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갤러리
숲속의 갤러리
  • 고아라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2.09.30 08: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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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미산 자연미술공원

새하얀 벽 대신 탁 트인 숲이, 시멘트 냄새 대신 풀 내음 가득한 향이 반기는 미술관. 연미산 자연미술공원에서 산책과 예술을 동시에 즐기고 왔다.



자연에서 만난 세계의 작품들
가을 트레킹 장소로 연미산 자연미술공원을 선택한 이유는 순전히 사진 한 장 때문이었다. 공주 출장을 앞두고 여러 장소를 물색하던 중 숲속에예술작품들이 한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모습이 묘한 충격을 주었다. 인간의 손으로 만든 것이 마치 숲에서 태어난 생명체처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다니. 그저 걷는 것만으로도 좋을 가을 트레킹에 예술이 더해지니 설렘은 자꾸 불어났다.
연미산 자연미술공원에 다다르자 입구 반대편에 거대한 곰이 한 손을 들어 우리를 반긴다. 철로 만든 작품이지만 수풀이 우거진 산속에 우뚝 서있으니 진짜 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자를 살펴보니 공주에는 곰나루에 얽힌 슬픈 전설이 전해 내려오고 있는데, 이 곰은 그 전설의 주인공을 철 조형물로 형상화한 것이다. 아주 먼 옛날 곰냇골 동굴에 사는 암곰 한 마리가 곰나루에서 고기를 잡던 어부를 납치해 함께 살았는데, 새끼를 둘이나 낳았지만 어부는 나루를 건너 도망쳤다. 이를 쫓던 암곰과 새끼들이 그만 나루에 빠져 죽고 말았다는 전설이다. 그 뒤로 곰나루에는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슬픈 사연 을 듣고 보니 앞으로 뻗고 있는 곰의 손이 인사가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남편을 붙잡으려는 애절한 손짓이었던 것. 안쓰러운 마음을 안고 입구로 향했다.


매표소를 지나 숲으로 들어서자 울창한 나무 사이로 다양한 작품들이 숨바꼭질하듯 슬쩍슬쩍 보인다. 숲에 설치된 예술작품 들은 (사)한국자연미술가협회-야투가 주관해 연미산에서 개최된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에서 선보였던 작품들이다. 행사가 끝 난 후 작품을 치우는 대신 언제든 감상할 수 있도록 미술공원으 로 조성한 것이 지금의 연미산 자연미술공원이다. 설치 작품들은 숲의 생명들이 그러하듯 그곳에 살다가 수명이 다하면 그 해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의 새로운 작품으로 교체된다. 덕분에 관람객은 새로운 작품도, 시간에 따라 자연스럽게 변해가는 작품의 모습도 지켜볼 수 있다. 올해에도 2022 금강자연미술비엔날레가 개최됐다.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또, 다시 야생>이다. 기존의 자연 보전이 하나의 고정된 이상적 자연을 상정한 채 이를 회복하거나 지키는 데 주력한다면, 재야생화는 다양한 인간 및 생물들의 활동을 통해 복수의 자연들이 생성할 수 있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다. 이번 행사 역시 한국을 비롯해 미국, 남아프리카 공화국, 이탈리아, 몽골, 루마니아, 헝가리 등 10개국 26인이 참여했으며 전시 기간은 8월 27일부터 11월 30일까지다.


자연미술관은 처음이라
실내 전시가 익숙한 탓인지 아무리 숲속에 덩그러니 놓여있다고 해도 작품에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 전시관 벽면을 따라 일렬로 진열된 작품 앞에는 어김 없이 ‘작품에 손대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적혀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미술관은 작품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둘 수 있도록 제한선이 그어져 있기도 하다. 습관처럼 작품과 거리를 둔 채 감상을 이어가고 있던 중, 독특한 나무 구조물에 적힌 글귀를 발견했다. ‘신발을 벗고 올라가세요’ 신발을 벗으면 작품을 밟고 올라가도 된다는 뜻이다. 낯선 관람 방식에 호기심이 생겨 곧바로 양말만 신은 채 구조물을 올랐다. 몇 개의 다리만 밟았을 뿐인데 공원의 풍경이 180도 달라진다. 분명 아늑함이 느껴지는 숲의 품속이었는데, 작품 위에 올라서니 탁 트인 공원 전경이 펼쳐진다. 이곳의 작품들은 이 자리에 있는 이유가 있구나 싶다. 조금 더 걸어 올라가자 이번엔 해먹을 닮은 나무 조형물이 나타난다. 이제 더 이상 망설일 필요가 없다. 나무 해먹 위에 냅다 눕고 보니 온몸이 노곤해진다. 천으로 만든 해먹보다 안정감 있고 편안하다. 하늘을 바라보니 나무로 엮은 아치형 지붕 사이로 가을 햇살이 스며든다.


이외에도 볼거리가 한가득이다. 상설 전시 중인 기존 50여 점과 올해 비엔날레를 통해 새롭게 설치된 20여 점까지 숲 곳곳에 다양한 작품들이 숨어있다. 세계 각국의 작가들이 참여해서인지 작품의 형태도 의미도 제각각이다. 산에 지어진 미술관이라 경사가 있고 부지가 넓어 도중에 체력이 다해 모두 둘러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걱정을 했는데, 오산이었다. 한 작품을 감상하고 나면 저 나무 너머로 호기심을 발동시키는 독특한 작품이 또 눈길을 끌었고, 다음 작품을 보고 나면 다른 신비로운 설치작품이 발걸음에 힘을 실어 넣었다. 숲 곳곳을 누비며 관람을 마치고 나니 1시간 정도 소요될 것이라는 안내문과 달리 2시간에 가까운 시간이 훌쩍 지나있었다. 모든 작품의 설명을 읽어보고 직접 몸으로 겪어보느라 힘이 드는지도, 시간이 가는지도 몰랐던 것이다.
그간 야외에 설치된 작품을 본 적은 많지만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키며 숲과 함께 늙어가고 또다시 태어나는 전시 형태는 낯설다. 그러나 숲은 생물이 스스로 자라나고 소멸하는 생명 그 자체의 장이다. 이 자리에 태어난 예술이 숲속의 여느 생물처럼 가장 아름다운 빛을 발한 후 그 속에 어우러져 천천히 소멸로 향하는 일은 어쩌면 당연하고 아름다운 순리가 아닐까.공주시 우성면 연미산고개길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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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cemog 2022-10-06 11:4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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