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어디까지 가봤니?
담양, 어디까지 가봤니?
  • 고아라 | 정영찬
  • 승인 2022.03.11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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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문학 감성이 강을 따라 흐르고, 500년의 시간이 켜켜이 쌓인 돌담길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대나무만 있는 줄 알았던 담양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여행은 한층 더 풍요로워진다.

HISTORY
천년고찰부터 조선의 가사문학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전시관, 기원전에 세워진 산성까지. 전남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은 담양의 여행 명소를 꼽았다.

ⓒ한국관광공사

담양향교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03호인 담양향교는 유학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지방 교육기관이다. 고려 충혜왕 때 지어졌다는 추측이 있으나 본격적으로 건물이 지어진 것은 대성전이 들어선 태조 7년인 1398년이라 전해진다. 이후 정조 18년인 1794년 부사 이헌유가 여러 집사와 함께 중건했으며 순조 때 다시 재정비하여 오늘날의 모습에 이르고 있다. 현재 남아있는 건물은 대성전, 동무, 서무, 명륜당 등이 있다. 남북으로 길게 자리하고 있는데, 경사가 심해 5단으로 다듬어 외삼문, 명륜당, 내 삼문, 대성전 순으로 배치돼 있다. 외삼문을 지나면 가장 먼저 학생들이 공부하던 명륜당이 중심에 위치해 있고, 가장 뒤쪽에는 공자를 비롯한 여러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대성전이 자리하고 있다. 내삼문 좌우에 자리한 200여 년된 은행나무도 담양향교의 볼거리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향교길 19

ⓒ한국관광공사

소쇄원
한국 최고의 원림이라 불리는 소쇄원은 조선 중기 담양의 대표적인 민간 정원으로 총면적이 4060m2에 달한다.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건물을 지어 자연과 인공이 조화로운 풍경을 이루고 있다. 곳곳에는 대나무 원림이 빽빽하게 펼쳐져 세상과 차단된 듯 아늑한 분위기다. 이곳에는 소쇄원을 지은 양산보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담겨있다. 스승인 조광조가 기묘사화로 유배 당하여 사약을 먹고 죽자 벼슬길을 등지고 고향으로 낙향하여 세운 것. 이후 송순, 정철, 송시열 등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 드나들며 사유와 만남을 가졌다. 제월당과 광풍각, 오곡문, 애양단, 고암정사 등 10여 개의 건물로 이뤄져 있으며 광풍각에 가면 영조 31년인 1755년 당시 소쇄원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을 볼 수 있다.
전남 담양군 소쇄원길 17

ⓒ한국관광공사

식영정
성산 언덕에 자리한 정자로 뒤쪽에는 소나무가 가득한 성산 봉우리가, 앞쪽에는 한눈에 펼쳐지는 광주호가 있어 자연의 품 안에서 고즈넉이 쉬어가기 좋다. 광주호 건너편에는 듬직한 자태의 무등산이 마주 보고 있 다. 정자는 정면 2칸, 측변 2칸으로 이뤄져 있으며 한 칸 반짜리 방과 너른 마루가 있다. 식영정은 1560년 서하당을 세우고 지내던 김성원이 스승이자 장인인 석천 임억령을 위해 새로 지은 정자다. 임억령은 문과 급제 후 여러 벼슬을 지냈지만 은거를 거듭했다. 시와 문장에 탁월한 재능을 가졌지만 관리로 일하기엔 부적당했던 것. 시인답게 선물 받은 정자에 ‘그림자가 쉬고 있는 정자’라는 뜻의 식영정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후 아름다운 경치를 누리고자 송순, 김윤제, 김인후, 기대승, 양산보 등 수많은 문인과 학자들이 드나들었다. 식영정을 가장 유명하게 만든 것은 송강의 ‘성산별곡’.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성산 풍경과 그 속을 노니는 김성원의 풍류를 그리고 있다.
전남 담양군 가사문학면 가사문학로 859

금성산성
금성산 줄기의 해발 350~600m 능선을 따라 지어진 산성으로 무려 삼국시대에 축조되었다고 전해진다. 길이 3km에 달하는 큰 규 모로 전남 장성의 입암산성, 전북 무주의 적상산성과 함께 호남 3처 산성이라 불린다. 철마봉, 운대봉, 장대봉을 연결하며 이중 산성을 이루고 있다. 주변에 금성산보다 높은 산이 없어 주변이 훤히 내려다보이지만 산 가운데가 움푹 패인 분지로 이뤄져 있어 바깥에서는 보이지 않는 천혜의 요새지다. 기록에 따르면 1409년 입보(안으로 들어와 보호받는) 산성으로 개축했으며 임진왜란 이후 1610년 파괴된 성곽을 개수하고 내성을 구축했다. 1622년에는 내성 안에 대장청을 건립하고 1653년에 성첩을 세우면서 병영 기지의 규모와 모습을 갖추게 됐다. 등산로 입구를 지나 산을 오르다 보면 보국문을 지나 충용문에 닿게 된다. 보국문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아름답지만 여유가 된다면 충용문까지 오를 것을 추천한다. 충용문에서 내려다 보면 담양의 자연이 펼쳐진 곳에 우뚝 서있는 보국문까지 한눈에 담을 수 있다.
전남 담양군 금성면 대성리 등

