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 낙조야, 어디 갔니?
황금빛 낙조야, 어디 갔니?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1.11.09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니멀웍스와 함께한 동검도 솔로 캠핑

울타리 너머가 잘 보이지 않을 만큼 어둠이 내렸다. 삽시간의 일이었다. 하여튼 뭐든지 아름다운 건 잠시 딴 짓을 하면 놓쳐 버린다.

오지에서 언택트 여행지로
강화도의 많은 부속 섬 중 최남단에 있는 동검도. 해안남로를 따라가다가 발견한 작은 다리를 건너면 일몰과 낙조로 유명한 섬 동검도가 나타난다. 휴일이면 여행객으로 북적이는 강화도와 달리 차분한 모습이 썩 마음에 든다. 사람의 손길이 덜 닿은 만큼 자연 그대로의 경치도 여럿이다. 도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해변을 둘러싼 갈대밭, ‘우리나라에 도 이런 곳이 있었어?’라고 외칠 수밖에 없는 이국적인 풍경들이 멋진 쉼터를 마련해 준다.

아름답고 조용한 동검도는 옛날엔 바쁜 섬이었다. 삼남지방에서 한양으로 향하는 선박은 물론 중국 사신과 상인들의 검문소였다. 수상한 배를 조사할 뿐만 아니라 알 수 없는 배가 염하(현재 강화도와 김포 사이의 해협)로 들어가면 곧바로 봉화를 올려 위험을 알리곤 했다.

그랬던 동검도가 2019년부터 달라졌다. 2019년 행정안전부 공모사업인 특수상황지역개발 신규 특성화 사업 2단계 마을기초 사업에 ‘행복 검문소 동검리 만들기’ 사업이 선정돼 3년간 5억원의 지원을 받기 시작한 것. 마을 기업에서 운영하는 체험 프로그램을 전문화하고 해 안 정원을 조성하는 등 관광객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중이다. 덕분에 동검도에는 각종 카페, 펜션, 캠핑장이 하나 둘 생겼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출현 이후에는 오지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동검도가 언택트 여행지로 부상했다.

나 홀로 우왕좌왕 캠핑
낙조와 일몰 캠핑장으로 알려진 동검도 노을 캠핑장에 사이트를 꾸렸다. 낮은 울타리 너머의 바다를 볼 때마다 가슴이 뻥 뚫린다. 풍경 감상도 잠시, 이제부터는 열심히 일할 차례다. 타프와 텐트 등 각종 캠핑 장비를 혼자 설치해야 했다.

우선 가장 큰 장비인 타프를 펼쳤다. “후하” 벌써부터 어질어질하다. 혼자 타프를 쳐 본 경험이 있었지만 설치는 여전히 어렵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나 홀로 캠핑에는 도움 구할 손이 없으니까. 폴을 지탱할 가이 라인 먼저 팩을 박고 양 폴을 세우니 그림이 좀 나온다. 곧바로 나머지 가이 라인에 팩을 박아 팽팽한 타프 완성. 겨우 하나 끝냈는데 몸은 이미 녹초다. 도대체 언제쯤이면 장비에 적응할 수 있을까.

해가 조금씩 저무는 기운에 후다닥 텐트, 테이블, 의자를 설치했다. 텐트를 칠 때는 폴을 반대로 넣어 우왕좌왕했고 의자를 설치할 때는 ‘이 부품은 뭘까’라는 말도 안 되는 고민을 하기도 했지만 30분 안쪽으로 사이트를 완성했으니 대체적으로 성공이다. 미니멀웍스 장비로 맞춰오길 잘했다.

아까부터 감지했지만 배꼽시계는 정확하다. 힘 조금 썼다고 열심히 알람을 울린다. 부랴부랴 준비한 밀키트를 꺼냈다. 바다로 캠핑 온 김에 해산물 요리인 보일링 크랩과 쉬림프 빠에야로 준비했다. 포장지에 보이는 먹음직한 음식 사진에 손이 더욱 빨라진다. 아직 해는 능선 위에 있으니 지금부터 요리하면 낙조를 보면서 음식을 즐길 수 있을 것 같았다. 웍을 휙휙 돌려가며 음식을 조리하고 냄비에 뜸을 들이면서 간을 봤다. 혀끝에서 이국적인 풍미가 느껴졌다.

요리를 테이블 위에 올리고 의자를 바다가 있는 방향으로 틀었다. 오랜만에 감성에 푹 적셔볼까 했던 생각은 날아가 버렸다. 이미 일몰은 끝났고 낙조는 끝물이다. 어느새 초승달은 바다 위로 껑충 올라왔고 랜턴은 눈이 부시게 빛나는 중이다. 오랜만에 일몰을 보나 싶었는데, 오늘은 날이 아니었다.

