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김창호
산악인 김창호
  • 글·김경선 기자 |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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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조사도 등반만큼 치열하게 하지요”

자신이 오를 산에 대해 수많은 자료를 모으고 분석해 철저히 대비하는 산악인 김창호(몽벨, 41) 대장. 그는 지난해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은 미답봉 중 최고 높이의 파키스탄 바투라2봉(7762m)을 오르며 저력을 과시했다. 세계의 유명 클라이머들이 도전해 번번이 실패한 봉우리를 4번에 걸친 답사 끝에 2009년 8월 정상을 밟은 것이다.

“한 번 원정을 계획하면 100년 전 자료까지 꼼꼼히 분석합니다. 그 지역의 지리부터 역사, 정치적 환경뿐만 아니라 등반에 성공하지 못한 팀들의 실패 원인 등을 사전 조사해 성공률을 높이죠.” 소문에 의하면 김창호 대장은 기록과 분석의 달인이다. 2000년부터 6년간 파키스탄 카라코룸을 탐사한 김 대장은 장장 500km 길이의 산맥을 혼자 걸었고,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끼고 조사한 자료를 꼼꼼히 기록해 두었다.

올해는 중국 히말라야 탐사를 1개월 정도 계획하고 있다는 김 대장은 앞으로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지역을 조사해 훗날 산맥 연구록을 남기고 싶다는 꿈이 있다.

“공부하지 않는 사람은 산에 가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8000m가 넘는 고산에서는 늘 죽음이 동행합니다. 예상치 못한 위험상황이 늘 도사리고 있는데, 알려진 사실조차 공부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죠.”

김 대장의 철저한 사전 조사는 첫 해외원정 경험에서 비롯됐다. 1988년 대학1년 시절 일본 북알프스 등반 도중 동기들이 사고를 당하는 것을 보고 공부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후 그는 꼼꼼한 사전 조사에 힘입어 신루트와 초등 등반 기록을 수차례나 세웠고, 2003년에는 6000m급 봉우리 4개를 단독등반하는 쾌거를 거뒀다.

“높이를 떠나 혼자 등반을 한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고독한 일입니다. 난이도를 차치하고 두려움과 고독감, 압박감이 숨통을 죄어오죠. 단독 등반에 대한 두려움으로 베이스캠프를 떠나지 못하는 산악인도 많이 봤습니다.”

김 대장의 프로필을 보면 우리가 익히 들어봤음직한 유명 봉우리부터 낯선 미답봉까지 등반 경력이 화려하다. 단지 정상을 밟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는 어떻게 오르느냐를 중시하는 생각하는 김 대장의 등반 철학이 느껴진다.

“오래 전부터 앞으로 오를 산에 대한 계획을 세워뒀습니다. 10개의 미답봉과 신루트죠. 지난해 바투라2봉이 첫 번째였으니 아직 갈 길이 머네요.” 산에 다닌 지 이제 딱 20년. 처음부터 산사람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얼떨결에 대학산악부(서울시립대 산악부OB)에 들어갔고, 운 좋게 해외원정에 수차례 참여했지만 성공 후 공허감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의 중독성은 강했다. 20년 동안 모든 것을 바친 산과의 인연은 김 대장이 평생 산과 산맥을 공부하고 연구해야한다는 사명감을 주었다.

“산악인으로서 세 가지 목표가 있습니다. 새로운 산과 신루트를 찾아내고 등반하는 것이 첫 번째, 굳이 산이 아니더라도 알려지지 않은 지역의 산맥을 연구하고 탐사하는 일이 두 번째, 그리고 이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세 번째죠. 앞으로 체력이 되는 한 공부와 탐사는 병행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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