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행복한 여행을 만드는 일
모두가 행복한 여행을 만드는 일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3.01.13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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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두환 (주)공감만세 대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여행 화두는 ‘공정여행’으로 귀결된다. 여행자와 지역이 모두 상생하는 공정여행의 중요성을 10여 년 전부터 외친 ㈜공감만세의 고두환 대표를 만나 새로운 시대에 여행 문화가 나아갈 길이 무엇인지 짚어봤다.




사회적기업 ㈜공감만세는 어떤 기업인가요.
공정여행을 추구하는 회사로 2009년 문을 연 이후 2011년에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습니다. 창업 전에는 프리랜서 기자 생활을 했죠. 여행을 좋아하다 보니 많은 나라를 돌아다녔어요. 독일과 태국을 여행하면서 공정여행을 접했죠. 여행을 통해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독일의 경우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을 이스라엘로 수학여행 보내요. 학생들이 유대인의 삶을 눈으로 보고 체험하면서 역사를 회피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하죠. 태국은 우리나라보다 지자체의 힘이 강합니다. 지역사회기반관광CBT 프로그램 등을 통해 지방의 재정 자립도를 높였고, 일자리가 늘어났어요. 이렇게 독일이나 태국 등지에서 여행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했고, 한국에도 공정여행을 전하고 싶어 창업하게 됐습니다.

2009년만 해도 한국에 공정여행이라는 단어가 낯설었을 시기입니다. 사업이 쉽지 않았을 것 같은데요.
그 무렵 공정여행이라는 단어가 대중들에게는 생소했지만 교과서에 소개되기도 하고 수능시험에 등장하기도 했어요. UN에서도 정책적으로 공정여행, 지속가능한 관광을 계속 이야기했죠. 사회적으로는 제주 올레길이 등장한 시기와도 맞물렸어요. 올레길이 워낙 인기를 끌면서 제주 내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부각되던 시기에요. 지금처럼 공정여행이 일반화되진 않았지만 한쪽에서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논의되던 주제였죠.

사회적기업의 조건이 까다롭다고 들었습니다.
㈜공감만세는 창립 이후 2년 만에 사회적기업으로 인증 받았습니다. 사회적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충족돼야 하는데요. 크게 두 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죠. 먼저 정관 수익의 2/3 이상을 사회에 환원해야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조건이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죠. 또 다른 조건은 민주적 의사결정이 가능한 이사회를 갖추어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여행이 증가하면서 오버투어리즘 등의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여행이 보편화된 계기는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마이카 시대가 도래하며 국내 여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LCC의 등장으로 해외 여행이 쉬워졌죠. 이동권이 보장되고 확대되면서 여행의 수요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습니다. 여행이 보다 편리한 사회에서 여행자의 이익은 당연히 늘어납니다. 그렇다면 여행자를 수용하는 지역은 무엇이 좋아졌을까요? 실제로 여행객이 증가하면 지역의 관광 수익이 크게 늘 거라 기대하지만 여러 가지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로는 지역 내 이익이나 고용률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된 곳이 많습니다. 지역민들은 관광객이 늘어나면 지역이 경제적으로 보다 활기차질 거라 기대합 니다. 그런데 실제 뚜껑을 열어 보니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거죠. 오히려 관광지 내 쓰레기 문제나 소음 등의 문제로 고통받는 지역민들이 늘고 있죠. 여행자들이 숙박하지 않고 당일 방문하는 경우에는 이익이 더욱 남지 않습니다. 특히 지역 축제가 대표적이죠. 지자체에서 비용을 들여 축제를 기획하지만 막상 수익은 남지 않으니 지자체 내에서도 ‘과연 축제가 도움이 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됐습니다. 그래도 고무적인 것은 코로나19로 여행의 횟수보다 질을 따지는 이들이 늘었습니다. 공정여행의 토대가 마련됐죠.

공정여행이 정착되기 위해서는 여행자의 인식 변화가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급변하는 한국 사회에서 공정여행이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것들이 필요할까요.
2008년부터 2012년까지가 공정여행을 본격적으로 알리기 시작한 초기입니다. 당시에는 캠페인을 중심으로 공정여행을 알리다 보니 크게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공정여행과 관련한 법과 제도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죠. 공정여행이 한국에 잘 정착하기 위해서는 공급 인프라를 확대하고 공정여행과 관련된 정보를 볼 수 있는 아카이빙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정여행을 다루는 여행사가 늘고 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지자체도 늘어야겠죠.
세계적인 여행 플랫폼인 트립어드바이져나 에어비앤비에도 공정여행 관련 콘텐츠가 있어요. 그런데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공정여행 콘텐츠 소비가 적다고 하더라고요. 한국인들에게 맞는 스타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노력이 필요하겠죠.



