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비아스포츠웨어>와 함께 하는 우리 강산 걷기
<컬럼비아스포츠웨어>와 함께 하는 우리 강산 걷기
  • 글 사진·이소원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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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거문오름 - 용이 여의주 품은 듯 신령스런 모습에 “와우~”

신생대 제4기의 화산섬 제주도는 368개나 되는 기생화산을 품고 있다. 제주방언으로 ‘오름’이라 부르는 기생화산은 분화구를 가진 원뿔형의 작은 화산체를 말한다. 그 많은 오름 중 아홉 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품은 모습이라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의 ‘거문오름’을 찾았다. ‘신령스러운 산’ 이라는 의미도 지닌 거문오름에서의 여름 트레킹, <컬럼비아스포츠웨어> 제주 고객들과 함께 했다.

▲ 일본군 동굴진지 앞에서 해설가의 설명을 듣고 있는 참가자들. 거문오름은 식생 뿐 아니라 우리의 아픈 근현대사를 조용히 품고 있다.
<컬럼비아스포츠웨어>의 제주 고객들과 해발 456m의 거문오름을 오르기 하루 전날, 제주의 바람이 매섭다. 365일중 300일은 날씨가 궂다는 제주. 다행히 일기예보는 “단지 흐리고, 오후에 잠시 비가 내릴 수 있다”며 일행을 위로한다.

간절한 기원이 통했던 걸까. 먹구름에 바람은 매섭지만 다행히 빗방울은 없다. 슬쩍 고객들 눈치를 살피니 이 정도 날씨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신경도 쓰지 않는다. 한 고객은 제주 토박이로 50년 가까이 살았는데 ‘거문오름’은 가본 적이 없다며 한껏 상기된 표정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거문오름 용암동굴계

▲ “길을 비켜라!” 삼나무에 둘러싸인 길을 걸으며 참가자들끼리 재미있는 포즈도 만들어 본다.
“2007년 6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위원회는 국내에서 최초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했수다. 한라산과 성산일출봉, 그리고 거문오름용암동굴계 이렇게 3개 지역을 말이우다.”
오늘 거문오름 트레킹을 함께 할 배효숙 해설가의 설명이 이어진다.

“분화구 내부의 울창한 수림이 검은색으로 음산한 기운을 띤다는 뜻을 지닌 거문오름은 신령하단 뜻의 ‘검’에서 유래했수다. 신령한 오름이란 의미우다.” 출발하기 전 탐방안내소에서 거문오름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함께 “그 무엇도 꺾거나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는 엄명이 떨어진다. ‘벌금이 3천만원’이라는 말이 떨어지자 듣는 둥 마는 둥 하던 참가자들 얼굴에 살짝 긴장감이 비친다.

오늘의 코스는 탐방안내소~거문오름 정상~용암협곡~붓순나무·식나무 군락지~숯가마터~ 화산탄~수직동굴을 보고 다시 탐방안내소로 돌아오는 원점회귀인 A코스다. 약 5.4km로 찬찬히 해설을 들으며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한 길이다. 7월18일부터 진행된 세계트레킹대회를 시작으로 이제 A코스는 8km짜리 태극길로 변신한다.

태극길은 지금의 A코스와 수직동굴까지는 길이 같고 여기에 7개의 분화구가 더해진다. 9마리의 용이 여의주를 갖고 노는 모습과 닮았다는 거문오름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거문오름은 말발굽형 분화구 모양을 하고 있수다. 제주도내 최장의 규모를 자랑하는 용암협곡에는 희귀 동식물과 일본군 주둔지와 숯가마터, 수직동굴 등 문화·역사적 유적지가 보존되어 있수다.”

삼나무 군락지로 이어지는 길
탐방로 초입에서부터 광고에서나 볼 것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여전히 바람은 매섭지만 거문오름의 품으로 안기면서 야생 정글 같은 길이다. 약간 오르막에 엊그제 온 비를 머금은 땅은 질퍽하긴 하지만 걸을 만하다. 참가자들도 “좋다”를 연발하며 걸음이 빨라진다. 해설가의 설명에도 눈을 반짝거리며 집중한다.

얼마나 걸었을까. 약간 높은 지대에 올랐다. 거문오름 주변의 오름들이 하나 둘 부풀어 올라 있다. 천년신라 경주의 왕릉 같다. 오름 하나하나에 제주만의 생태며, 역사를 품고 있으니 어쩌면 둘은 서로 비슷한 처지일지도 모르겠다.

▲ 거문오름 정상의 좌측 표정. 군락을 이룬 삼나무와 푸른 숲이 제주의 미모를 한껏 드러낸다.
거문오름 일대는 제주근대사를 상징한다. 일제강점기와 제주4·3사건의 생채기가 오롯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이 만든 갱도진지 등의 잔재는 오늘날까지 오름을 갉아먹고 있다. 거문오름은 여전히 상처투성이다.

