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찐 토박이
울릉도 찐 토박이
  • 고아라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2.07.12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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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희찬 '울릉콘도' 대표

울릉도에 대해서라면 모르는 게 없는 최희찬 대표는 4대째 울릉도에 거주 중인 찐 토박이다. 한 번도 타지 생활을 꿈꿔본 적 없다는 그. 울릉도의 숨은 명소와 즐길 거리, 다채로운 매력을 설명하는 그의 눈에서 울릉도를 향한 애틋한 사랑이 느껴진다.

회의 끝에 울릉도 출장이 결정된 후 곧바로 최희찬 대표의 연락처가 두 손에 쥐어졌다. 울릉도로의 여정을 앞두고 그와 연락을 취하는 일이 당연한 수순이라는 듯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출장 인원과 기사의 주제만 전달했을 뿐인데 최희찬 대표의 머릿속에서 4박 5일간의 일정이 순식간에 정리됐다. 긴장했던 생애 첫 울릉도 여행은 든든한 조력자 덕에 완벽하게 완성됐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울릉도 숙소인 <울릉콘도>와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어드벤처울릉도>의 대표이자 30년 넘게 산악구조대로 활동하고 있는 최희찬입니다.

울릉도 토박이라고 들었어요.
울릉도를 벗어난 적도,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없어요. 가장 큰 이유는 울릉도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끼리 흔히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고개를 숙이면 바다고, 들면 산이다’라는 말이에요. 문화적인 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불편하지 않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자연 속에서 모두 충전이 돼요. 산과 바다를 사랑하는 저로서는 놀거리가 넘쳐나다 보니 굳이 나가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함께 자라온 이들 중 학업이나 취업, 나아가 아이들 교육을 위해 떠나는 경우도 꽤 있지만 저는 이곳에서의 삶이 만족스러워요.

산을 마음껏 누비는 모습이 인상 깊어요. 언제부터 산을 타기 시작했나요?
주변이 온통 산과 바다이다 보니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친해졌어요.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산으로 나물을 뜯으러 다니고, 여름이면 바다로 나가 낚시와 수영을 즐기며 시간을 보냈죠. 조금 더 철이 들 무렵에는 ‘좋아하고 잘하는 것들을 전문적으로 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전문 교육을 받으며 본격적으로 구조활동 및 등산, 산악스키, 씨카약을 시작했습니다.



초보자도 산악스키에 도전할 수 있나요?
전문 교육자에게도 어려운 곳이 울릉도입니다. 성인봉에서 타는 산악스키는 그야말로 실전이거든요. 특히 울릉도는 워낙 험준하기 때문에 지형을 익히는 등 어느 정도 경험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울릉도 산악스키에 도전할 때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산악스키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큰 사고가 두 번 있었어요. 골다공증 환자가 산악스키에 나섰다가 무리가 됐는지 갑자기 자리에 주저앉았어요. 다리가 골절이 된 거죠. 한 번은 성인봉에서 ’야호‘를 외치다 부주의로 낙상한 경우도 있어요. 심한 골절로 1년 이상 큰 치료를 받아야 했죠. 그 외에도 크고 작은 사고가 여럿 있습니다. 아무래도 울릉도의 자연이 익숙하지 않은 환경인데다 스키장처럼 잘 정비된 곳이 아니기 때문에 늘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즐기기 위해 하는 것이지 다치려고 하는 게 아니잖아요? 스키장에서는 고수라고 해도 진짜 자연의 사정은 완전히 달라요. 예를 들어 스키장의 인공눈은 딱딱한 반면 자연설은 아주 약하고 부드럽기 때문에 몸에 무게를 분산시키는 방법이나 스키를 타는 방법도 다릅니다. 또 산악스키는 짐을 메고 올라야 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더 크죠. 괜한 오기나 자만감으로 무리하게 되면 사고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씨카약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차를 통해 이동하는 단순한 관광 패턴에서 벗어나 울릉도 천혜의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민했어요. 그러던 중 울릉도의 보물인 동해바다와 황홀한 해안절벽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카약을 들여오게 됐습니다. 푸른 바다 위에서 바라보는 자연의 신비로움은 육지에서 보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거든요.

