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척을 위한 용기
삼척을 위한 용기
  • 신은정 | 양계탁
  • 승인 2022.04.1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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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희 '용기상점' 대표 & 오강석 삼척지역자활센터 센터장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도시, 삼척. 이곳에 환경을 위한 변화의 바람이 분다.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용기상점>은 삼척의 환경을 지키기 위해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있다.



지난 2018년 8월, 스웨덴에 사는 한 소녀의 작은 행동이 전 세계적인 환경 운동을 일으켰다. 15살의 소녀이자 환경운동가인 ‘그레타 툰베리’가 총선을 앞둔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여 세계의 주목을 받았는데, 그의 손에는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이라는 피켓이 들려 있었다. 그가 금요일마다 시위를 벌인 일을 배경으로 전 세계에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라는 기후 운동이 일어났다.

삼척에도 작지만 확실한 변화의 물결이 일고 있다. 지난해 등장한 용기상점은 삼척의 새로운 바람이다. 용기상점은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는 친환경적인 가게다. 관광지로 유명한 삼척이 무분별하게 버려지는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삼척의 깨끗한 환경을 유지하기 위한 작은 불씨가 생겨난 셈이다.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란 불필요한 쓰레기를 줄여 쓰레기 배출을 ‘0제로’에 가깝게 만들자는 말인데, 쉽게 말해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사용하는 게 바로 제로 웨이스트다. 한 마디로 쓰레기 다이어트. 이 단어는 모든 제품을 소비의 최고 수준이 될 때까지 사용하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새로운 옷을 사는 것보다는 헌 옷을 수선해서 입고,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플라스틱 컵보다는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텀블러를 사용하는 행동 등을 말한다. 용기상점이라는 이름은 그릇을 뜻하는 ‘용기Contain-er’ 와 옳은 일을 위해 번거로움과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용기Courage’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용기상점을 위해, 삼척의 환경을 위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용기상점은 정부지원제도인 자활사업을 통해 탄생한 가게다. 삼척지역자활센터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도록 돕고 실제로 창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용기상점은 그런 과정을 거쳐 생겨났다. 자활센터는 용기상점을 이끄는 한지희 대표를 중심으로 용기상점을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용기상점를 오픈하기 위해 제로 웨이스트에 대한 이념을 새기는 일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오강석 센터장은 “삼척이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나 관광지잖아요. 삼척의 정체성도 생태도시고. 하지만 사람들이 방문해서 쓰레기를 버리는 일들이 늘어났죠. 그래서 제로 웨이스트가 사업적으로 성공하기에는 어려울 수 있지만, 삼척시민이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일회용품 사용을 지양하는 제로 웨이스트 문화를 전파해 보자는 생각으로 용기상점을 시작했습니다. 용기상점이 시민들의 의식을 바꾸는데 기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요”라며 용기상점이 생겨 나던 때를 회상했다.


용기상점에서는 다양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고, 제로 웨이스트 실천을 돕고 있다. 직접 용기를 가져와 필요한 만큼만 친환경 세제 등을 담아 가는 리필스테이션을 운영하며, 대나무 칫솔, 고체 치약, 천연수세미, 환경호르몬 없는 천연고무장갑, 각종 세제를 대체하는 100% 유기농 천연 비누 열매인 소프너, 각종 나무 식기류, 유리·실리콘·스테인리스 빨대 등 일회용품이나 썩지 않는 제품들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 용품들을 판매하고 있다. 용기 상점은 기본적으로 무포장을 지향하는 가게이기 때문에 봉투는 꼭 필요한 사람에게만 제공하고, 대부분은 재사용 봉투를 활용하고 있다. 판매하고 있는 용기도 기부 받은 용기를 세척 후 재사용한 것이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용기는 친환경 페트병과 PET, PP소재 순환을 위해 꾸준히 연구하고 고민하는 기업인 ‘유페트’로부터 기부받은 페트병으로, 얼룩이나 성형 불량 등의 이유로 판매가 어려워 버려지는 ‘못난이 병’을 재활용한 것이다. 용기상점을 이용하는 만큼 페트병 생산으로 발생되는 탄소발자국은 줄어들게 된다. 한지희 대표는 “일반 고무장갑은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가려면 오랜 시간이 걸려요. 용기상점에서 판매하고 있는 친환경 고무장갑 같은 경우는 2~3년이면 자연 분해되죠”라며 이곳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은 삼척의 환경을 지키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삼척에서 버려지는 소재들을 재활용해서 업사이클링Upcycling 제품을 만들기도 한다. 업사이클링의 우리말 표현은 ‘새활용’으로, 리사이클링Recycling과는 조금 다르다. 기존의 제품을 재활용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디자인 등을 통해 새로운 가치의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다. 용기상점에서는 삼척동자 쌀 포대나, 삼척시내의 수많은 카페에서 나오는 커피 포대, 버려지는 청바지 등을 활용해서 업사이클링 가방을 만든다. 지역에서 발생한 쓰레기에 새 생명을 불어 넣는 일이다.


대도시에 비해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삼척이라는 지역적인 특성상 방문객이 많을까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삼척시민들은 용기상점에 많은 관심을 가졌다. 좋은 취지를 응원하기 위해 찾는 손님들도 있다. 한지희 대표는 “삼척이 소도시라 처음엔 걱정을 많이 했는데 이제 조금씩 입소문이 나기도 하고, 소셜미디어를 보고 찾아오시는 분들도 있어요. 삼척에도 이런 곳이 생겨서 좋다고 말씀해 주시고, 환경에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찾아주셔서 기쁩니다” 라고 말하며 시간을 내서 찾아주는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용기상점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단순히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실제로 시민들과 방문객들이 가진 환경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한 목표를 세웠다. 가게 뒤편에 있는 공간을 활용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드는 체험 프로그램도 계획하고 있다. 아름다운 삼척의 자연환경이 지켜질 수 있도록 용기상점은 쓰레기 없는 깨끗하고 건강한 관광도시 삼척을 만드는 환경 활동에 앞장설 예정이라고.
인터뷰가 끝나고, 문을 열고나오니 용기상점이 건네는 인사가 보인다. ‘삼척시민 여러분, 지구를 위해 용기 내 보지 않을래요? 용기만 가지고 오시면 됩니다!’



용기상점
강원 삼척시 청석로 83-19 1층
033-576-0407/010-5805-0239
삼척지역자활센터 리사이클링사업단 033-574-1658
9:00~18:00(법정공휴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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