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일본의 숨결이 깃든
옛 일본의 숨결이 깃든
  • 고아라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05.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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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방문화박물관 北方文化博物館

궂은 추위가 물러가고 봄볕이 따사로운 어느 아침, 툇마루에 앉아 수 겹으로 쌓인 저택의 순간들을 가늠해 본다. 대지주의 저택은 그렇게 보물을 소중히 품은 채 백 년이 넘는 시간을 견뎌 왔다.







북방문화박물관은 1889년 8800평의 부지에 광대하게 지어졌으며 본채, 큰 방, 다실 등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건축물과 수려한 자연 정원이 어우러져 있다. 니가타 제일의 대지주이자 부농이었던 이토 가문의 저택이었으나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46년, 최초의 사립박물관으로 탈바꿈했다. 옛 일본 농가의 흔적은 물론, 저택 내에 당 시 집주인의 취향이 듬뿍 담긴 미술 컬렉션이 전시돼 있어 북방의 문화까지 함께 느껴볼 수 있다.
북방문화박물관은 입구에서부터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분위기에 압도된다. 부지가 8800평에 달한다고 하니 누군가의 집이었다기엔 그 규모가 엄청나다. 입구에서 입장 티켓을 끊고 안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정갈한 정원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방문 전 미리 찾아봤던 사진 속 북방문화박물관의 모습은 새하얀 눈이 포근하게 내려앉은 차분한 풍경이었는데, 5월이 가까워진 지금은 색색의 봄꽃과 푸른빛의 나뭇잎이 어우러져 한없이 싱그럽다. 계절마다 표정을 바꾸는 공간이라고 하니 여름과 가을의 표정 또한 궁금해진다.




정원에 깔린 돌길을 따라 걸어 들어가자 고즈넉하면서도 화려한 본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웅장한 규모와 부드러운 마감, 화려한 디테일에서 당시 장인의 기술과 고급 부자재의 흔적이 묻어난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자 마루 너머로 봄빛으로 물든 아름다운 정원이 한눈에 펼쳐진다. 마치 계절이 안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듯 아득한 풍경이다. 본채는 이 정원을 따라 둘러싸듯 지어져 있으며 정원을 향해 창과 마루를 두어 어디서든 감상할 수 있다. 이곳에 머물던 이들이 얼마나 정원을 사랑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현관 오른 편에는 옛 조리기구들을 전시한 부엌 공간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단순한 부엌이라고 하기엔 꽤 넓은 편인데, 당시 이토 가문은 40여 명의 인부들을 거느렸기에 모두 식사를 하려면 매일 60kg의 쌀로 밥을 지어야 했다고 한다. 너른 거실 공간 한쪽에 난 계단을 오르니 프라이빗 한 전시 공간이 펼쳐진다. 100년을 훌쩍 넘긴 보물들이 벽을 따라 전시돼 있고, 중앙에는 당시 집주인이 해외여행 중 푹 빠진 당구대가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점점 한 누군가의 소중한 보물들을 엿보는 일이 흥미진진하게 느껴진다. 걸음을 옮겨 이번에는 외국에서 수집한 보물들이 전시된 별동, 슈코칸Shukokan으로 향했다. 고즈넉한 고택 내부에 고대 이집트 흉상부터 화려한 패턴이 그려진 접시, 컬러풀한 페르시안 회화 작품 등 이국적인 보물들이 한데 모여있다. 옛 일본의 정취가 물씬한 공간에서 이국적인 보물들을 감상하는 경험은 생각보다 특별하다. 눈앞에 펼쳐지는 먼 나라의 옛이야기들을 듣다 보니 과거에서 세계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오랫동안 전시를 감상하고 나오자 바깥은 한낮의 햇살로 더욱 싱그럽게 익어가고 있다. 그중 작은 연못과 울창한 나무가 어우러진 아담한 정원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북방문화박물관은 곳곳에 아름다운 자연을 숨겨두고 있어 산책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벚나무를 비롯해 큰등나무, 고다이 연꽃, 단풍나무 등 저택만큼이나 수령이 오래된 나무도 많아 계절감을 더한다.






고즈넉한 봄 풍경에 취해 이끌리듯 걷다 보면 다양한 공간이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본채를 포함해 쌀을 저장했던 거대한 창고, 인부들이 머물렀던 방, 메인 정원이 한눈에 담기는 다실, 중국과 한국, 일본의 고대 문헌과 자기를 간직한 전시실 등 당시 시대상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 65채나 된다. 구경만으로는 잘 와닿지 않는다면 체험 프로그램에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부뚜막에 거는 날개가 달린 솥인 하가마를 이용해 밥을 지어먹는 하가마 체험, 옻칠과 금박칠을 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그릇을 만들어볼 수 있는 친킨세공 체험 등이 마련돼 있어 과거와 더욱 가까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북방문화박물관
〒950-0205新潟県新潟市江南区沢海2丁目15-25
+81 253-85-2001
09:00~16:30
어른 800엔, 어린이 400엔
관내 가이드(무료) 10:30, 12:00, 13:30, 15:00
hoppou-bunk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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