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취향 저격 고창전통시장 나들이
MZ세대 취향 저격 고창전통시장 나들이
  • 고아라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2.05.09 07: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창전통시장

초딩 입맛도 만족시키는 다양한 길거리 음식과 알록달록한 포토존, 레트로한 상점과 독특한 벽화들까지. 전통시장은 어른들의 공간이라는 편견을 벗어던질 때다.


전북 고창 지역은 시장市場의 역사가 깊다. 조선 후기의 기록인 <동국문헌비고>에 따르면 고창에는 고창 읍내장을 비롯해 무장 읍내장, 발산장, 안자산장, 갑촌장, 고현장, 석교장, 와석장 등 8개 시장이 운영됐다. 당시만해도 고창이 고창군, 무장군, 흥덕군 세 지역으로 나뉘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를 거치며 개수가 줄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편의점과 대형마트의 영향으로 규모도 줄어들었지만 지역주민과 소상공인의 노력으로 여전히 건재한 시장들이 있다. 고창 읍내 한가운데 자리한 고창전통시장이 그중 하나다.


고창전통시장은 조선시대에 개설되었던 고창 읍내장을 계승한 시장이다. 장날 역시 고창 읍내장을 따라 3일과 8일이다. 지금은 하나의 큰 시장이지만 과거에는 동부시장과 서부시장으로 나뉘어 있었다. 그중 서부시장은 우시장이 크게 자리 잡고 있어 당시 고창의 중심 시장 역할을 했다. 우시장이 있으니 먹거리도 풍부했다. 특히 선지를 비롯한 콩나물, 시금치, 녹두채, 육회 등 다양한 재료를 넣은 선짓국 비빔밥이 유명했는데, 얼큰한 선짓국과 함께 즐겼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먹거리장터 한편에 자리한 선짓국밥집이 여전히 상인들의 배를 든든하게 채워주고 있다.
서부시장과 동부시장이 하나로 합쳐진 건 한국전쟁이 끝난 후다. 1964년 시장 허가를 받아 ‘고창전통시장(고창상설시장)’로 개설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위기를 맞이했던 2003년에는 눈과 비를 막아주는 아케이드를 설치했고, 2004년에는 소방시설을, 2009 년에는 주차장을 갖추면서 손님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졌다. 이후 다양한 길거리 음식 상점이 들어서고 아기자기한 벽화가 시장 곳곳을 수놓으면서 단순한 시장을 넘어 문화 관광형 시장이자 고창 여행 명소로 거듭났다.


고창전통시장 제대로 즐기기
고창전통시장은 동문, 서문, 북문, 남문 등 4개의 진입로가 있으며, 어느 방향으로든 쉽게 들어갈 수 있다. 늦잠을 자느라 요기도 못하고 허겁지겁 시장을 찾은 에디터는 먹거리장터가 가까운 동문을 선택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는 말처럼, 배부터 든든히 채워야 고창전통시장을 제대로 즐길 수 있지 않겠는가. 동문은 고창읍성과 가까워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입구이기도 하다. 동문에 다다르자 색색의 귀여운 디자인 간판이 눈길을 끈다. 입구 바로 앞에는 조선시대 고창 읍내장의 풍경을 그린 포토존과 의자에 앉아 쉬어갈 수 있는 포토갤러리 존이 펼쳐진다. 이곳에 걸린 사진들은 고창의 정겨운 풍경을 담고 있는데 시장 상인들의 작품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사진마다 고창에 대한 사랑이 전해진다.
포토존에서 이런저런 포즈를 취해가며 기념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을 무렵, 구수한 냄새가 발길을 재촉한다. 허름한 미닫이문 틈새로 새어 나온 얼큰한 국밥 냄새다. 과거 우시장으로 이름 좀 날렸던 시장인 만큼 예부터 선짓국이 유명했다고 하니 놓칠 이유가 없다. 시간이 이른 만큼 손님이 많지는 않았지만 우리처럼 서울에서 온 손님이 더 있었다.