곧 거문오름에서 분출된 용암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용암협곡이 이어진다. 제주에서 가장 긴 용암협곡이다. 나무와 덩굴이 마구 엉클어져 있는 곳을 의미하는 ‘곶자왈’이 초현실적인 숲의 분위기를 드러낸다. 그리고 바로 삼나무군락지가 펼쳐진다. 매끈하게 죽 뻗은 모습이 거문오름의 ‘태양 저장소’ 같다. 거문오름이라는 이름답게 ‘검은’ 오름 내부에 비해 이들 삼나무 군락지는 빛이 온전하게 닿는다.

일본군 동굴진지와 숯가마터를 지나간다. 껌껌해서 내부는 잘 보이지 않지만 각기 다른 이유로 오름에 파고들었다. 예로부터 넓고 깊숙한 거문오름은 이 일대 사람들이 숯을 굽고 화전을 일구던 생활터전이었다.
그런데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제는 삶의 터전에 군사시설을 만들고 오름을 요새화시킨다. 오름 곳곳에 자리 잡은 갱도진지는 일본군이 제주도를 최후의 전쟁기지로 삼았던 생생한 역사를 보여준다.

이어 불어닥친 제주4·3사건 전후에는 이 일대 사람들의 도피처로 이용되는 등 난리를 겪는다. 화산섬이라는 지질학적 가치와 함께 거문오름의 이면에는 이처럼 제주근대사의 아픔과 비극이 담겨있다. 정글탐험을 하면 이런 느낌일까. 수풀에 감싸여 잠시 다른 세상에 온 것만 같다. 잠깐 빗방울이 스치는가 싶더니 참가자들의 걸음이 빨라진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오늘 트레킹 코스의 마지막 볼거리, 수직동굴은 영 인기가 없다. 코스의 왼쪽으로 살짝 내려가면 바로 닿는데 대부분 그냥 지나친다.

“옛날에 마을에서 사람이 없어진 적이 있는데, 한참 뒤에 여기서 발견됐다지.”
다행히 입구를 쇠창살로 막아두어 출입이 불가능하게 해 놓았다. 끝이 보이지 않는 동굴은 깊이가 34m나 된다.

돌아가는 길, 삼나무 군락지가 그림같이 펼쳐진다. 참가자들은 일렬로 서서 장난도 치고 신이 났다. 장마철임에도 반나절 동안 비를 뿌리지 않은 하늘이 감사할 뿐이다. 28만 년 전 화산활동을 시작으로 깨어난 거문오름의 길고 긴 이야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었다.

제주 거문오름 트레킹

▲ <컬럼비아스포츠웨어코리아> 제주, 신제주점 고객들과 함께 거문오름 탐방소 앞에서 단체사진.
해발 456m의 거문오름은 지난 2005년 천연기념물 제444호로 지정된 데 이어 2007년 6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된 귀하신 몸이다. 30만 년 전부터 10만 년 전 사이에 다량의 용암류를 분출해 벵뒤굴·만장굴·김녕굴·용천동굴 등 수많은 용암동굴을 탄생시킨 주인공이기도 하다.

이번 트레킹은 온전한 태극길에서 몇 개의 봉우리가 빠진 안내소~거문오름~용암협곡~식물군락지~화산탄~일본군 주둔지~수직굴을 보고 다시 안내소로 돌아오는 약 5.4km짜리 A코스로서 해설을 더해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여기에 우리가 다녀간 며칠 뒤인 7월18일, 거문오름 국제트레킹 대회를 시작하면서 7개의 봉우리가 더해진 8km짜리 탐방로 태극길이 개방됐다. 말굽형 분화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거문오름의 봉우리 아홉 개를 순환하며 주위에 흩어져 있는 화산체를 조망할 수 있는 길이다. 우리가 걸은 5.4km 탐방로는 이 코스에 흡수됐다.

오는 8월16일까지 진행되는 거문오름 국제트레킹대회에서만 만날 수 있는 용암길(B코스)은 수직동굴~숯가마터~벵뒤굴~웃밤오름~경덕원으로 이어지는 5km짜리 길이다. 아쉽게도 대회 이후에는 접할 수 없다. 거문오름은 예약제로 주중(09:00, 10:00, 11:00) 100명, 주말(09:00, 09:30, 10:00, 10:30, 11:00) 200명만 탐방이 가능하다. 거문오름 예약처 064-784-0456, 거문오름 탐방안내소 064-750-2514

별미
제주 하면 생각나는 별미는 오분작 뚝배기, 제주물회, 돔베고기, 흑돼지 등 먹을 것이 다양하다. 하지만 거문오름 주변에는 탐방안내소와 작은 매점이 하나 있을 뿐 음식점은 없다. 대신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조천읍 교래리에 토종닭과 흑돼지요리 전문점들이 있다. 이중 오름가든(064-784-6041)의 토종닭 한 마리 코스가 유명하다. 가슴살 샤브샤브와 사리, 그리고 백숙까지 푸짐하게 이어지는 요리는 녹두죽으로 마무리까지 깔끔하다. 2인 4만원, 3~4인 4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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