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내린 땅을 누비는 두 바퀴의 자유
하늘이 내린 땅을 누비는 두 바퀴의 자유
  • 글 사진·김성중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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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TRAVEL 인제 내린천 | ③ MTB 라이딩

▲ 숲과 계곡이 어우러진 원대리 코스는 인제의 대표적인 MTB 코스 중 하나다.

난이도별 다양한 선택 가능한 ‘원대리 코스’…순환코스는 중급 이상 실력 필요

인제는 자전거 하나만 차에 싣고 가도 즐길 거리가 상당히 많아진다. 대암산, 응봉산, 방태산 등지에서 임도를 따라 달리는 코스와 내린천을 따라 즐기는 라이딩 등 자전거만 있으면 언제든지 인제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다. 특히 내린천 주변의 ‘원대리 코스’는 끝을 알 수 없는 심산유곡의 경관이 빼어나 라이더들은 넋을 잃게 된다.

취재협조·인제 MTB클럽 010-9795-2254

바야흐로 고유가 시대에 돌입했다. 휘발유의 가격이 리터당 2000원이 넘어섰고, 그나마 휘발유보다 싸던 경유도 지금은 엇비슷하거나 비싸졌다. 고유가 극복과 에너지 절약을 위해 전국의 시와 도에서는 대대적으로 자전거 홍보에 나서고 있다. 덕분에 자전거 판매업소는 매출이 급증하고 있고, 자전거를 이용해 출퇴근을 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고유가 시대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는 자전거. 그뿐이겠는가. 동력을 사용하지 않으니 무공해요, 건강도 챙길 수 있으니 말 그대로 일석삼조다. 무엇보다 도로 라이딩보다 피톤치드 가득한 임도를 따라 달리는 MTB야말로 도심에서 찌들었던 몸에 활력을 불어 넣기 가장 좋은 운동이 아닌가.

사실 MTB는 우리말로 산악자전거라고 부르기 때문에 자칫 대단한 기술과 체력을 보유한 사람들만이 타는 운동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등산하기도 힘든데 자전거를 타고 가야하니 직접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들의 상식으로는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MTB는 오히려 도로에서 라이딩하는 사이클보다 안전하고 기본적인 기어변속만 익히면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 원대교에서 5km 정도는 계속해서 업힐 구간이라 체력 안배가 중요하다.

업힐 구간에선 체력 안배 필요
인제에는 MTB 코스가 상당히 많은 편이다. 방태산이나 대암산 주변의 임도 코스, 설악산 남설악에서 양양으로 이어지는 44번 국도 코스, 내린천 상류부터 하류까지 이어지는 31번 국도 코스 등 인제는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자전거 코스가 된다.

▲ 원대리 코스는 라이딩을 하며 많은 계곡들을 만나기 때문에 식수를 구하기 쉽다.
특히 인제에서는 최근 다양한 레포츠를 개발중이다. 가장 친환경적인 레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자전거도 예외는 아니다. 원대리 근처의 임도를 새롭게 정비해서 지난 2005년과 2006년에는 MTB대회를 열기도 했다. 작년에는 2006년 수해 때문에 유실된 구간이 많아 열리지 않았지만, 올 가을에 다시 진행될 예정이다.
이토록 다양한 코스를 가지고 있으니 동호회 활동도 활발할 수밖에 없다. 이곳 군인들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인제 가면 언제 오나, 원통해서 못살겠네, 양구 보며 살지.’라는 말처럼 인제에는 많은 군인들을 볼 수 있는데, 이들이 모여 만든 ‘응봉산 MTB클럽’과 2002년부터 라이더들이 하나둘 모여 지금은 100여 명이 넘는 회원들을 보유한 ‘인제 MTB클럽’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번 라이딩에는 ‘인제 MTB클럽’ 회원들이 길잡이로 나섰다. 원대리 코스는 거리와 난이도별로 크게 순환코스, A코스, B코스, C코스, D코스로 나뉘어 있다. 그중에 일행들이 계획한 순환코스는 가장 길면서 난이도도 중급자 이상에게 적합할 정도로 기술과 체력을 요구한다. ‘인제 MTB클럽’의 백창우 씨가 순환코스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을 곁들였다.

“순환코스는 자전거에 거리 측정기를 달아 측정해본 결과, 실제 거리가 36km 정도 됩니다. 짧지 않은 거리라 초보자가 라이딩하기에는 만만하지 않아요. 특히 원대교에서 시작해서 5km 거리는 급경사를 이루고 있어 이 구간에서의 체력 안배가 가장 중요합니다. 이후부터는 오르막과 내리막이 계속해서 이어져요. 순환코스와 A코스가 만나는 갈림길에서 다시 2km 오르막이 계속되고 그때부터 다운힐로 이어지죠. 가장 신나는 구간입니다. 6km 정도 임도를 따라 다운힐을 한 후, 다시 4번 지방도와 만나면 원대교까지 약 8km를 시속 60km 이상으로 내려올 수 있어요.”

좋은 장소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라이딩은 언제나 활기차다. 하지만 이런 일행들을 하늘이 시샘하는지 영상 30℃가 넘는 불볕더위다. 가만히 있어도 헬멧을 타고 흘러내리는 땀이 그칠 줄 몰랐다. 원대리 코스의 시작점은 원대교로 내린천 래프팅을 시작하는 곳과 같다. 이른 시간인데도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로 장사진이다. 학생들이 방학하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되면 고무보트들이 교통체증을 일으킬 정도라고 한다.

