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 주는 즐거움
식물이 주는 즐거움
  • 박신영 기자 | 아웃도어DB ㅣ 일러스트 원유나
  • 승인 2021.12.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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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가드닝과 플랜테리어

“일주일간 홀로 남겨질 식물 아이들을 생각하면 벌써 애틋하지만 괜찮다. 반려 식물 호텔에서 우리 식물 아이들도 럭셔리한 휴가를 보낼 수 있다.” 더 이상 먼 이야기가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한 홈가드닝 산업, 집 안팎의 경계를 완전히 무너뜨린 초록 매직 이야기다.

슬기로운 취미 생활, 그린 하비
2019년 대한민국은 미세먼지와 씨름 중이었다. 새벽부터 울리는 미세먼지 경보 문자를 알람 삼아 일어나고, 실시간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던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 관련 뉴스를 보며 출근하고, 마스크를 살지 말지 고민했다. 가끔씩 인터넷에 올라오는 짤을 보며 “중국에서는 필터가 들어간 마스크를 낀다고 하던데 우리도 그러는 거 아니야?”라고 비웃기도 했다. 우리는 그때부터 어렴풋이 짐작한 것 같다. 수많은 기후 변화 문제를 등한시하면서 당장은 아니라고.

불과 몇 달 만에 코로나19가 등장했다. 우리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바이러스는 동아시아를 너머 세계로 확산했고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세계는 모든 문제를 제쳐두고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패러다임은 완벽히 바뀌었다. 사람들은 문을 걸어 잠그고 집콕 생활에 돌입했다. 벚꽃이 지고 단풍이 떨어지고 시원한 바다와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하는 모습도 미디어를 통해 바라봤다.

1년이 넘어가자 사람들은 변화된 삶의 방식에 적응했다. 집을 사무실이나 헬스장으로 개조하기도 하고 홈 카페, 홈 쿠킹, 집 꾸미기에 빠져들기도 했다. 답답함을 참을 수 없는 사람들은 완전히 자연으로 들어갔다. 차박과 캠핑을 떠나 정신을 환기하고 신선한 자연을 온몸으로 마주하면서 생각했다. “자연을 집으로 들이면 어떨까”

시작은 미약했다. 작은 화분 하나는 금세 두세 개가 됐고 잡동사니 가득한 베란다는 작은 정원으로 변했다. 초보 식물 집사들은 창문을 활짝 열고 잎사귀에 분무질하는 등 식물을 마치 가족처럼 보듬었다. 매일 쑥쑥 자라는 식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집사들은 정서적 안정과 위안을 얻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식물을 집안에 들인 건 오래전부터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봄만 되면 날아오는 중국발 황사로 인해 몬스테라, 산세비에리아, 베고니아 등 실내 공기 정화 식물이 유행했다. 식물을 놔두는 것만으로도 쾌적한 실내 환경 조성과 인테리어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어 식재는 엄마들의 집 꾸미기 아이템이었다. 삶 속으로 서서히 스며든 생활 원예는 코로나19라는 티핑 포인트를 만나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다.

블루칩 산업, 홈가드닝의 확산
플랜테리어Planterior(식물Plant+인테리어Interior)와 홈가드닝이 SNS 인기 해시태그로 급부상했다. 2030세대는 식물이 담긴 예쁜 화분 사진을 공유하면서 반려 식물이라 지칭했고 본인을 식집사(식물 집사)라고 말했다. 11월 기준, 인스타그램에서 #플랜테리어가 달린 게시물은 약 90만개, #홈가드닝은 약 35만개, #반려 식물이 달린 게시물은 약 76만개에 이른다. 집 안에 정원을 들이는 일은 더 이상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식물에 대한 관심은 홈가드닝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었다. 먼저 식물 판매와 가드닝 클래스를 운영하는 가드닝 편집숍이 증가했고 식물 콘셉트의 카페가 유행하면서 덩달아 조경과 실내 디자인 등 원예 산업이 성장했다.

올해 초에 유행한 ‘파테크’는 홈가드닝 시장을 확산시켰다. 파테크란 파와 재테크의 합성 신조어로 금값이 된 대파를 사 먹지 않고 직접 재배해 돈을 번다는 말이다. 대파를 시작으로 상추, 버섯, 방울토마토 등 채소를 길러 먹는 가정이 생기자 가정용 수경 재배 키트 상품이 출시됐다. 대형 가전 브랜드에서는 가정용 스마트 식물 재배기라는 신개념 가전을 선보이기도 했다.

