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서울, 길
가을, 서울, 길
  • 김경선
  • 승인 2022.11.16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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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 둘레길

완연한 가을로 접어든 서울의 도심이 서서히 가을색으로 물들어 간다. 서울에서 가장 손쉽게 만나는 아름다운 가을길을 꼽자면 단연 남산이 아니겠는가.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어오는 10월의 어느 날, 남산의 풍경을 두 눈에 담아봤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라면 한 번쯤 가봤을 남산. 에디터는 계절마다 남산을 찾는다. 특히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과 가을이면 그 횟수는 늘어난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남산이지만 그중 으뜸은 가을이다. 수목이 울창한 남산의 숲이 가을색으로 물들어가면 그 아름다움은 배가 된다.
제법 선선해진 날씨에 발걸음이 자연스레 남산으로 향했다. 10월의 초입, 아직 숲은 여전히 초록이지만 간간이 붉게 물든 나뭇잎이 가을 분위기를 연출한다. 남산의 가을을 오롯이 느끼고 싶다면 둘레길이 정답이다. 남산 전체를 아우르는 둘레길은 사방 어디서든 접근이 쉬워 대중교통으로 가기도 좋다. 에디터의 경우, 남산 백범광장 옆 남산공원 주차장을 들머리로 잡았다. 주차하기 간편할 뿐만 아니라 원점회귀가 용이하고, 남산을 바라보는 전망이 좋아 사람들이 많이 찾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른 아침의 남산공원 주차장은 한산하다. 주차를 한 후 삼순이계단 옆 역사문화길을 따라 왼쪽 길로 접어들었다. 길은 곧 북측순환로를 만난다. 북측순환로는 도보 길이지만 길이 널찍하고 정비가 잘 돼 있어 언제 가도 산책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완만한 오르막과 내리막이 이어지는 길을 따라 남산의 가을을 만끽한다. 우거진 녹음을 뚫고 빛의 세례가 쏟아지는 길은 걷는 것 자체로 힐링이다.
속도를 높여 가볍게 달리기를 해봤다. 마침 인근 중학교에서 자그마한 마라톤 대회를 진행하고 있어 아이들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순환로를 달렸다. 서늘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야트막한 오르막이 힘겹게 느껴질 때쯤 길은 북측순환로의 끝에 닿았다. 국립극장 들머리다.


끝없이 오르는 남측순환로
국립극장에서 북측순환로를 따르는 길은 제법 된 오르막이다. 달리던 걸음을 잠시 멈추고 속도를 늦춘다. 남산의 남쪽 둘레길은 크게 남측순환로와 산림숲길+야생화원길+자연생태길 두 가지로 나뉜다. 평소 산림숲길과 야생화원길을 좋아하는 에디터는 이번엔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남측순환로로 접어들었다. 남측순환로는 북측순환로처럼 널찍하고 잘 정비된 길이 이어지지만 차이점이라면 남산 전망대까지 찻길이 함께 있다는 점. 전망대로 향하는 버스가 종종 등장할 때마다 부러움의 시선을 던진다.
다시 속도를 높여 달리기를 시작한 에디터. 숨이 꼴딱거릴 때쯤 등장한 포토 아일랜드에서 서울의 황홀한 전망을 핑계 삼아 잠시 휴식 시간을 가졌다. 한 굽이 넘어서면 내리막이 나오겠지, 하면 다시 오르막. 조금 더 달리면 평지가 나오겠지, 하면 또다시 오르막. 길은 그렇게 정상까지 꾸준히 오르막이다. 그리고 등 장한 남측 포토 아일랜드. 고도를 한참 올려서인지 뿌연 날씨 속에서도 서울 시내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니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한참을 달리고 걸어 서울한양도성을 만났다. 성곽길을 따라 잠시 걸으면 남산 서울타워 버스 종점(02, 03, 05번 버스)이 나오고 잠시 고도를 급하게 올려 남산서울타워에 닿는다. 평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전망대에는 이미 관광객들과 산책 나온 시민들이 가득하다. 사방으로 펼쳐지는 천만 도시 서울의 전경에 입에서는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온다. 코로나19 이후 드물었던 외국인들도 제법 보인다. 한국인이건 외국인이건 서울 시내 전망에는 모두 한마음 한뜻으로 감탄사를 흘린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지만 노력에 대한 보상은 차고도 넘칠 만큼 매력적이다.
에디터가 오늘 선택한 길은 남측순환로였지만 시간의 여유가 있다면 남측순환로 초입에서 빠져 산림숲길을 걸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산림숲길은 순환로와 달리 잘 정비된 산길 같아서 남산을 좀 더 자연친화적으로 만끽하기 좋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산림이 어우러진 길은 야생화원길로 이어지는데, 남산야외 식물원과 무궁화원을 지나는 길은 잘 꾸민 정원처럼 아기자기한 멋이 가득하다. 야생화원길은 다시 자연생태길로 이어지고 역사문화길을 만나 처음의 남산공원주차장으로 이어져 원점회귀하기 좋다.

남산서울타워가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길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 도착했으니 스타벅스에서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며 땀을 식혀본다. 평일 오전의 남산은 주말만큼 사람이 많지 않아 호젓하게 여유를 부리기 좋다.
하산은 중앙계단길을 통해 다시 남산공원주차장이다. 중앙계단길은 목멱산봉수대 왼쪽으로 성곽을 따르는 길이다. 다소 가파르지만 30여 분이면 정상에 닿을 수 있고, 수시로 서울 조망이 펼쳐져 남산 정상으로 오르기 가장 좋은 길이다. 성곽을 따라 내려가며 수시로 등장하는 서울 조망을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 미세먼지가 많은 탓인지 뿌연 전망은 다소 아쉽지만 가을이 내어주는 서늘함은 산책의 즐거움을 꺾지 못했다.
중앙계단길 끝에서 뒤를 돌아보면 성곽길 너머의 남산이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야트막한 산등성이 위에 우뚝 선 남산을 사진에 담아본다. 총거리 7.7km, 약 1시간 30분의 산책이 끝이 났다. 완연한 가을색을 보지 못한 아쉬움은 10월 말로 잠시 미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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