“이거 먹으려고 서울에서 왔어요”
편안한 옷차림의 중년 부부와 주인 할머니의 이야기에 절로 귀가 기울여진다. 선짓국밥을 먹으면서도 연신 감탄사를 내뱉는 부부를 보며 할머니의 얼굴에 온화한 미소가 번진다. 단출한 메뉴와 주인의 능숙한 손놀림, 다른 손님들의 감탄사까지, 맛집 포스가 물씬 풍기니 기대가 쌓인다. 마음이 조급해질 때쯤 할머니가 넘쳐흐를 듯 푸짐한 국밥 한 그릇을 내려놓는다. 국물을 한 입 떠먹기 시작하면서부터는 도무지 수저를 내려놓을 수가 없다. 후추나 소금을 더 칠 필요도 없이 간이 딱 맞는다. 전날 술을 마신 것도 아닌데 제대로 해장이 되는 기분을 느끼며 순식간에 국밥 한 그릇을 뚝딱 비웠다.
배도 든든하게 채웠으니 본격적으로 시장 탐방에 나서본다. 아담한 가게들이 길을 따라 어깨동무하듯 늘어서 있고, 그 위로 옛 고창 시장의 풍경을 아기자기한 그림으로 담아낸 벽화가 펼쳐진다. 사방에서 탐스러운 색색의 과일과 온갖 신선한 식재료가 유혹의 손길을 보내 열 걸음 채 옮기지 못하고 멈춰 서게 된다.


고창의 명물인 복분자 원액부터 바닷가에서 잡아 말린 생선들, 봄을 알리는 갖가지 나물들을 차례로 구경하며 발길이 이끄는 대로 걷다 보니 사람들이 줄을 선 찐빵 가게가 눈에 띈다. 고창전통시장의 대표적인 맛집으로 꼽히는 ‘효도찐빵’이다. 찜통에서 갓 꺼낸 찐빵이 하나둘 손님의 손에 쥐어질 때마다 뽀얗고 포근한 자태에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아직 배가 부르지만 조심스레 대열에 합류해 본다. 고창읍성에서 입장 티켓을 구매하고 받은 고창사랑상품권을 사용해 찐빵 6개를 손에 넣었다. 디저트 배는 따로 있다고 했던가. 폭신하고 부드러운 식감과 따뜻하고 달달한 맛에 푹 빠져 순식간에 3개를 해치웠다.
햇살은 따스하고 바람은 시원하다. 완연한 봄을 조금 더 누리기 위해 야외 시장을 향해 걸었다. 곧이어 탁 트인 시야 가득 봄꽃으로 알록달록하게 물든 고창천이 나타난다. 천변을 따라 길게 늘어선 꽃 시장은 이 계절에 향기를 더하는 듯하다.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고 평화로운 풍경에 다시 걸음을 멈추고 카메라를 든다. 나들이 나온 젊은 커플들이 꽃을 구입해 기념사진을 찍는데 여념이 없다. 여러 지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전통시장을 방문해 봤지만 젊은 손님이 이토록 많은 시장은 처음이라 그 모습이 생경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진다. 물건과 돈이 오가는 사이에 전해지는 정, 지역에서 나고 자란 신선하고 맛 좋은 먹거리, 전통적인 풍경과 현대화된 시설의 조화까지. 단순히 주민들의 삶을 지키는 지역 시장을 넘어 고창의 여행 명소로 자리 잡게 된 이유가 넓은 시장 곳곳에 넘쳐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Briansmage 2022-05-15 06:40:56
Свердловский губернатор Куйвашев посоветовал телеведущему Соловьеву следить за языком
Губернатор Свердловской области Евгений Куйвашев ответил телеведущему Владимиру Соловьеву, который во время интервью с уральским полпредом Владимиром Якушевым назвал Екатеринбург «центром мерзотной либероты».
Lenta.ru
«На Урале очень любят и ценят людей, которые следят за своим языком, поэтому желаю вам следить за своим языком», — заявил Куйвашев, комментируя заявление Соловьева.
Lenta.ru
На днях в п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