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품, 구주 코겐 코티지
대자연의 품, 구주 코겐 코티지
  • 신은정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03.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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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주 코겐 코티지

구주 고원 일대에 자리 잡은 구주 코겐 코티지久住高原コテージ. 온천부터 캠핑, 맛있는 식사까지, 오이타의 자연에서 누리고 싶었던 모든 것이 있다.


가끔 뮤직비디오를 보다가 광활한 자연을 마주하는 순간, 그곳이 어딘지 사무치게 궁금해진다. 귀농을 꿈꾸는 것도 아니면서, 시골 마을에 살고 싶은 것도 아니면서.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을 사랑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유전적인 자연 주의자로, 인간이라면 누구나 거대한 자연을 눈앞에 마주하는 순간을 꿈꾼다.


차를 타고 구주 코겐 코티지로 향하는 길. 구불구불한 커브길을 몇 번이나 거쳤을까, 본 적 없는 초원이 펼쳐진다. 갓길에 멈춰있는 차들이 여러 대, 그 옆에서 카메라를 들고 그 넓은 초원을 다 담으려는 듯 고군분투하는 사람들이 몇 명. 덩달아 창문을 열고 고개라도 쭉 내밀어본다.
오이타현 다케타시에는 9개 봉우리로 이루어져 ‘규슈의 지붕’으로 불리는 구주산久住山이 있고, 그 남쪽 해발고도 약 600∼1,100m 지역에 펼쳐져 탁 트인 전망을 자랑하는 구주 고원 속 구주 코겐 코티지가 있다. 사방으로 뻗은 초원의 아름다움은 현지 주민들이 지킨다. 나무가 무성해지지 않도록 매년 3월이면 연례행사처럼 ‘노야키のやき(들판의 잡초를 태워 다음 해의 비료로 삼는 일)’가 열린다.


꽤 오랜 시간 산길을 올라 도착한 구주 코겐 코티지. 따뜻한 산장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어딜 둘러봐도 광활한 자연에 감탄이 나온다. 얼른 무거운 짐을 풀고 산책을 나서고 싶다. 객실로 향하는 길은 계단이 없는 배리어 프리 시설이라 노약자도 이동하기 편하다.
넓은 부지를 사용하는 구주 코겐 코티지에는 80개가 넘는 객실이 있다. 목조 건물인 객실은 서양식과 일본식으로 나뉘는데, 서양식 객실은 마룻바닥으로 되어 있고 침대가 방의 모서리에 한 개씩, 총 네 개 준비되어 있다. 좀 더 일본의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짚으로 짠 다다미 바닥으로 마감된 일본식 객실을 추천한다. 모든 객실 중앙에는 일본식 난방 테이블인 코타츠こたつ가 있어, 도란도란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 좋다. 아늑한 객실의 분위기와 창문 너머 펼쳐진 대자연이 어우러져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믿을 수 없는 풍경에 다시 한번 넋이 나간다.


오이타에 왔다면 온천은 필수. 천연 온천수가 솟아나는 구주 코겐 코티지의 자랑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노천탕이다. 이곳에 꼭 와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시야를 가로막는 장애물이 없어 아소산과 아소 구주 국립공원의 대자연이 펼쳐져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밤에는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별들이 하늘을 수놓고 있다. 프라이빗한 온천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가족탕도 준비되어 있다. 실내 목욕탕 한편에는 사우나도 구비되어 있어 피로를 남김 없이 씻어낼 수 있다.


제대로 즐길 마음만 들고 오면 되는 이곳은 숙박을 하면 조식과 석식이 제공되는 가성비 숙소다. 조식은 낫토, 죽, 계란말이, 생선구이 등 일본 가정식 메뉴와 스크램블 에그, 소시지, 빵 등 서양식 메뉴들을 뷔페로 만날 수 있다. 석식은 가이세키 정식과 야키니쿠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가이세키 정식에는 신선한 회 요리부터 수제 두부, 각종 고기와 수프가 푸짐하게 차려진다. 야키니쿠로는 일본 흑소와 흑돼지, 닭갈비 등 신선한 고기를 맛볼 수 있다. 추가 요금을 내면 특별 메뉴로 변경이 가능하다.


캠핑의 낭만을 쫓는 캠퍼라면 구주 코겐 오토 빌리지에서 하룻밤을 보내보자. 일본에서도 큰 규모로 유명한 구주 코겐 오토 빌리지는 깨끗한 주방과 화장실 등의 편의 시설까지 모두 갖춘 캠핑장으로, 입욕권을 구매하면 구주 코겐 코티지의 온천까지 즐길 수 있다. 캠핑 장비가 없는 사람도 걱정 없다. 텐트와 매트, 의자와 테이블 등의 캠핑 장비를 대여할 수 있다. 캠핑장은 장소를 정해 주는 구획 사이트와 원하는 장소에서 캠핑을 할 수 있는 프리 사이트 존으로 나뉘어 있다. 큰 규모만큼 사이트도 넉넉하다. 구획 사이트는 100m2의 넓은 부지로 대형 텐트와 차를 두고도 여유로울 정도다. 평평한 구획 사이트 이용료는 전기 사용시 6600엔이며, 완만한 경사 부지를 사용하는 프리 사이트는 비교적 저렴한 3850엔이다.


국내에서도 많은 자연을 찾아다녔지만, 비교할 곳이 없을 정도로 새롭다. 굽이진 산길 끝에서 보물 같은 장소를 발견한 기분. 누구에게라도 전해주고 싶다. 황홀한 경치에 피로를 녹이는 온천. 식사까지 잘 대접받고 나면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여행은 늘 찰나의 순간이며 우리는 금세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그럼에도 여행은 멈출 수 없다. 구주 고원에서의 순간들은 삶에 머물며, 언제든 꺼내 먹을 수 있는 추억이 될 것 같다.

구주 코겐 코티지 久住高原コテージ
〒878-0205 大分県竹田市久住町白丹7571-23
+81974643111
kujukogen.com


★가까운 자연 명소


사쿠라 타키
산과 협곡이 많은 아마가세에 위치한 사쿠라 타키(벚꽃 폭포). 아마가세역에서 10분 정도 산책하듯 올라가면 폭포를 만날 수 있다. 사쿠라 타키라는 이름은 폭포수가 얇고 넓게 퍼지는 모습이 벚꽃이 흩어지는 모양처럼 보인다 하여 붙여졌다. 에도 시대 때부터 많은 문인과 예술가에게 사랑 받아 온 폭포로 유명하다.


다이칸보
다이칸보(935.9m)는 우치노마키 온천의 북동쪽에 있는 외륜산의 한 봉우리로, 아소산 일대를 내려다보며 대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원래 도미가하나遠見ヶ鼻라고 불렸으나, 1932년 문호 도쿠토미 소호가 이곳의 웅장한 경치에 감명받아 다이칸보(파노라마 능선)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름처럼 자연의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는 명소로 아소 마을과 석가모니가 누워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열반상이라고 불리는 아소5악까지 보인다. 추운 계절에는 신비한 운해도 볼 수 있다. 경관이 멋져 드라이브를 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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