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심을 담은 면, 사누키 우동
진심을 담은 면, 사누키 우동
  • 신은정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06.0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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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노 우동학교 고토히라점

여행지에서의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다. 만드는 방법, 사용하는 재료 모두 지역의 삶과 밀접하게 닿아 있다. 음식을 넘어 그들의 문화를 맛본다.



‘제대로 하는 집을 안가 봐서 그래’라고 마라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필자에게 지인이 조언도 아닌 핀잔을 준다. ‘마라탕처럼 호불호가 명확한 음식 외에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음식이 아니면 애정을 가지지 않는 사람에게 저 말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 다카마츠 여행에서도 마찬가지. 떠나기 전부터 우동으로 유명한 지역이라는 말은 들었지만, ‘굳이?’라는 말만 머리에 맴돌았다. 흔하게 접했던 음식이기 때문이다. 빠르게 먹고 목적지로 떠나야 하는 휴게소에서,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분식집에서, 또는 메인 메뉴를 거들어 주는 사이드 메뉴 정도로 없으면 이상한 음식이었다. 일본은 한국보다 더 할 것이다. 그런데 생각보다 우동에 진심인 사람은 많았고, 우리가 먹었던 건 진짜 우동이 아니었다. 다카마츠에 도착한 후 먹은 첫 사누키 우동의 여운이 아직까지 남아있다.


카가와현의 옛 이름은 사누키현이었고, 그 이름을 따 사누키 우동이 탄생했다. 카가와현은 예부터 우동을 만들기 좋은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비가 적게 내려 물이 많이 필요한 벼농사보다는 물이 적게 드는 밀농사를 많이 했고 그에 따라 면요리가 발달했다. 세토우치해와 닿아 있어 우동의 주재료인 소금, 간장, 멸치 등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때문에 우동은 자연스레 그들의 삶에 스며들었다.
아키타의 이나니와 우동, 군마의 미즈사와 우동과 함께 일본 3대 우동으로 꼽히는 카가와현의 사누키 우동. 현재 카가와현은 우동의 고향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물론 해외에서도 우동 순례를 올 정도로 유명해졌다. 밀가루에 물, 소금을 넣고 반죽한 후 2시간 이상 숙성시켜 면을 뽑는다. 사누키 우동 면은 다른 면보다 굵고 탄력이 있어 쫄깃쫄깃하고 매끄럽게 넘어가는 것이 특징인데, 반죽에 비밀이 있다. 바로 수타 아닌 ‘족타’다. 체중을 실어 발로 반죽하는 족타. 이 과정을 거친 면은 더 쫄깃해지고 단단해진다. 해 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쫄깃하고 부드러운 것은 알고 있다. 어떻게 해야 그렇게 만들 수 있는지, 그 과정이 궁금했다. 진정한 미식가는 맛보는 행위보다 음식을 알아가는 데 진정 기쁨을 느끼는 법이다.


나카노 우동학교에서는 사누키 우동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다. 인자한 웃음으로 맞아주는 선생님의 설명을 먼저 듣는다. 미리 준비되어 있는 밀가루에 염수를 부은 뒤 손가락을 세워 저으면서 반죽을 만든다. 잘 뭉쳐지도록 빠르게 저어주고, 한 덩어리가 됐으면 손바닥으로 골고루 눌러서 반죽한다. 뭉쳐진 반죽을 포개서 비닐봉지에 담으면 체험의 하이라이트가 시작된다. 신발을 벗을 시간이다.
바닥에 곱게 놓인 반죽을 음악에 맞춰 신나게 밟는다. 온몸의 체중을 실어서 면이 쫄깃해지기를 바라는 만큼 밟아준다. 음식을 밟는다는 게 너무 낯설지만, 멈추기엔 타지에서 흘러나오는 K-POP이 너무 흥겹다. 밀가루의 단백질 성분은 물을 만나면 글루텐으로 변하는데, 글루텐은 반죽하고 치댈수록 발달해 더 쫄깃해진다. 수타든 족타든 반죽할수록 더 쫄깃해진다는 말이다. 족타는 수타보다 체력 소모가 덜하며 많은 힘을 가할 수 있다. 혹사당한 반죽을 밀대로 밀고, 길게 늘어난 반죽을 차곡차곡 접어 일정한 굵기로 썰어준다. 너무 굵으면 칼국수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자. 다음으로 면을 풀어 그릇에 담은 뒤 면을 끓일 준비를 해둔 곳으로 이동한다.


원래 사누키 우동은 반죽 후 숙성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정석이지만, 체험기관의 특성상 바로 맛볼 수 있게 준비해 준다. 팔팔 끓는 물에 면을 넣고 익기만을 기다린다. 다 익은 면을 덜어 얼른 날계란을 푼다. 카마타마 방법으로 우동 면을 맛보기 위해서다. 우동 장인이 해준 맛은 아니지만, 밟은 만큼 쫄깃해진 면이 만족스럽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나면 우동학교에서 수여하는 졸업장을 받는다. 두루마리로 된 졸업장을 손에 쥐니, 뭔가 큰일을 해낸 것 같은 뿌듯한 기분이 든다.
아무리 단순해 보이는 음식이라도 진심을 담아 만들면 다르다. 사누키 우동의 전통을 오래도록 지켜오는 카가와현 사람들 덕분에 사누키 우동은 늘 사랑받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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