▲ 중간중간 갈림길이 많이 나오지만 이정표가 잘 설치되어 있다.

원대교에 도착하자 MTB 코스를 알리는 안내판이 보였다. 사실 인제 시내에서 원대교로 이어지는 31번 국도는 왕복 2차선이고 갓길도 없기 때문에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기에는 아주 위험하다. 되도록이면 차에 자전거를 싣고 원대교까지 이동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국도나 지방도가 자전거를 이용하기에는 정말 좋지 않다. 대부분의 라이더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다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이렇게 자전거 타기 좋은 임도를 찾아 즐기는 라이더들이 많아지고 있다.

체력에 따라 중간중간 코스 변경도 가능

▲ 이번 라이딩을 함께 한 ‘인제 MTB클럽’ 회원들이 다운힐을 즐기고 있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포장도로는 그 열기를 마음껏 내뿜고 있었다. 흘러내리는 땀을 막고자 스카프로 머리를 두르고 헬멧을 착용했지만 금세 스카프가 젖어들어 땀이 뚝뚝 떨어졌다. 입에서는 단내가 풀풀 나고 업힐이 계속되면서 비축해 놓은 체력도 모두 소진할 것 같았다. 빨리 이 구간을 벗어나고자 열심히 페달링을 하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은 그 끝을 보여주지 않았다.

안삽재에 도착하자 비로소 비포장 임도가 이어졌다. 비록 오르막이 끝나진 않았지만 다행이 임도 옆에는 시원한 계곡이 흐르고 있었다.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모두 자전거에서 내려서 뜨겁게 달궈진 몸을 식혔다. 하지만 여유도 잠시, 백창우 씨의 말에 기운이 쏙 빠졌다.

“한 고비는 넘겼지만 지금부터 다시 2km 정도 오르막이 계속됩니다. 긴 거리는 아니지만 지금까지보다 가파르기 때문에 훨씬 힘이 들어요. 기어를 최대한 가볍게 하고 오르세요.”

▲ 울창한 숲길이 임도 사이로 계속해서 이어진다. 원대리 코스는 각각의 코스가 연결되어 있어 다양하게 계획을 잡을 수 있다.
다행이 이 코스의 장점은 식수가 풍부하다는 것이다. 첫 번째 계곡을 만난 후 거의 1~2km 간격으로 계곡이 나왔다. 강원도(江原道)가 강릉(江陵)과 원주(原州)의 첫 글자를 따서 지어진 이름이지만, 첩첩산중이 만들어낸 수많은 계곡들을 보면 어쩌면 강원도는 ‘강의 원류’를 뜻하는지도 모르겠다.

원대교에서 10km 정도 가자 C코스와 만나는 갈림길이 나왔다. 이 코스는 중간중간 갈림길이 많이 나오는데, 두 번의 대회를 열어서인지 갈림길마다 안내판이 친절하게 길을 안내해주었다. 다시 완만한 경사의 길을 따라 5km 정도 가다보니 A코스와 B코스로 나뉘는 갈림길에 도착했다. 여기에서 순환코스는 남전리 동아실 방향으로 이어지고, A코스와 B코스로 가면 다운힐을 하며 남전리~원대리 포장도로로 내려갈 수 있다. 동아실까지 남은 거리는 9km로 이곳에서 2km 정도 오르막이고 다시 6km 정도 다운힐이 이어진다.

바로 이점이 원대리 코스의 장점이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중간중간 다른 코스로 연결해서 진행할 수 있다. 특히 처음에 순환코스로 일정을 잡았다고 해도 중간에 체력이 안 될 경우 C코스로 내려오든지, A코스로 내려오면 된다.

▲ 원대리 코스는 라이딩하며 쉴 수 있는 장소가 많다.
임도 양 옆으로 빼곡하게 들어선 나무들이 시원한 그늘을 드리웠고, 간간히 불어오는 바람도 기분을 상쾌하게 했다. 강렬한 햇빛을 받아 자신의 모든 기운을 내뿜는 나무들 사이를 지나갈 때는 온몸의 탁한 기운이 말끔히 씻겨나가는 듯 했다.

2km의 오르막이 끝나자 기다리던 다운힐이다. 다운힐의 느낌은 스키를 타고 하강하는 기분과 비슷할 것이다. 대신 손목이 아릴 듯 전해지는 진동과 언제 어디서 무엇이 나타날지 모르는 긴장감은 다운힐만이 가진 매력이다. 20분 정도 내려가자 동아실이 나오고 남전리~원대리 포장도로가 이어졌다. 여기서부터 다시 원대교까지 내리막이다. 차들도 많이 안 지나가는 도로라 마음껏 속력을 낼 수 있었다. 중간에 막국수집에 들러 시원한 막국수 한 그릇을 비우니 불볕더위도 말끔히 사라진 듯 했다.

전국의 대표적인 MTB 코스를 하나하나 찾아다니는 일은 정말 재밌다. 특히 이곳 원대리 코스는 인제의 MTB 동호회뿐만 아니라 전국의 동호회들도 많이 찾는다. 새로운 장소, 새로운 만남, 그리고 새로운 도전, 이 매력 때문에 MTB를 타는 것이 아닐까. 

▲ 이번 원대리 MTB라이딩은 인제 MTB클럽 회원들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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