류로 나뉜다. 리드는 15m 높이의 벽을 정해진 시간 안에 누가 더 높이 올라가는지 겨루는 종목이며, 스피드는 15m 정도 되는 높이를 가장 빠르게 올라가는 선수가 우승하는 종목이다. 두 종목 모두 벽의 높이가 높아 로프와 안전벨트를 갖춰야 한다. 볼더 링은 4~5m의 벽을 로프 없이 맨몸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실내 클라이밍장은 대부분 볼더링이다. 몸을 지탱해 주는 로프가 없기 때문에 떨어지는 자세가 중요하다. 내려올 때도 홀드를 잡고 조심스럽게 다운 클라이밍을 해야 하지만, 난도가 올라갈 수록 힘이 빠져 떨어지는 경우가 생긴다. 이때 한 발로 착지하 거나 엉덩이나 허리, 손이 먼저 바닥에 닿을 경우 부상의 위험이 높아진다. 떨어질 때 양발부터 엉덩이, 등이 순서대로 닿도록 하되, 발이 바닥에 안착할 때 무릎을 굽혀 충격을 완화시켜 준다. 본능처럼 자세가 잡히도록 반복해 연습한다.
지혜롭게 문제를 푸는 방법
클라이머들이 ‘문제 풀러 간다’고 말하는 이유가 늘 궁금했는데, 문제를 풀었다는 것은 ‘완등’의 다른 말이었다. 같은 색상의 홀드를 잡고 올라가는 것이 문제를 푸는 것이고, 마지막 홀드를 정복하면 문제를 푼 것이 된다. 클라이밍 첫 시도인 에디터는 가장 난도가 낮은 흰색 문제부터 시작했다. ‘잘하는 분들은 처음 왔을 때 어디까지 올라가냐’는 물음에 강사가 “일일 체험 강습으로 와서 정말 잘하시는 남성분들이 초록색 단계까지 하세요”라고 답하자 숨어 있던 승부욕에 불이 붙었다.
다른 건 몰라도 악력과 전완근에는 자신 있던 에디터. 호기롭게 출발했으나 착각과 오만이었다. 클라이밍을 너무 몰랐다. 오로지 팔의 힘으로만 오르려고 하면 금세 지쳐 다음 문제를 풀 체력은 남아있지 않게 된다. 몸의 무게 중심을 바꾸는 법과 반동을 이용해 다음 홀드로 이동하는 방법, 발을 이용하는 방법 등 다양한 클라이밍 기술을 적용해야 지치지 않고 올라갈 수 있다. 왜 문제를 푼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답은 하나지만 방법은 무수히 많다. 완등하는 것보다 어떻게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문제를 풀어내는지가 중요하다. 문제를 풀기 전에 한참 홀드를 쳐다보고 있던 다른 클라이머들이 교훈을 준다. 다음 홀드로 이동할 때 의욕이 앞서 손이 먼저 이동하니 금방이라도 떨어질 것처럼 위태로워진다. 다음 홀더에 발을 딛고 무게 중 심을 이동한 후 손을 움직여야 몸의 균형이 잡혀 힘을 아낄 수 있다. 또 발이 홀드를 벗어나지 않게 발끝으로 지탱해야 안정감 있게 안착할 수 있다.
기울기가 거의 없이 수직으로 된 페이스Face 벽에서 기본 기술들을 전수받고, 드디어 경사가 있는 오버행Overhang 벽 앞에 섰다. 벽에 경사가 생기니 난도가 급격히 올라간다. 단지 홀드를 잡고 버티는 것뿐인데 도 어깨, 승모근에 이어 등 근육까지 긴장감이 느껴진다. 페이스 벽에서는 무리하게 팔 힘만 써서 올라가는 것이 가능했지만 오버행 벽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발 끝의 감각과 몸의 반동을 이용하지 않으면 시작도 어렵다. 문제의 반도 못 풀고 매트로 떨어진 뒤, 휴식을 취하며 유심히 홀드를 살핀다. 홀드가 어떤 위치에 있고 어디로 몸을 움직여야 하는지, 어떤 과정에서 힘이 풀렸는지 생각한다.
클라이밍을 하면 근력과 유연성, 지구력 등 신체적인 많은 부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정신적인 이점 또한 존재한다. 실패한 길을 직면하고 반성하며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한다는 것은 인생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단점은 가리고 실패는 숨겨야 한다고 가르치는 세상에서 클라이밍은 실패를 배움의 과정으로 바꾸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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