이외에도 다양한 액티비티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추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울릉도에 와보셨으니 알겠지만 일단 울릉도를 찾아오는 것부터 많은 품이 들어가요. 도심에서 항구까지, 항구에서 또 배를 타고 항구까지, 이동이 길고 복잡하기 때문에 큰맘 먹고 찾아오는 곳이죠. 그런데 차를 타고 한 바퀴 둘러보거나 독도 한 번 다녀온 것만으로 울릉도 여행을 끝낸다면 그만큼 안타까운 것도 없어요.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이 있는 액티비티가 무궁무진하거든요. 산악스키와 씨카약 외에도 노르딕워킹, 노르딕스키, 스노클링, 스쿠버다이빙 등 어떤 것이라도 상관없으니 몸소 울릉도를 겪어볼 것을 추천합니다. 그러다 보면 울릉도의 보석 같은 매력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해외의 산들도 많이 올랐다고요. 울릉도와 어떻게 다른가요?
네팔이나 일본 등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찾아가는 곳은 거의 다 갔어요. 그중 처음 산악스키를 탔던 일본이 기억이 남네요. 풍경도 아름다웠지만 특히 인상깊었던 점은 70세를 훌쩍 넘긴 노인이 편안하게 산악스키를 즐기는 모습이었어요. 나이가 들어서도 일상처럼 산악스키를 즐기는 그 환경이 부러웠습니다. 지금은 울릉도에서도 산악스키를 즐기는 노인분들이 점차 늘고 있어요. 도전정신 때문이 아닌 자연스러운 현상처럼요. 작은 구렁이라도 넘으며 산악스키 자체를 즐기는 거죠. 한 번은 뉴질랜드 대사관 직원들과 함께 울릉도에서 산악스키를 탄 적이 있어요. 뉴질랜드도 천혜의 자연으로 유명하니 울릉도와 비교해 봤을 때 어떤지 궁금했죠. 그들이 이야기하길, 울릉도는 워낙 작은 섬이기 때문에 반신반의하며 찾아왔는데 ‘최고’라고 하더군요. 뉴질랜드에서는 주로 수목한계 선에서 스키를 타기 때문에 광활한 눈밭만 보이는데, 여기엔 상록 활엽수가 굉장히 많아 신비롭고 아름다웠다고요. 그때 엄청난 자부심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독도에도 관심이 많다고요.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연구소의 제의로 1년 반 동안 독도를 관측하며 일지를 작성했어요. 거처에서 100m 정도 오르면 KBS 중계소가 있는데 그곳에서 독도가 관측되거든요. 오랜 기간 관측하다 보니 수평선만 보아도 ‘오늘 독도가 보이겠다’고 알 수 있게 됐습니다. 새롭게 알게 된 점은 울릉도의 날씨는 중요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독도가 잘 보이는 날도 많거든요. 관건은 독도의 날씨입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수평선이 깨끗하다는 것은 독도의 날씨가 맑고 깨끗하다는 뜻이에요. 울릉도에서 독도가 보인다는 사실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일본에서 독도와 가장 가까운 시마네현 오키섬에서는 독도가 보이지 않거든요. 이때 모은 자료로 <독도! 울릉도에서는 보인다>라는 책자가 발간되기도 했습니다.

울릉도에서는 처음으로 석순도 발견했다고 들었어요.
울릉도 남양의 동네 사람들이 토끼굴을 발견하고 탐사를 요청했어요. 로프를 매고 직접 들어가 보니 손톱만한 무언가가 보이더라고요. 혹시나 싶어 이를 채취해 동북아재단 연구소에 보냈는데, 고고학자가 석순이 맞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 굴은 화산섬인 울릉도에 있는 것은 물론, 시멘트 도로보다 한참 위에 있고 주변에 조개무덤 등 석회석 지역이 없어 지질학적으로 석순이 생길 수 없는 지역이에요. 울릉도에서는 처음 발견된 석순이라 큰 관심을 모았던 기억이 납니다.



운영 중인 <울릉콘도>에 대한 이야기도 해주세요.
울릉콘도는 16실로 구성된 숙소입니다. 가파른 언덕 위에 위치한 만큼 찾아오는 길이 쉽진 않지만 막상 도착하면 가슴이 탁 트이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식당에 들어서면 통유리창을 통해 도동항과 태평양이 발아래 펼쳐지거든요. 날씨가 좋으면 이 유리창을 통해 정면에서 독도 위로 떠오르는 일출 풍경도 볼 수 있습니다.

<울릉콘도>의 조식도 유명해요.
울릉콘도에 머무는 손님들을 위해 어머니가 조식을 만들어 주세요. 지역 특산물로 만든 제철나물 요리와 오징어내장탕, 홍합밥 등이 있죠. 식재료는 제가 가꾸는 밭에서 얻은 것들입니다. 식구들에게 좋은 먹거리를 주고 싶어 기르기 시작했는데, 농약을 치지 않고 정성스레 기른 덕분에 싱싱하고 맛도 좋아요. 여기에 어머니의 손맛이 더해져 많은 여행자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울릉도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나요?
최근 들어 숙박시설이나 편의시설 등 관광시설의 부족함을 느끼고 있어요. 이전에는 성수기인 5월과 10월을 제외하면 관광객 수가 현저히 적어 관광시설이 새로 생기기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하지만 지난해 대형 크루즈가 운항하기 시작하면서 관광객 수가 급격하게 늘었어요. 특히 날씨가 궂은 날에도 운항할 수 있게 되면서 비성수기였던 여름과 겨울에도 찾아오는 관광객이 많아졌죠. 자연이 훼손되는 것은 아쉬운 일이지만 관광시설의 확대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아직 울릉도를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울릉도에 와보지 못했다면 살면서 한 번은 꼭 와봐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또, 한 번 와본 이들에게는 사계절 모두 와보라 말하고 싶고요. 울릉도는 제주도와 같은 화산섬이지만 전혀 다른 매력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단 하나뿐인 풍경인 셈이죠. 천혜의 자연을 품은 만큼 사계절마다 매력도 다 달라요. 봄에 피어나는 싱그러운 신록과 향긋한 봄나물을 빼놓을 수 없고, 맑고 시원한 바다를 누비는 여름 액티비티를 놓칠 수 없죠. 가을이면 울릉도에서 식하는 다양한 나무들이 물드는 황홀한 모습을 볼 수 있고, 겨울에는 적설량이 1m를 훌쩍 넘는 설국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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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나 2022-07-13 12:34:05
우와.. 저도 콘도 사장님 어머님이 해주시는 홍합내장탕 먹어본 적 있어요. 너무 맛있어서 냄비채로 먹었던 기억이 있어요. 잘 계시다니 반가운 소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