ⓒ한국관광공사

명옥헌
‘명옥헌 정원 입구’라 쓰인 비석을 지나 오른쪽 마을길로 들어서면 오랜 팽나무가 자리한 후산 마을이 등장한다. 여기서 더 안쪽으로 들어가야 산 아래 자락에 자리한 명옥헌을 만날 수 있다. 명옥헌 정원은 위 연못과 아래 연못, 정자로 이뤄져 있다. 정자는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지어졌으며 가운데 방을 두고 사방이 마루로 둘러싸여 있다. 마루높이가 다른 정자보다 높은 편인데, 아래 연못이 한눈에 내려다보여 마치 무릉도원이 펼쳐진 듯하다. 특히 여름이면 아래 연못을 둘러싼 배롱나무에 진분홍빛 꽃이 풍성하게 피어 많은 여행자들이 찾는다. 비교적 자그마한 위 연못은 한가운데 바위가 섬처럼 놓여 있어 눈길을 끈다. 명옥헌을 꾸민 오명중은 아버지인 오희도가 천연두를 앓다 죽자 아버지가 살던 터인 이곳에 정자를 짓고 위, 아래 두 곳에 연못을 팠으며 주변에 배롱나무를 심었다.
전남 담양군 고서면 후산길 103

THEME TRAVEL
때로는 맛있는 음식을 배불리 먹고 아름다운 야경을 눈에 담으며 즐기는 산책이 가장 완벽한 여행을 선사하기도 한다. 취향 따라 즐길 수 있는 담양의 다양한 명소들.

삼지내 마을
일상에 지쳐 도망치듯 담양을 찾아왔거나, 혹은 위로가 필요한 여행자라면 삼지내마을을 추천한다. 담양 창평면에 위치한 이 마을은 아시아 최초로 슬로시티로 지정된 곳이다. 마을을 굽이굽이 둘러싼 돌담길이 매력적인 마을. 돌담을 따라 이어진 흙길과 그 옆을 조그맣게 흐르는 개울, 돌담 너머 보이는 백년 고택의 자태에 마음이 절로 차분해진다. 돌담 사이에 숨어있으니 빠르게만 흘러가던 시간도, 옷깃을 여미게하는 꽃샘추위도 미처 닿지 못한다. 돌담길에서는 눈길이 닿는 곳마다 따뜻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듯하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대, 논밭 사잇길을 가로지르는 낡은 자전거, 담장 위로 불쑥 고개를 내밀어 인사를 건네는 복숭아나무까지 심심할 틈이 없다. 오랜 세월을 품은 마을인 만큼 민속자료나 문화재, 보물도 가득하다. 특히 ‘고선재 가옥’은 삼지내마을의 필수 코스로 꼽힌다. 고재선의 고조부가 1830년경부터 살던 집으로 아주 오래된 집은 아니지만 치목과 결구가 빼어나며 격식을 잘 갖춘 양반집으로, 전남 시도민속문화제 제5호로 지정됐다. 원래 내부까지 공개됐지만 일부 여행자들에 의한 훼손으로 지금은 들어갈 수 없게 됐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 돌담길 9-22

담양 국수거리
담양에 도착하면 먼 길을 달려오느라 출출해진 배를 채우는 일이 급선무다. 그래서인지 담양 여행자들은 첫 번째 방문지로 담양국수거리를 꼽는다. 국수거리는 담양을 가로지르는 관방천을 따라 늘어서 있는데, 주변만 가도 구수한 국물 냄새에 이끌려 자연스레 발길을 돌리게 된다. 이곳은 예로부터 죽세공품이 유명했던 탓에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죽물시장이 활발했다. 저렴한 가격과 뜨끈한 국물, 면을 호로록 빨아 들이면서 절약하는 시간까지, 시장에서 서민들의 요깃거리로 국수만한 음식이 없었다. 자연스레 국숫집이 하나둘 들어서면서 지금의 국수거리가 된 것. 죽물시장은 찾는 사람이 줄어들면서 자취를 감췄지만 국숫집에는 여전히 손님이 바글바글하다. 깊은 감칠맛이 매력적인 국물에 중면을 삶아 넣어 쫄깃한 식감까지 살렸다. 유명 관광지답지 않게 저렴한 가격도 인기 비결이다. 국수는 물국수와 비빔국수, 두 종류이며 요즘에는 소고기를 얇게 부쳐낸 육전도 선보이고 있다. 육전은 따로 먹어도 맛있지만 김처럼 국수 면을 싸서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객사3길

