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이 들려주는 이야기
궁이 들려주는 이야기
  • 신은정 | 사진 제공 한국관광공사
  • 승인 2023.05.1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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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5대궁

5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조선왕조는 서울에 5개의 궁궐을 남겼다. 당시의 이야기와 한국의 멋을 잘 담고 있는 궁궐. 알고 보면 더 재밌다.




ⓒ한국관광공사 박성근



늘 그곳에 있었으며, 너무 자주 봤기에 익숙해져 버린 것들은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순간 갑자기 틈을 파고들어온다. 추운 계절 몸과 함께 움츠러들었던 마음이, 2년 넘게 창궐하던 전염병이 더 이상 위협적이라고 느끼지 않는 지금에서야 익숙하지만 아름다운 것들을 발견해낸다.
여행지로도, 데이트 코스로도, 가족 나들이 장소로도 각광받는 서울의 고궁에서는 조선왕조의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한국의 전통적인 건축 기법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하루 중 어느 때에 찾는지에 따라, 혹은 계절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점에서 몇 번을 가도 질리긴커녕 다음의 모습이 궁금해지는 매력적인 곳이다.
서울의 5대궁은 지어진 순서대로 나열하면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덕수궁, 경희궁이다. 왕권이 교체되고 싸움이 일어남에 따라 궁은 새로 지어지고, 망가졌다가 확장됐다. 언뜻 보면 비슷해 보이지만 각자의 궁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다르다. 임진왜란과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훼손되어 그 옛날 온전한 모습을 만날 수 없어 아쉽지만, 역사를 간직하기 위한 복원은 계속 진행 중이다. 고궁 나들이를 떠나기 좋은 따뜻한 봄이 한창인 5월. 그 흥미로운 이야기를 다시 짚어본다.


ⓒ한국관광공사 김지호


경복궁
1392년 조선 건국과 함께 지어진 경복궁은 태조가 조선의 기반을 다진 곳으로, 새 왕조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웅장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나타나기까지 다사다난한 사건이 있었다. 1553년에 화재로 훼손되어 재건하고, 1592년 임진왜란으로 모두 소실되어 1867년까지 터만 남아 있다가 재건되었으며, 그 후에는 일제강점기가 시작되어 강제로 전각들이 철거되는 수난을 겪다가 1990년부터 원래의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은 잠깐 산책을 나온 서울시민의 시선도, 여행자의 발길도 이끈다. 그 안으로 들어서면 넓은 마당 너머로 흥례문이 서있다. 법궁인 경복궁의 법전이자 가장 중요한 장소인 근정전은 즉위식을 포함한 다양한 왕실 행사가 열리던 곳이다. 사방으로 둘러져 있는 근정전의 행각行閣은 건축적인 완성도를 높임과 동시에 신성한 분위기까지 뿜어낸다. 연못 중앙에 지어진 경회루도 흥미롭다. 외국 대사와의 교류를 위해 지어진 경회루 위에는 재앙을 막고자 동물 형상으로 만든 잡상이 11개나 자리하고 있다.
이외에도 왕실의 각종 업무를 주관하는 집무실인 교태전, 침전으로 사용했던 강녕전 등이 자리하고 있다. 경복궁에 위치한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왕실문화에 대해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한국관광공사 전형준


창덕궁
창덕궁은 조선왕조가 세워지고 경복궁이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아 왕자의 난이 일어나면서 지어진 조선의 두 번째 궁궐이다. 창덕궁이 지어진 이후 조선은 양궐체제를 갖추게 됐다.
창덕궁은 다른 궁에 비해 훼손된 곳 없이 비교적 잘 보존되고 있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을 인정 받아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다. 창덕궁의 전각 뒤로 펼쳐진 연못과 숲, 정자가 잘 어우러진 아름다운 후원을 감상해 보자. 창덕궁 후원은 국왕과 가족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책을 읽으며 학문을 연마하기도 했으며, 아름다운 산수를 감상하며 문예활동을 하던 공간이다.


ⓒ한국관광공사 오한솔


창경궁
창덕궁과 연결되어 하나의 궁역을 이루고 있는 창경궁은 창덕궁과 묶어 동궐이라고 불린다. 이곳은 세종이 은퇴한 상왕인 태종과 왕의 가족을 위해 지은 곳으로, 세조 비 정희왕후, 예종 비 안순왕후, 덕종 비 소혜왕후를 모시기 위해 1483년 창건됐다. 부모에 대한 효심이 느껴지는 곳이다. 창경궁 정문인 홍화문에 들어서면 돌로 만든 다리인 옥천교가 있고, 난간 아래에는 나쁜 기운을 쫓기 위한 도깨비 상이 보인다. 그 뒤로 법전인 명정전과 왕이 신하들을 만나던 문정전 등이 위치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일제가 순종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창경궁을 동물원과 식물원으로 사용하며 ‘창경원’이라고 불렀다가 1980년대에 들어서야 원래의 모습과 이름을 되찾았다.

ⓒ한국관광공사 홍희정


덕수궁
1592년 임진왜란으로 모든 궁궐이 불타버렸고, 임금이 임시로 거주하기 위해 지어진 궁이 경운궁이자 지금의 덕수궁이다. 조선 후기까지 관심받지 못하던 덕수궁에는 1897년 고종이 들어오며 많은 건물이 지어졌다. 19세기 말부터 본격적으로 모습을 갖춰가던 덕수궁은 서양식 건물들이 자리한 것으로 유명하다. 고종이 음악을 감상하던 곳인 정관헌과 접견실로 쓰이던 중명전 등에서 서양풍의 건축 양식을 엿볼 수 있다. 서양식 정원과 함께 덕수궁의 유명한 장소인 석조전은 3층 석조 건물로 신고전주의 양식의 외관에 실내는 로로코풍으로 장식됐다. 영국인 하딩이 설계했으며 1910년에 지어졌다.

ⓒ한국관광공사 김지



경희궁
경희궁은 규모가 크지만 다른 곳에 비해서 인파로 붐비지 않는 궁궐로 비교적 한적한 편이다. 이곳은 광해군이 왕기가 서렸다는 소식을 듣고 궁으로 만든 곳으로, 원래는 인조의 생부인 정원군의 집이었다. 처음에는 경덕궁으로 불렸으며 경종과 정조, 헌종 등이 이곳에서 즉위했다.
수많은 전각들이 있었지만 일제강점기에 일본인 학교로 사용되며 궁궐의 모습을 잃었다가 1988년부터 복원해 2002년 시민들에게 공개했다. 지금은 경희궁의 정전인 숭정전, 정문인 흥화문, 후원에 위치한 정자인 황학정 등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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