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린천 래프팅 최대 난코스 피아시 구간을 내려오는 고무보트. 사람들의 표정에서 급박함이 느껴진다.
원대교에서 고사리까지 약 4km…곳곳에 급류 구간 스릴 만점
“양현 앞으로!” “하나 둘, 하나 둘!” 새하얀 물보라가 이는 급류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몸과 마음을 짓눌렀던 스트레스가 한방에 사라진다. 마음껏 소리도 질러보고 미친 척 물속에 뛰어들어도 봤다. 거친 물살을 가르며 떠내려가는 이 기분!
강원도 영월의 동강, 철원의 한탄강, 경남 산청의 경호강. 대한민국에서 이름난 래프팅 명소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래프팅의 으뜸은 내린천이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내린천 급류는 스릴과 모험을 즐기는 여행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물한다.
오대산 서쪽 계곡에서 발원해 인제를 굽이쳐 흐르는 내린천은 맑고 깨끗한 수질과 수려한 절경으로 여름이면 더위를 잊고 지내기 좋은 곳이다. 내린천의 매력은 다양한 레포츠를 맑고 깨끗한 강물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래프팅·카약·리버버깅·낚시 등 다양한 레저활동의 천국으로 불리는 내린천은 가족이 함께 안전하게 물놀이를 즐길 수 있는 장소로 각광받고 있다.
내린천의 다양한 레저활동 중 으뜸은 단연 래프팅이다. ‘래프팅 하면 내린천’이 떠오를 정도로 래프팅이 일반화되면서 전국 각지에서 여행자들이 몰려들고 있다. 래프팅을 즐기는 사람들도 각양각색이다. 좋은 사람들과 8인승 고무보트에 몸을 싣고 힘차게 노를 젖다보면 어느새 내린천의 별천지로 빠져든다. 짜릿한 스릴에 목말랐던 당신, 주저 없이 내린천으로 떠나라!
▲ 잔잔히 수면 위에서 두 보트가 물장난을 치고 있다.
하얀 포말이 성난 이를 드러내는 급류 구간
여름철이면 내린천 하류부의 원대교 밑은 외지 사람들로 북적인다. 래프팅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뤄 한동안 조용했던 내린천이 이때만큼은 시끌벅적하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래프팅 코스는 원대교에서 고사리로 이어지는 약 4km 구간이다. 내린천의 대표적인 난코스 피아시를 지나는 이 코스는 짧지만 강렬한 스릴을 맛볼 수 있어 인기다.
기자도 원대교로 향했다. 두어 번 정도 래프팅을 해본 경험이 있지만 내린천에서는 처음이었다. ‘래프팅의 종가’라는 명성에 걸맞게 짜릿한 급류 구간이 일품이라는 말에 시작하기도 전부터 마음이 설레인다.
원대교 밑에는 수십 개 래프팅 업체가 성행중이었다. 일행이 함께 할 업체는 인제체험캠프다. 인제체험캠프의 김성훈 실장이 직접 가이드로 나서 내린천 래프팅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래프팅은 중간중간 급류를 타고 내려가야 하기 때문에 항상 안전에 신경 써야 합니다. 특히 가이드의 말을 따르지 않으면 보트가 전복될 수도 있습니다. 혼자만 잘 한다고 순항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세요.”
▲ 급류 구간을 내려오며 즐거워하는 사람들. |
여럿이 큰 고무보트를 타고 계곡의 거친 물살과 장애물을 넘어 목적지까지 가는 래프팅은 무엇보다 협동심이 중요하다. 가이드의 명령에 따라 순간순간 협동심을 발휘해야만 보트가 안전하게 물길을 따라 순항한다.
노젓기, 방향전환 방법, 물에 빠졌을 때의 대처법 등 10여 분 동안 간단히 기본교육을 받고 보트에 승선했다. 오늘 함께 보트를 이끌 인원은 총 5명. 래프팅 보트에는 적게는 4명에서 많게는 10명까지 승선할 수 있다.
▲ 래프팅을 하기 위해 원대교 밑으로 고무보트를 들고 가는 사람들. |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급류에 들어서자 고무보트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고무보트에 발을 꽉 끼고 있지 않았다면 계곡에 빠졌을지도 모르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급박했던 시간이 흐르자 계곡은 어느새 잔잔한 평화를 찾았다.
“내린천은 험한 급류가 곳곳에 많이 있습니다. 오늘 가는 코스는 큰 급류가 네 번 나오죠. 처음부터 갑자기 급류가 나와서 어안이 벙벙하시죠? 이제 익숙해지면 급류를 즐기실 거에요.”
평화를 되찾자 그제야 내린천이 눈에 들어왔다. 깎아지른 절벽과 푸른 숲이 감싼 내린천은 굽이쳐 흘러가며 절경을 펼쳐 보였다. 전날 내린 비로 수량이 풍부해진 강은 시원한 물줄기를 여과 없이 내리 쏟고 있었다.
“물에도 길이 있어요. 지금처럼 수량이 풍부해지면 크게 상관이 없지만 물이 적을수록 길을 잘 찾아야 하죠. 물길을 잘못 만나면 고무보트가 전복되기 쉽거든요. 보통은 초보 가이드들이 물길을 잘못 들어 전복되는 경우가 많죠.”
내린천 최대 난코스, 피아시
▲ 깎아지른 절벽과 어우러진 내린천에서 급류를 타고 내려오는 고무보트. |
급류를 지나치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고무보트들은 하나 둘 강변에 정박했다. 잠시 쉬어가는 포인트다. 잔잔한 수면 위에 보트를 세워 놓은 사람들은 수영을 즐기기도 하고 이야기도 하며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다시 고무보트에 올라타 노를 젓기 시작했다. 앞에서 들리는 엄청난 굉음이 급류의 출연을 예고했다.
“저 앞이 피아시 구간이에요. 내린천에서 급류가 가장 세기로 유명하죠. 제 지시대로 노를 젓지 않으면 보트가 전복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들 정신 바짝 차리세요.”
▲ 강에 고무보트를 정박하고 잠시 쉬고 있는 사람들. |
“물길을 잘못 들어가면 저렇게 됩니다. 보트를 빼면 다행이지만 저런 경우에는 대부분 보트만 먼저 내려 보내고 남은 사람들은 물살 따라 맨 몸으로 떠내려가야 해요.”
아니나 다를까. 가이드가 한참을 낑낑거리더니 보트만 먼저 흘려보냈다. 급류 사이에 갇힌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 하다가 결국 물에 빠져 물살을 따라 떠내려갔다.
앞의 보트를 보고 나니 긴장감이 곱절이 됐다. “하나, 둘!” 구령을 외치며 있는 힘껏 노를 저었다. 급류가 바위 사이로 보트를 몰아가자 가이드의 구령 소리가 급박해졌다.
“양현 앞으로! 양현 뒤로!”
▲ 고무보트를 타고가다 깊은 소가 나타나면 다이빙을 하며 즐긴다. |
바위를 돌아 거센 물살을 따르자 갑자기 보트가 계곡 사이로 뚝 덜어졌다. 짜릿한 스릴이 온 몸을 자극했다. 그러나 급류는 잠시였다. 급박함에 있는 힘껏 노를 젓다보니 어느새 수면이 잔잔해졌다.
피아시 급류 구간을 벗어나자 고무보트들이 모두 강변에 정박했다. 사람들은 깊은 소에서 다이빙도 하고 단체사진을 찍기도 하며 저마다 추억 만들기에 한창이었다. 잠깐의 물놀이로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버린 표정들. 내린천이 주는 여름 선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