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주는 위로
계절이 주는 위로
  • 고아라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2.10.03 1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주 가을 산책

동네 주민이 일궈놓은 아담한 밭들은 서서히 익어가고 듬성듬성 쌓인 돌담 틈새로 시원한 가을바람이 새어 나온다. 마을로 향하는 기나긴 길은 동네의 이야기가 담긴 벽화가 흥미롭다. 공주에 있으면 자꾸만 걷고 싶다.

공주 하숙테마거리
원도심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제민천은 여전히 포근하고 정겨운 풍경을 품고 있다. 이 하천을 따라 아담한 건물들이 줄지어 있는데, 이곳이 바로 하숙테마거리다. 조선시대 말, 충청지역의 중심지였던 공주는 선교사에 의해 수많은 학교가 세워졌다. 1906년 설립된 영명학교를 비롯해 공주공립고등보통학교 등이 운영되면서 교육 중심지로 거듭나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주변 주택가들은 하숙방을 내놓았다. 1970년대에는 타지 학생들이 공주 시내 고등학교로 몰려들어 제민천 일대에 하숙방을 얻어 살았다. 제민천변을 걷다 보면 벽면에 전시된 사진을 통해 당시 제민천 풍경과 학생들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이 거리에서 가장 유명한 곳은 2017년에 개관한 공주하숙마을. 게스트하우스로 운영 중인 이곳은 옛 한일당약국과 인근 가옥을 개조해 만들었으며 옛 하숙집 구조와 시설을 최대한 보존해 1970년대 하숙생의 생활을 몸소 체험하고 즐길 수 있다. 그때 그 시절의 정취가 남아있어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젊은 층에게는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를 제공한다.
공주시 당간지주길 21



©공주시

공주 메타세콰이어길
정안천 생태공원은 자전거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정안천을 따라 쭉 뻗은 자전거 도로가 조성돼 있으며 달리는 내내 탁 트인 풍경이 펼쳐져 운치 있는 라이딩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자전거 도로 한편에는 약 500m의 나무길이 이어지는데, 사진 명소로 잘 알려진 공주 메타세콰이어길이다. 2011년 조성된 이 길은 하늘을 찌를듯 높이 솟은 나무가 길을 따라 양옆으로 빽빽하게 줄지어 있어 마치 숲 터널 속에 들어와 있는 기분을 선사한다. 짧은 길이지만 중간중간 쉬어갈 수 있는 정자와 벤치가 있어 메타세콰이어길의 아늑한 분위기를 즐기기에 충분하다.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인생 샷을 찍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갈 것. 길 옆으로는 넓은 연꽃 단지가 조성돼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공주시 의당면 청룡리 905-1


©공주시

©공주시

금학생태공원
상수원이었던 금학수원지가 주민들의 휴식처이자 놀이터인 금학생태공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2만9504m²에 달하는 부지에 두 개의 큰 저수지가 있는데, 이들 저수지 수변에 산책로를 조성해 누구나 자연 속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2.1km의 산책로는 주변이 온통 숲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걷는 내내 잔잔한 물소리와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 소리가 들려와 힐링 트레킹을 즐기기에 제격이다. 두 개의 저수지는 각각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 위쪽에 자리한 저수지는 인공 섬이 조성된 취수탑이 있다. 수변에 나무 데크를 설치해 편안하게 산책을 즐길 수 있으며 물 위를 걷는 듯한 기분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한쪽에는 생태 습지 위로 데크가 지나 습지의 자연을 가까이에서 탐방할 수 있다. 아래에 자리한 저수지는 폭신한 흙길이 깔려있어 한결 더 아늑하다. 더불어 주미산과 수원지를 가까이에서 조망할 수 있는 둥근 모양의 전망대도 즐길 수 있다. 금학생태공원에는 두리봉과 봉화대로 오르는 공주대간 트레킹 코스가 있어 산책로가 끝나도 트레킹을 이어나갈 수 있다.
공주시 금학동 111-2


하신리 정원마을
정겨운 벽화와 아기자기한 돌담길이 있는 아담한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나는 집 담벼락에 하신리 마을 지도가 커다랗게 그려져 있다. 마을 지도마저 벽화로 만들다니,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 마을지도를 마주하는 작은 놀이터가 있는데, 제법 서늘한 가을에도 땀을 뻘뻘 흘리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 정겹다. 마을회관을 지나면 본격적인 벽화거리가 시작된다. 담벼락뿐만 아니라 집 전체가 색색의 그림 옷을 입고 있어 눈이 즐겁다. 꽃이 드문 계절인데도 외관에 꽃그림이 가득해 봄기운마저 감돈다. 하신리 정원마을에서는 새로 지은 건물을 찾아보기 힘들다. 한옥이나 판잣집을 개조한 집들이 대부분인데, 주민들이 손수 고쳐나간 흔적에서 긴 세월이 엿보인다. 곳곳에는 여전히 돌담을 보존하고 있는 집들도 많다. 오랜 세월 정교하게 쌓아 올렸을 돌담은 철문보다 든든해 보인다.
공주시 반포면 하신소1길 20