잘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함이 들어서였을까. 꽤 괜찮은 캠핑인데 어딘가 찝찝하다. 계속 시간에 쫓겨야 했고 무언가 조금씩 부족했다. 이를테면 가스를 안 챙겨 온다던가, 랜턴의 배터리가 고작 10%였다던가. 부족함이 드러날 때마다 이상하게 짜증이 났다. “미쳤나 봐, 왜 안 가져온 거야”라면서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사실 별거 아닌데, 그냥 대충 살면 되는데. 낙조 대신 휴대폰 디스플레이를 바라봤다. ‘대충 살자 시리즈’ 페이지의 스크롤을 내리면서 피식 웃는다. 꽉 조이던 마음이 스르르 풀린다. “그래, 대충 살자.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나쁘지도 않잖아? 나 홀로 캠핑에 이만하면 됐지 뭐.”


INFORMATION ABOUT CAMPING
동검도 3대 노을 뷰 캠핑장

동검도노을캠핑장
동검도 대표 캠핑장이다. 화려한 노을 뷰는 물론 깨끗한 시설이 눈에 띈다. 사이트가 많지 않아 조용한 캠핑을 보내려는 캠퍼에게 안성맞춤. 주말에는 예약이 몇 달씩 밀려 있을 만큼 인기 만점이다.

인천 강화군 길상면 동검길 159-13
010-2213-7770
평일 1박 사이트 5만원
강화오토캠핑장.kr

얏호캠핑장
동검도 노을 캠핑장과 함께 동검도 최고의 뷰 맛집이라 불린다. 동검도 3개의 캠핑장 중 규모는 제일 작지만 그만큼 각종 시설 관리는 확실하다. 2인 전용 캠핑장으로 2인 이하의 캠퍼만 예약이 가능하다.

인천 강화군 길상면 동검길 159-31
010-8877-7427
평일 1박 사이트 5만원
blog.naver.com/tank5599

검디관광농원 캠핑장
동검도 노을 뷰 캠핑장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데크, 잔디, 파쇄석 등 약 50개의 사이트를 갖췄으며 캠핑장 곳곳에 나무가 있어 숲 분위기도 느낄 수 있다. 전반적으로 깨끗한 시설을 갖췄다.

인천 강화군 길상면 동검길 159-47
010-4936-5802
평일 1박 사이트 4만원~


〈미니멀웍스 어패럴〉 신상 캠핑 스타일
밀리터리 크롭 재킷

베이직한 디자인과 여유 있는 핏을 적용해 일상과 캠핑에서 모두 착용하기 좋다. 바이오 워싱 처리해 빈티지하면서 자연스러운 무드를 연출한다. 14만5천원

배색 크롭탑
어깨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내려오는 오버핏 스타일 크롭탑이다. 컬러풀한 색상을 적용하고 밑단에 스트링 디테일을 적용해 발랄한 이미지를 연출한다. 11만원

우먼 브레이스 팬츠
활동성과 스타일을 모두 잡은 멜빵바지다. 파스텔 톤과 비비드한 색상을 배색하고 가슴 부분에 포켓을 적용한 귀여운 디자인이다. 100% 코튼 소재로 제작해 부드럽고 편안한 착용감을 자랑한다. 15만8천원

캠핑엔 〈마이셰프〉 밀키트

마이셰프×라이프멘터리 준식이 세트(쉬림프 빠에야 & 보일링 크랩)
마이셰프와 13만 캠핑 유튜버 준식이가 협업한 캠피용 밀키트다. ‘나를 위한 훌륭한 한 끼, 퇴근 후 감성 캠핑’을 콘셉트로 만든 쉬림프 빠에야 & 보일링 크랩. 신선한 해산물이 들어간 빠에야와 민물가재, 꽃게, 새우는 물론 각종 채소가 들어간 볶음 크랩 요리다. 마이셰프는 캠핑족의 편의를 위해 요리 과정을 최대한 간편화했으며 셰프들이 직접 배합한 개발 소스를 넣었다. 쉬림프 빠에야와 보일링 크랩 각각 3인분으로 구성돼 가족 캠퍼에게 안성맞춤이다. 4만2800원

직화 불고기 떡볶이
직화 불고기 떡볶이는 쫄깃함과 불 맛의 만남으로 떡볶이 애호가들을 사로잡았다. 매콤한 소스가 스며든 밀떡과 풍미 넘치는 직화 불고기의 색다른 어울림. 캠핑용 간식 또는 맥주 안주로 제격이다. 1만39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