메타 프로방스
해외여행에 대한 그리움이 극에 달하는 요즘, 이국적인 풍경을 품은 국내 여행지가 인기다. 그중에서도 담양 메타 프로방스는 유럽풍 펜션 단지와 프랑스 노천카페를 닮은 테라스 카페, 아기자기한 소품이 가득한 상점 등 다양한 편의시설이 모여 있어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메타 프로방스 내에는 붉은색 벽돌 지붕의 아담한 건물과 정교한 조각상이 있는 분수대, 곳곳을 수놓듯 자리한 독특한 조형물 등이 있어 마치 프랑스 휴양지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바닥도 유럽의 여느 도시들처럼 돌을 깔아 이국적인 분위기를 더한다. 프랑스 가정식만 먹을 수 있을 것 같지만 담양의 대표 음식인 돼지숯불갈비, 국수, 한정식 등을 선보이는 식당도 많아 담양 맛집 여행도 할 수 있다. 바로 옆에는 담양 여행 1번지인 메타세쿼이아 길이 있고, 가까운 곳에 호남기후변화 체험관, 담양곤충박물관 등 관광 명소가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깊은실길 2-17


노매럴
SNS에 ‘담양 여행’을 검색하면 초록 초록한 대나무 사진들 사이로 독특한 외관의 노란색 건물이 눈길을 끈다. 담양의 핫플레이스이자 젊은 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노매럴’이다. 낡고 거대한 창고에 샛노란 문과 귀여운 로고를 더하니 멋들어진 아지트처럼 보인다. 이곳은 아트 디자이너이자 청년 사업가인 이언 작가의 손길로 탄생한 공간. 안으로 들어서니 해외의 개성 넘치는 갤러리처럼 화려한 조명 아래 팝아트 작품이 전시돼 있다. 갤러리인가 싶더니 곳곳에 작품으로 만든 굿즈와 인센스, 룸 스프레이 등 공간을 위한 소품을 판매하고 있다. 편집숍인가 했더니 이번에는 안쪽에서 맛있는 냄새가 코 끝을 자극한다. 카페로도 운영되는 이곳에서는 다양한 디저트와 음료, 브런치 종류를 선보인 여행 중 잠시 쉬어가며 당 충전을 하기에도 제격이다. 라이더 카페 성지로도 꼽히는 노매럴은 라이더들에게 10% 할인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3~4월 중에는 리뉴얼을 통해 숍인숍 공간을 운영할 예정이며 다른 브랜드와 콜라보도 진행한다고 하니 노매럴의 변신이 더욱 기대가 된다.
전남 담양군 금성면 담순로 66


영산강 문화공원
해가 지고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하면 담양 도심의 매력은 배가 된다. 대나무밭을 배경으로 ‘천년담양’이라는 글자에 불빛이 들어오면, 건너편 영산강 문화공원은 서서히 오색찬란한 빛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관전 포인트는 공원 입구에 자리한 달이다. 커다란 초승달에 노란 불이 들어오는데, 마치 하늘의 달이 잠시 내려앉은 듯 신비롭다. 영산강 문화공원이 담양 야경 명소로 꼽히는데 가장 큰 몫을 한 포토존이다. 그 옆으로 영산강을 따라 길게 이어진 산책로는 또 다른 매력을 뽐낸다. 길 따라 양옆에 줄지어 선 나무에 오색빛 조명이 은은하게 길을 밝히는 것. 그 사이를 걷다 보면 황홀감에 빠져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산책로 곳곳에서는 바닥을 밝히는 분홍빛 하트와 다양한 캐릭터들도 만날 수 있다.
전남 담양군 담양읍 죽녹원로 130

창평 국밥거리
담양 대표 음식 중 하나인 창평 국밥. 제대로 된 창평 국밥을 맛보 고 싶다면 창평 전통시장 내에 자리한 ‘창평 국밥거리’를 찾아가자. 1919년 창평 전통시장 개설과 함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오랜 먹자 골목이다. 창평 전통시장에는 우시장과 도축장이 있었는데, 신선한 국밥 재료를 얻을 수 있어 자연스레 국밥을 파는 식당이 들어섰다. 시간이 흐르면서 우시장과 도축장은 사라졌지만 국밥 맛이 좋아 찾는 사람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창평면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이 거리에는 창평 국밥을 시작으로 창평가마솥국밥, 전통창평 국밥, 남도창평국밥, 황토방국밥, 장터국밥 등 다양한 국밥집이 모여 있는데, 어느 곳을 가도 맛이 좋다. 내장이 들어간 기본 창평 국 밥도 맛있지만 창평에 왔다면 암뽕순대를 넣은 암뽕국밥도 꼭 먹어 볼 것. 곱창에 속재료를 가득 채워넣은 순대와 맑지만 얼큰하고 깊은 맛이 나는 국물이 별미다.
전남 담양군 창평면 사동길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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