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프리다이빙팀 - 무호흡 잠수로 자유를 찾는 사람들
코리아 프리다이빙팀 - 무호흡 잠수로 자유를 찾는 사람들
  • 글·김성중 기자 |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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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TREME SPORTS TEAM

국내 최초의 프리다이빙 동호회 -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정신력을 키우는 멘탈 스포츠

▲ ‘최초·최고·최연소’ 등 숱한 수식어가 따라 다니는 코리아 프리다이빙팀.
올림픽공원 다이빙풀(Diving Pool)은 서울 지역 스쿠버다이빙 동호인들의 집합장소다. 수십 명이 함께 해도 공간이 충분하고 수심이 5m나 돼 수중 훈련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러 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주말이면 특별한 이들도 볼 수 있다. 바로 무호흡 잠수 훈련을 하는 ‘코리아 프리다이빙팀(회장 박정환)’이다.

마인드 컨트롤로 극복하는 극한 스포츠

▲ 두려움을 떨쳐 버리고 프리다이빙 세계로 오라! 그곳에서 한없이 자유롭고 평온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올림픽공원 다이빙풀에는 일찌감치 ‘코리아 프리다이빙팀’ 회원들 10여 명이 모여 훈련을 하고 있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3시간 정도 지난 후였다. 그들은 공기통도 없이 길이 25m의 수영장을 무호흡 잠수로 왕복 연습하고 있었다. 강도 높은 훈련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잠시 물속에서 얼굴을 내민 박정환 회장의 얼굴은 약간 상기되어 있었다. 거칠게 숨을 내시는 것보다 심호흡으로 마음을 가다듬는 듯 했다. 실내 훈련이긴 하지만 국내 최고 기량을 가진 그에게도 만만치 않은가 보다. 잠시 후 그가 말문을 열었다.

“매주 주말마다 4시간 정도 강도 높은 훈련을 해요. 바다에서 하는 무호흡 잠수를 대비한 훈련이죠. 워낙 강도가 높다보니 처음 입문하는 회원들 중에는 한두 번 해보고 포기하는 경우도 많답니다.” 프리다이빙(Free Diving, 무호흡 잠수)은 국내에선 조금 생소한 단어지만, 해외에서는 오래 전부터 인기를 모으고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다. 국내에서 프리다이빙을 즐기는 동호회는 ‘코리아 프리다이빙팀’이 유일하다.

“공기통도 없고, 특별히 안전장치가 있는 것도 아니죠. 그래서 섣불리 도전하기가 쉽지 않아요. 두려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인데, 폐활량이 좋거나 수영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서 극복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거든요. 정신적인 요소가 가장 크게 좌우합니다. 결국 프리다이빙은 개개인이 마인드 컨트롤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린 거죠.”

▲ 올림픽경기장 다이빙풀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회원들. 매주 주말마다 4시간 이상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보통 그들은 25m 길이의 수영장에서 보통 25~30초 정도 무호흡 잠수 후 1분30초 가량 휴식을 한다. 이를 계속 반복하다가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 잠수 시간은 그대로 유지한 채 휴식시간을 10초 단위로 계속 줄여나간다. 1분까지 휴식 시간이 줄어들면, 다시 잠수 시간을 조금씩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이렇게 25m 무호흡 잠수 훈련을 마치면, 다시 50m 무호흡 잠수가 이어진다.

하지만 얼마 전 50m 무호흡 잠수를 마친 회원 중 한 명이 기절하는 일도 발생했다. 긴장이 풀어진 탓이다. 장거리 무호흡 잠수 훈련을 하다보면 가끔 의식을 잃는 경우가 생기는데 대부분 마인드 컨트롤에 실패했기 때문이란다.

“프리다이빙은 개인적인 요소가 강한 만큼 훈련할 때는 서로 상태를 수시로 확인합니다. 1조가 2조를, 2조가 1조를 체크하는 거죠. 50m 정도로 거리가 늘어나면, 폐활량이나 수영 실력만 가지고 무호흡으로 잠수하기는 쉽지 않거든요.”