홈가드닝의 확산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반려 식물을 위한 서비스가 등장한 것. 반려 식물 호텔 실라파티오는 장기간 집을 비우는 식집사를 위해 분갈이와 물 공급 등 각종 식물 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구시는 식물의 상태를 무료로 진단하고 치료해주는 반려 식물 치료센터 스무 곳을 시범 운영중이다.

현세대 최악의 재앙 코로나19, 우리는 절망했고 분노했고 좌절했지만 계속 전진했다. 각자의 방식으로 끝이 안 보이는 어둠을 밝혔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또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받아들였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고 일상이 회복돼도 홈가드닝에 관한 관심은 꾸준히 증가할 것 같다. 식물로 정서적 안정과 치유를 만끽하는 생활 방식 홈가드닝의 미래가 궁금하다.


초보 가드너를 위한 플랜테리어 식물 4

몬스테라
갈라진 잎의 모양 덕분에 이국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몬스테라. 미세먼지 흡착과 음이온 생성 능력이 뛰어나 새집증후군 예방과 공기정화 식물로 사랑받는다. 18~25℃에서 잘 자라고 관리도 간편해 집에서 키우기 좋다.

테이블야자
책상 위에 올려놓고 키운다는 뜻의 테이블 야자. 눈에 보일 정도로 쑥쑥 자라 키우는 맛이 있고 공기 중 수분을 방출하는 효과도 있어 첫 번째 반려 식물로 안성맞춤이다. 또한 작은 화분에서 키우면 크기가 20cm 정도로만 자라 원룸 자취생도 식재하기 좋다.

산세비에리아
사무실 개업 및 승진 축하 선물로 애용되던 산세비에리아가 집 안으로 들어왔다. 잎이 날카롭고 길게 뻗은 독특한 모양이지만 전자파 차단에 효과가 있어 각종 전지 기기가 놓인 공부방이나거실에 배치하기 좋다. 생명력도 강해 식물 잘 가꾸지 못하는 초보자에게 추천한다.

호프셀렘
최근 플랜테리어 식물로 급부상한 관엽 식물 호프셀렘. 화려한 물결 모양의 이파리를 갖춰 인테리어 효과를 톡톡히 낼 뿐만 아니라 관리법도 쉬워 초보 식집사를 사로잡았다. 또한 스스로 온도를 조절하는 정온 식물이라 병충해에 강하고 전자파 차단 및 공기 정화 효과도 있다.


플랜테리어를 위한 가드닝 숍 BEST 3

사진출처 플랜트오드

플랜트오드
4층 건물을 통으로 사용하는 가드닝 숍 겸 전시관과 식물 카페. 다육이부터 독특한 모양의 괴근 식물까지 희귀한 식물은 물론 각종 원예용품을 판매한다. 홈가드닝, 카페, 회사 등 상업 공간 플랜트 디자인과 플래닝 작업을 진행하는 스튜디오로 사용될 뿐만 아니라 미국 프리미엄 디자인 ‘모더니카’, 호주 이끼 전문 테라리움 ‘보타니카 부티크’ 등 해외 프리미엄 브랜드의 제품도 제공한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610번길 1
plant-odd.com
@plant_odd

정원놀이
식물 디자이너의 작업실 겸 가드닝 편집숍이다. 다양한 식물 분양은 물론 식물에 관해 상세히 알려주고 식재도 체험해보는 가드닝 클래스를 운영한다. 당일용 원데이 클래스, 정규적인 취미반과 전문가반 등 다양한 코스를 진행해 식물 초보자부터 준전문가까지 취향에 따라 원하는 코스를 선택해 들을 수 있다.

서울 마포구 망원로2길 96 2층
gardennory.com
@garden.nory

사진출처 가든어스

가든어스 플랜트 랩
국내 플랜테리어 창작 집단인 ‘마초의 사춘기’의 4번째 가드닝 편집숍이다. 미래 식물을 연구한다는 콘셉트로 운영되며 독특한 수형 식물, 원예용품, 빈티지 소품, 다양한 오브제, 스틸 제품을 취급한다. 또한 식물 근거리 배달, 사후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경기 광명시 양지로 17 1층
garden-earth.com
@garden__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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