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작품이 된 공원, 삿포로 모에레누마
예술 작품이 된 공원, 삿포로 모에레누마
  • 고아라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02.0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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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 모에레누마 공원

칭찬과 사랑을 받고 자란 식물이 더 강하고 아름답듯, 공간도 마찬가지다. 쓰레기 처리장이었던 넓은 대지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 되기까지, 모에레누마 공원 곳곳에서 그 행복한 흔적을 더듬어 봤다.


삿포로 시민들의 안식처이자 예술 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는 모에레누마 공원. 삿포로 시내에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고, 도심과는 다른 목가적인 풍경과 평화로운 분위기를 품고 있어 시민들은 주말이면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여름에는 너른 잔디밭에 앉아 피크닉을 하거나 인공 연못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겨울에는 새하얗게 덮인 언덕 위에서 썰매와 스키를 탄다. 덥거나 추울 땐 모에레누마 공원의 랜드마크인 유리 피라미드에 들어가 탁 트인 공원 풍경을 감상하며 잠시 숨을 고른다.
지금의 풍경으로는 도무지 상상할 수 없겠지만, 모에레누마 공원은 본래 쓰레기 처리장으로 사용되던 부지였다. 당시 위기에 처한 자연 늪지를 보존하기 위해 삿포로 시가 수변공원을 계획했고, 1988년 세계적인 조각가로 알려진 이사무 노구치イサム·ノグチ가 설계에 참여해 모에레누마 공원을 조성하기 시작했다. 17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정성스레 가꿔진 쓰레기 처리장은 2005년 7월, 예술공원인 모에레누마 공원으로 재탄생했다. '공원 전체가 대지에 세운 하나의 조각이 어야만 한다'라는 노구치의 철학에 따라 현대적이고 세련된 분위기와 넓은 부지 위를 수놓은 다양한 작품들이 돋보이는 곳이다. 이 작품들은 전시관 속 작품과 달리 누구나 자유롭게 만지거나 올라탈 수 있다.



189ha에 달하는 부지에는 갤러리와 야외무대, 음악 연주홀, 테니스장, 육상 경기장, 이사무 노구치가 직접 설계한 놀이터 등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공원에서 가장 유명한 스폿은 익히 알려진 것처럼 유리 피라미드다. ‘해가 드는 곳’이라는 의미의 ‘히다마리HIDAMARI’라는 예쁜 이름처럼 벽면이 모두 유리로 되어 있어 따스한 햇살이 온전히 쏟아지는 공간이다. 또한 공원 중심에 자리해 있어 실내 벤치에 앉아 사방으로 펼쳐지는 공원의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내부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에 올라가면 이사무 노구치와 모에레누마 공원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는 갤러리가 있다. 이곳에서는 노구치에 대한 소개와 그의 업적, 작품을 비롯해 모에레누마 공원의 과거와 탄생 과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이외에도 시민들이 문화의 장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조성한 다목적 공간, 레스토랑, 상점 등이 있어 계절과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찾는다.



히다마리와 가까운 곳에는 길게 뻗은 능선이 아름다운 인공 산, 모에레야마가 자리하고 있다. 해발 62m의 야트막한 산이지만 겨울이면 보슬보슬한 눈이 두텁게 쌓여 천연 썰매&스키장으로 인기다. 삿포로 북동부의 유일한 산으로 지역의 랜드마크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높이가 낮아 큰 기대 없이 올랐다가도 예상외로 탁 트인 풍경에 놀라게 된다. 여름에 모에레누마 공원을 찾았다면 모에레비치를 추천한다. 6월부터 9월까지만 개방하는 곳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인기가 많다. 완만한 절구 모양의 부지 중앙에 이사무 노구치가 만든 얕은 연못이 조성돼 있는데, 주변을 산호로 포장해 아름다운 해변을 연상케 한다. 부지 주변에는 잘 다져진 산책길이 둘러져 있어 천천히 걸으며 사색을 즐기기 좋다. 반면 봄에 찾아오는 이들은 ‘벚꽃의 숲’이 목적인 경우가 많다. 약 3천 그루의 벚나무가 모여 있어 매년 4~5월이면 벚꽃이 만개해 장관을 이루는 것. 이 기간에는 시민들도 많이 찾아오기 때문에 이른 시간이나 늦은 오후에 방문하는 편이 좋다. 이외에도 공원 중심부를 차지한 지름 48m의 ‘바다의 분수’, 지름 2m의 스테인리스 기둥을 조합해 만든 삼각뿔인 ‘테드라마운트’, 어린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자연 속 놀이터 ‘사쿠라노모리’ 등이 있다.



모에레누마 공원은 친환경 공원으로도 유명하다. 공원 삼림을 가꾸는데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더불어 모든 실내 공간의 냉난방 역시 태양열과 눈을 이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거대한 공원을 보살피는데 얼마나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공원 구석구석 어느 하나 관심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건축물 뒤편의 작은 나무조차 갓 빗질을 마친 것처럼 말끔한 얼굴이다. 살아있는 것들은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이 막대한 영향을 미치기 마련. 모에레누마 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공간에도 관심과 사랑이 계속되기를, 이 공간이 앞으로도 예쁘고 반듯하게 커가기를 바라본다.

모에레누마 공원 モエレ沼公園
〒007-0011 北海道札幌市東区モエレ沼公園1−1
07:00~22:00
+81117901231
moerenumapark.j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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