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할 결심
솔직할 결심
  • 신은정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2.09.13 12: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선태 충주시청 홍보담당관실 주무관

이토록 솔직한 공무원이 있을까. 그는 충주시 유튜브 채널 ‘충TV’를 운영하는 ‘충주시 홍보맨’ 충주시청 홍보담당관실 김선태 주무관이다. 지자체라는 딱딱한 색을 친근하게 바꾸고, 틀을 깨고, 대중에게 다가간다.

항상 일정한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감정 기복이 없거나, 몸무게가 늘지도 줄지도 않거나. 무슨 일이든 꾸준히 같은 상태를 유지하는 사람을 보면 정말 같은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경이롭다. 어릴 적엔 변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 아무 노력도 하지 않으면 유지되는 상태인 줄로만 알았지만 머리가 좀 더 굵어진 뒤에야 깨달았다. 변하지 않는 것. 그게 제일 어려운 일이었다. 수많은 평가를 감당해 내야 하는 자리는 더 그럴 것이다.
유튜브가 대세 플랫폼으로 떠오르면서 무수히 많은 유튜버들이 떠올랐고, 그중 상당수는 저물었다. 대중과 소통해야 하는 유튜브는 살얼음판이다. 이전에도 소셜미디어 등으로 쌍방향 소통의 중요성이 화두로 떠오른 적은 있었지만, 구독자 수가 곧 사회적 인정이자 누군가에게는 권력이 되는 유튜브는 분명 전혀 다른 판이다. 대중의 뭇매를 맞기에 최적화된 자리이기 때문에. 그래서 충주시청의 유튜브를 담당하는 김선태 주무관은 별종이다. 분명 어깨에 남들과는 다른 짐을 이고 있는데 그 살얼음판을 3년 동안 잘 걸어왔다. 그를 만나기 위해 3년간 그가 했던 인터뷰와, 올렸던 영상을 봤다. 한결같다. 변하지 않고 매주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그의 고충은 무엇일까.

ⓒ충주시 유튜브 채널



충주시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가 27만 명이 넘었습니다. 21만 명인 충주시 인구를 훌쩍 넘었고, 서울시 유튜브 채널도 이겼습니다.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너무 늦었죠(웃음). 잘 될 줄은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습니다. 관공서 채널은 원래 구독이 쉽게 일어나질 않아요. 보긴 봐도 구독까지 하기는 자존심이 상한다고 할까요.

시작한 지 3년이 됐네요.
2019년 4월에 시작했어요. 펭수보다 선배죠. 처음과 지금,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똑같지만 조금은 결이 달라요. 지금은 배부른 고민일 수도 있습니다. 그때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핸드폰만 가지고 촬영하는 열악한 상황이었으니까요. 원래 사진도 잘 찍지 않는 편이였으니 영상에 대해 아예 몰랐죠. 그런 사람이 갑자기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게 됐던 거니까 고민이 많았었어요. 처음에는 뭘 할지 몰라서였다면 요즘은 새로운 것을 생각해내야 해서 어려워요. 재밌는 아이템이 떠올라도 수위 조절을 해야 해서 할 수 없는 것도 많고요.


기획부터 편집까지 모두 혼자 한다고요.
저는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혼자 하는 게 더 편해요. 기획, 연출, 촬영, 편집까지 모두 다 하면 제가 원하는 웃음 코드를 맞출 수 있어요. 원래 일이란 것이 같이 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의도하는 포인트를 놓치기 쉽잖아요. 어떻게 보면 혼자 하는 건 토끼 같은 거죠. 작고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으니까. 영상의 퀄리티가 높아야 한다면 어렵겠지만, 저희 채널의 영상들처럼 웃음 포인트를 살리는 것이 중요한 경우에는 장점이라고 볼 수 있죠.

