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기운 가득한 인제의 힐링 숲길
푸른 기운 가득한 인제의 힐링 숲길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2.06.0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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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태산과 둔가리 약수숲길

숲이 주는 평온함과 안온함. 복작이는 도시를 피해 산으로 떠난 이들이 원하는 힐링 포인트다. 인제에는 어디에나 평온함과 안온함이 살아 숨 쉬는 숲길이 가득하다. 그중에서도 계곡과 숲이 조화로운 곳이 방태산과 둔가리 약수숲길이다.


풍요로운 푸른 숲과 이끼 계곡이 만난
방태산

살둔, 달둔, 월둔이라는 3둔과 아침가리, 적가리, 연가리, 곁가리라는 4가리를 품은 방태산(1444m)은 예로부터 흉년과 전염병, 전쟁을 피할 수 있는 곳으로 알려졌다. 조선 후기 수탈과 난리를 피해 산을 찾은 힘없는 백성들이 세상의 연을 끊고 은둔해서 살았던 곳인 만큼 오지 중의 오지인 방태산은 천 년이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여전히 원시의 자연이 살아 숨 쉰다.
1444m 고지의 방태산은 육산이지만 등산이 쉽지 않다. 완만한 오르막으로 시작한 초입에서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경사가 급해지니 쌕쌕 가쁜 숨소리가 절로 나오는 산이다. 계곡을 왼쪽에 끼고 길을 오르면 갈림길이 등장한다. 오른쪽으로 가면 곧장 주억봉으로 이어지고, 왼쪽은 구룡덕봉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구룡덕봉 가는 길로 들어서면 싱싱한 녹음이 끝없이 펼쳐진다. 청량한 계류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계곡에서 불어오는 냉기에 땀을 식히기도 좋다. 8부 능선에 다다르면 울창한 숲에 가려있던 하늘이 모습을 드러낸다. 드디어 조망이 펼쳐지고 방태산의 진면목이 드러난다.
출발지에서 구룡덕봉까지 직선거리는 불과 3.9km지만 굽이치는 듯한 산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녹록지만은 않은 코스다. 구룡덕봉에 서면 탁 트인 하늘이 열린다. 비로봉부터 대청봉까지 한눈에 들어오는 수려한 조망 포인트다.
과거 구룡덕봉은 폐군사시설지로 쓰레기가 덮이고 훼손이 심해 오염이 심각했다. 인제국유림관리소에서 2009년 훼손된 구룡덕봉 일대에 벙커와 막사를 없애고 사면을 안정시켜 원래의 지형을 되살렸고, 주변의 식생을 옮겨 심어 푸른 숲으로 되살아났다.
방태산은 가칠봉(1241m), 응봉산(1156m), 구룡덕봉(1388m), 주억봉(1444m) 등 고산준봉을 거느리고 있어 ‘한국에서 가장 큰 자연림’이라고 할 정도로 울창한 숲과 희귀식물 및 어종이 많다. 특히 이끼가 잔뜩 끼어 더욱 신비로운 청정계곡이 산 사면에 자리하고 있어 여름철에 트레킹하기에 제격이다.

오지 중 오지
둔가리 약수숲길

백두산에서 시작해 금강산과 설악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는 한반도의 척추를 가리켜 백두대간이라 한다. 이 길고 긴 산맥에 트레일 코스를 조성하면서 걷기 열풍이 시작됐다. 인제에도 백두대간 트레일이 있다. 방동약수부터 홍천까지 연결되는 트레일로 산책하듯 가볍게 걸을 수 있는 둔가리 약수숲길이다.
약수숲길은 방동약수터에서 시작된다. 약효가 뛰어나다는 방동약수에서 계곡을 따라 돌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이정표가 나온다. 아침가리 계곡이 시작되는 조경교까지 약 5.2km 거리다. 여기서부터 백두대간트레일(인제)안내센터까지 차를 이용해서 갈 수도 있다. 본격적인 코스는 아직 시작되기 전이니 체력을 아끼려면 차를 이용해 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백두대간 트레일은 월요일과 화요일을 제외한 나머지 날 미리 예약해야만 갈 수 있다. 원시 자연의 상태를 최대한 보호하면서 사람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도 전하고자 선택한 최선의 방법이다. 인제 구간은 방동약수에서 월둔교까지 약 20.5km 구간이며, 세부적으로는 방동약수-방동안내센터 2km, 방동안내센터-조경동교 3.2km, 조경동교-명지가리약수 8.5km, 명지가리약수-홍천안내센터 5.7km로 나뉜다.
조경동교에 닿으니 아침가리골이다. 아침가리골은 한자로 아침조(朝) 밭갈경(耕) 마을동(洞) 자를 써서 ‘아침에 밭 가는 동안만 햇볕이 드는 산골’이라는 뜻이다. 물이 많지 않을 때는 계곡 트레킹을 하며 무더위를 날리기 좋은 구간이다. 아침가리 계곡이 시작되는 조경교에서 계곡을 따라 걸으면 진동계곡으로 이어진다.
백두대간 트레일은 계곡이 아닌 조경동 분교로 향한다. 휴대폰도 잘 터지지 않는 오지 산골에는 당연히 전기도 없다. 삼둔사가리 중 한 곳으로 잘 알려진 아침가리골에서는 오래전 군사작전 도로로 사용됐지만 현재는 용도 폐기 되어 방치된, 울창한 원시림으로 변한 숲속 터널을 만나게 된다. 오로지 걷는 것에만 집중할 수 있으니 오롯이 ‘나’를 만나는 힐링 코스다. 문명의 상처와 영광이 비켜 지나간 둔가리 약수숲길은 바이러스와 일상의 번잡함을 피해 숨기 좋은 힐링 명소다.

백두대간트레일 예약 foresttri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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