해외에서는 공정여행 수요가 많은 가요?
영국의 경우 전체 여행 중 15%가 공정여행이에요. 꾸준한 캠페인을 통해 여행자의 인식을 개선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공정여행을 인증하며 지속가능한 여행을 장려하죠. 영국인들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하면 여행을 떠날 때 공정여행을 하겠다는 비율이 높아요. 한마디로 공정여행에 대한 추구성이 매우 높죠. 영국은 대학의 학부부터 관광을 전공할 수 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대학원에 가서야 관광을 본격적으로 전공하고 연구하죠. 공정여행이 확대되기 위해서는 결국 여행자 스스로 공정여행에 대한 추구성을 가져야 합니다.
태국도 공정관광이 매우 잘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에요. 관광객들이 현지에서 소비하면 지역에 보탬이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가까운 일본 역시 공정관광을 통해 지역과 여행자가 상생하는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습니다.

10년 넘게 여행 업계에 몸담아 왔습니다. 그 사이 우리나라의 여행 문화는 어떻게 바뀌었나요.
분명 발전했습니다. 과거에는 염가, 저가의 여행 상품이 남발했죠. 여행지까지의 항공권이 50만원인데 30만원짜리 여행 상품이 정상일 수는 없잖아요. 이러한 상품이 누군가의 노동력이나 이익을 착취한다는 문제점을 대중이 인식했습니다. 대중의 윤리적 수준이 향상됐죠. 여행에 대한 인식도 달라졌습니다. 단순히 관광지를 보고 먹고 즐기는 데서 벗어나 한 번을 가더라고 원하는 여행을 설계하며 질을 높이고 있어요.

㈜공감만세는 지자체와 함께 다양한 여행 상품을 개발하고, 더 나은 여행 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떠한 일들을 하고 있나요.
지자체와 함께 조례를 만들고 있습니다. 공정여행이 보다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캠페인도 좋지만 법적 근거가 필요해요. 지자체 공무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공정여행에 대한 인식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합니다. 이러한 이해가 바탕이 된 기획자가 필요하니까요. 또 지역마다 관광 인프라가 다르기 때문에 지역별 관광지표를 만들어 제공합니다. 지표를 통해 지역에 맞는 여행 프로그램을 더 잘 기획할 수 있도록 돕죠. 지금까지 30~40여 개의 지자체와 함께 일해 왔습니다.



최근에는 지자체와 고향사랑기부제라는 새로운 일도 시작했습니다. 어떤 제도인지, 이것이 공정여행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고향사랑기부제는 지자체가 개인에게 기부금을 받는 제도입니다. 개인이 고향 또는 애정을 가지고 있는 지역에 기부하면 기부금의 30%까지 답례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부금액이 10만원까지는 100%, 500만원까지는 16.5%까지 공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10만원을 기부하면 100% 공제를 받고 이 금액의 30%에 해당하는 답례품을 받을 수 있으니 개인은 오히려 이득이죠.
고향사랑기부제는 2008년 일본에서 시작된 제도입니다. 일본의 경우 이 제도를 통해 지역발전에 큰 도움이 됐죠. 특히 관광과 연계해 성공한 사례라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인구가 점차 줄어드는 지방 소도시의 경우 이주를 통해 인구를 늘리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지방 에 기부하게 되면 아무래도 그 지역에 더 큰 애정이 생길 수밖에 없죠. 일본인들은 보통 10년 이상 꾸준히 기부를 한다고 해요. 시간이 갈수록 지역과의 연대감이 생기고, 자연스럽게 휴가를 떠날 때도 그 지역을 방문하게 되죠. 인구는 늘지 않지만 관계 인구가 점차 증가하면서 지방의 재정 자립도가 좋아지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한국 역시 이러한 성공 사례를 본보기 삼아 다양한 관광 프로그램을 개발해 고향사랑기부제의 긍정적인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감만세의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인구가 줄고, 재정이 축소되면서 지역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산적해 있습니다. 이를 웃고 즐기면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여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광을 통해 지역과 관광객이 동시에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겠죠. 고향사랑 기부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답례품과 여행을 결합해 지역에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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