각종 패러디, 인터뷰뿐만 아니라 낮잠 방송, 페트병으로 한강을 건너는 등 뜬금없지만 굉장히 이색적인 콘텐츠들이 쏟아집니다. 특유의 B급 감성으로 많은 인기를 끌기도 했고요.
획기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재능이 95%입니다. 저도 재능이 부족하니까 이슈와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많이 하면서 엄청 노력하죠. 구독자분들의 입맛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게요. 또 B급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어요. 돈을 주고 인위적 으로 만들어내는 B급도 있지만, 제가 하는 B급은 솔직함입니다. 진짜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요. 발언이든 행동이든 콘텐츠든 있는 그대로 보여주니까 거기서 오는 희열감이 있는 것 같아요. 그게 다른 기관과 차별점이기도 하고요.



영상에 나오는 모습이 평소 모습인가요?
거의 그대로예요. 평소보다 텐션이 올라가긴 하죠. 누구나 촬영할 때는 다른 모습인데, 제 원래 스타일과 유사하게 맞추고 있어요. 그렇게 해야 오래오래 콘텐츠를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제 MBTI가 ISTJ인데, 처음에는 원래 성격과 영상 속 모습의 괴리감이 너무 크니까 힘들더라고요. 요즘은 평소보다 텐션은 조금 올리지만 제 모습 그대로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라이브 방송도 하고 있어요.
1, 2년 전에도 하긴 했는데, 앞으로 스트리머도 할 수 있을지 간을 보고 있는 거죠. 또 다른 도전을 해야 할 때입니다. 아무도 걷지 못한 길을 개척해야죠. 이제는 같은 패러디도 마이너한 감성이 있어야 합니다. 처음 관공서에서 패러디 콘텐츠를 했을 때는 반응이 좋았는데, 지금은 너무 뻔한 게 돼버렸어요. 여론이 바뀌었으니 다른 포인트를 찾아야 합니다. 어떻게 우리 방식대로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요.





어떤 반응을 가장 좋아하나요?
재밌다는 말이 좋죠. 공무원 마음이 아니라 PD 마음 같은데, 영상에 담겨있는 의도를 사람들이 알아봐 줬을 때 뿌듯해요. 아마 콘텐츠를 만드시는 분들은 공감하실 겁니다. 거기서 오는 만족감이 있어요. 사실 미쳤다는 말이 제일 좋습니다. 제가 의도한 바이기도 하니까요.

공무원과 유튜버, 그 선을 지키기가 어렵진 않나요?
부단히 노력하는데 쉽진 않아요. 점점 더 수위가 높아지는 방향으로 기대하시더라고요. 관공서 기준으로는 대형 유튜버이기 때문에 예전같이 날이 선 콘텐츠는 잘 나오지 않고 조심스러워진 것 같아요. 예전에는 하수처리장 가서 먹방을 하는 등 되게 공격적이었는데, 한순간의 실수가 논란이 되기도 하니까 더 신경 쓰게 되죠. 회가 많이 예민해지고 분화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지역이나 나이 정도의 갈등이었다면 요새는 더 세분화되고 모두 이해관계가 다르고, 성별 갈등도 생기고. 그런 상황에서 관공서 유튜브를 운영하기가 막막하죠.



홍보란 무엇일까요?
홍보라는 것은 말 그대로 널리 알려야 하는 거예요. 뭘 알리는 건지는 유명해지고 나서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뭘 알릴지에만 집중해요. 대중이 원하는 것은 그게 아닙니다. 먼저 사람들이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해요.
유튜브는 바이럴 마케팅용입니다. 매력적인 정보 전달이라면 해도 좋겠지만, 보통 지자체의 제도가 흥미를 끌기는 쉽지 않잖아요. 충주시는 작은 지자체고, 인지도가 낮으니까 먼저 언급이 되게 해야 했어요. 충주시 유튜브 채널이 있기 이전에 충주시는 언급도 되지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충주시 홍보에 직접적인 효과가 있냐고 물어보면 확실히 얘기하긴 어렵습니다. 홍보는 정확하게 검증되지 않기 때문에 효과를 논하기는 애매하니까요.

충주시 유튜브 채널의 목표가 있다면?
저만의 색깔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날 것 그대로 보여주는 저희만의 웃음 코드와 재미를 앞으로도 놓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좃빠라충주 2023-07-26 20:58:11
너네 동네 홍보가 아니라 망친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