©한국관광공사

마곡사 명상길
공주의 대표적인 여행 명소인 마곡사에도 조용히 사색하기 좋은 길이 있다. ‘명상길’이라 불리는 이곳은 솔향기가 그윽한 숲길로 조성돼 있어 종교와 상관없이 많은 이들이 휴식을 위해 찾는다. 마곡사 주차장에서 계곡 옆으로 이어진 탐방로가 명상길의 시작이다. 7~8분 정도 걷다 보면 마곡사가 모습을 드러내는데 단풍나무가 많아 가을이면 특히 장관을 이룬다. 특히 명부전 앞 단풍나무는 유독 크기가 크고 웅장해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여유가 된다면 마곡사에 자리한 백범당도 함께 둘러보자. 해방 후인 1946년 백범 선생이 머물렀던 곳으로 당시 마을 사람들과 심은 향나무가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다시 탐방로로 돌아와 조금 더 걸어들어가면 숲 깊숙한 곳에 자리한 백련암이 나타난다. 백련암 뒤에는 한 가지 기도는 꼭 들어준다는 마애불이 있으니 마음에 품었던 소원을 빌어보자. 명상길은 총 3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1코스는 삭발바위와 군왕대를 거쳐 마곡사로 돌아오는 길, 2코스는 마곡사에서 출발해 백련암, 활인봉, 생골까지 다녀오는 길, 3코스는 백련암과 나발봉, 군왕대 등 주변 숲길을 두루 아우르는 길이다. 2코스와 3코스는 3~4시간이 소요되는 긴 코스이니 간단히 가을 산책을 즐기고 싶다면 1코스를 추천한다.
마곡사 공주시 사곡면 마곡사로 966


©공주시

©공주시

공산성 성곽길
세계유산이자 백제역사 유적지구인 공산성. 백제 당시 수도를 수비하기 위해 쌓은 성곽이 지금은 고즈넉한 산책로가 되어 사람들의 발길을 모으고 있다. 공산성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여행 명소지만 가을에 유독 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제법 경사가 있는 공산성을 무리 없이 둘러볼 수 있도록 돕는 시원한 날씨, 그리고 공산성과 어우러지는 고즈넉한 자연 풍경 덕분이다. 매표소를 지나 언덕을 오르면 가장 먼저 금서루를 만나게 된다. 이곳이 공산성의 모든 산책 코스가 시작되는 지점이다. 가장 인기가 많은 코스는 30분 정도 소요되는 왕궁지 코스다. 금서루를 지나 쌍수정, 왕궁지, 진남루를 거쳐 다시 금서루로 돌아가는 길이다. 성곽길은 양옆으로 나무가 울창해 자연의 품속에 들어와 있는 듯한 아늑함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성곽 위를 걷다 보니 공산성 주변의 도심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기도 한다. 성곽을 따라 걷다 보면 조선 16대 왕인 인조가 머물렀던 일을 기록한 쌍수정이 나타난다. 이후 공산성의 정문인 진남루를 지나 쌍수료를 건너면 앞쪽으로 탁 트인 금강 풍경을 품은 영은사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영은사는 1458년에 지은 사찰로 도지정 유형문화재 제51호에 등록돼 있다.
공주시 금성동 53-51

상신리 돌담길
공주의 멋과 풍류를 느끼고 싶다면 상신리 돌담길을 걸어보자. 상신리는 예로부터 도예공들이 모여 사는 도예마을로 잘 알려져 있다. 도심과 조금 떨어진 계룡산 자락에 자리하지만 때묻지 않은 자연 속 아기자기한 마을을 감상하려는 여행객들과 도예체험을 하러 온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상신리 돌담길은 이름 그대로 대부분의 집들이 돌담을 갖추고 있다.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인 돌을 쌓아 올린 모습은 감탄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정교하다. 상신리는 돌담과 더불어 장승이나 솟대, 선돌 등 전통마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전통 촌락이다. 어느 쪽으로 고개를 돌려도 예스럽고 정겨운 풍경이 펼쳐져 ‘돌 담풍경마을’이라고도 불린다. 상신리 돌담길과 전통문화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다면 마을 입구에 위치한 신야도원 전통문화마을센터를 찾아가면 된다. 체험 프로그램을 예약하면 다양한 전통놀이와 향토음식 만들기, 마을 이야기 듣기 등을 즐길 수 있다.
공주시 반포면 상하신길 396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