하지만 다이빙풀에서의 훈련은 한계가 있다. 바로 수평 잠수 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바다로 나간다. 진정한 프리다이빙의 세계를 즐기기 위해서다. 또한 강한 정신력을 키워야 하는 만큼 물속 훈련뿐만 아니라 평소에는 명상, 요가 등 정신력을 강화하는 훈련도 병행한다. 프리다이빙이야말로 마음을 가다듬을수록 더 깊은 곳, 미지의 세계에 도달할 수 있는 멘탈 스포츠(Mental Sports)인 것이다.

‘최초·최고·최연소’ 타이틀을 가진 동호회
‘코리아 프리다이빙팀’은 ‘최초’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최고·최연소’ 타이틀을 모두 가지고 있는 동호회다. 그중에서 동호회 초창기 멤버이자 현 기술고문을 맡고 있는 권혁조 씨는 국내 최고 잠수 기록을 가지고 있다. 더불어 국내 최초로 무호흡 잠수를 시도한 프리다이버다.

“수심 70m의 세계는 가보지 않은 사람은 모릅니다. 겉으로 보이는 건 똑같겠지만,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또 다른 내면의 세계가 보이죠. 일단 수심 100m 무호흡 잠수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어떤 세계가 기다릴지 정말 궁금해요.”

▲ 올림픽경기장 다이빙풀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회원들. 매주 주말마다 4시간 이상 강도 높은 훈련을 한다.
‘코리아 프리다이빙팀’에는 여성 최초 프리다이버도 있다. 5년 경력을 가진 전경희 씨다.
“스쿠버다이빙 동호회인줄 알고 시작했는데, 알고 보니 무호흡 잠수 동호회였어요. 처음엔 두려웠지만,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항상 같은 장소라도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잖아요? 스쿠버다이빙이 크루저 여행이라면, 프리다이빙이야말로 배낭 여행이죠.”

여성 회원 중에는 특별한 이력을 가진 프리다이버가 또 있다. 제주도 출신의 고경수 씨는 올해 21세로 국내 최연소 여성 프리다이버다. 그녀는 제주도 해녀였던 할머니의 피를 그대로 이어받았는지 무호흡 잠수를 처음 접할 때부터 그 매력에 푹 빠져 산다. 지난해 대학생이 되고 나서 시작한 2년차 신출내기지만, 벌써 수심 30m의 무호흡 잠수를 기록했다.

“어렸을 적부터 수영과 스쿠버다이빙을 즐겼어요. 하지만 프리다이빙의 매력엔 못 쫓아오는 것 같아요. 깊은 물속으로 들어가면 들어갈수록 평온해져요. 언젠가는 꼭 국내를 대표하는 여성 프리다이버가 되고 싶어요.”

코리안 프리다이빙팀의 회원은 벌써 1500여 명이나 된다. 하지만 실제로 훈련에 참가하는 회원은 많지 않다. 훈련이 고되고, 매번 자기 자신과 극한의 싸움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때론 자신들을 선택받은 자라고 부른다. 어쩌면 프리다이빙이야말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선택받은 자들의 익스트림 스포츠일지도 모른다.

1976년 세계 최초로 수심 100m에 도달했던 전설적인 프리다이버 자크 마욜(Jacques Mayor). 박정환 회장은 그의 이름을 따서 동호회 카페 닉네임이 ‘자크’다. 언젠가 자크 마욜처럼 전설적인 프리다이버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박정환 회장은 프리다이빙의 매력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두렵죠. ‘어느 깊이까지 내려갈 수 있을까, 과연 다시 살아서 물 위로 떠오를 수 있을까’ 내려가면 내려갈수록, 한계점에 도달하면 도달할수록 여러 생각들이 겹쳐요. 하지만 이를 극복했을 때의 희열은 정말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요. 마치 엄마의 자궁 속에 있는 느낌이 이럴까요? 나만의 공간 속에서 한없이 자유롭고 평온함을 누리는 순수한 세계, 바로 프리다이빙만의 매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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