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탄생
책의 탄생
  • 김경선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21.09.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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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력소 & 인쇄소 & 제본소 탐방

우리는 태어나 죽을 때까지 무수히 많은 책을 접하고 산다. 징글징글하게 보기 싫은 책도 있고, 책장이 줄어드는 게 아쉬운 책도 있다. 세상이 변화하면서 ‘책의 물성은 종이’라는 공식은 흔들리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에게 책의 기본은 종이책이다. 지식과 교양의 원천 책, 그 무수한 책들의 탄생 과정을 면밀히 살펴본다.

글쓰기와 교정
소설이나 교과서나 잡지나 책의 시작은 같다. 기획을 통해 책의 주제를 정하고 원고를 작성한다. 과거에는 작가가 직접 원고지에 글을 쓰거나 타자기를 이용했지만, 요즘은 한글이나 워드 프로그램으로 원고를 작성한다. 프로그램에서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잘못된 경우 빨간 밑줄로 오류를 알려주니 기본적인 오탈자를 손쉽게 걸려낸다. 글을 완성하면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여러 번 퇴고 과정을 거친다. 에디터의 경우 화면으로 여러 번 읽어 본 후 수정사항이 특별히 보이지 않으면 마지막으로 원고를 프린트해 마지막 퇴고 과정을 꼭 거친다.

글이란 게 참으로 오묘하다. 어떤 매체를 통하느냐에 따라 문맥의 느낌이 다르다. 모니터로는 흠 잡을 데 없던 글도 인쇄된 활자로 마주했을 땐 어색한 문장이나 오탈자가 눈에 띈다. 퇴고 과정은 글쓰기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퇴고가 완벽에 가까울수록 글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교정 작업이 수월하다.

편집자와 디자이너는 완성된 원고를 가지고 미리 정해진 판형에 따라 독자들이 보기 좋게 사진, 일러스트 등을 배치해 편집을 완료한다. 작가는 이렇게 완성된 교정지를 보며 오탈자나 띄어쓰기, 오류 등을 확인한다. 대체로 3~5회 교정지를 확인한 후 교정 작업을 완료한다.

터잡기와 인쇄판 출력
몇 천, 몇 만부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페이지 당 그만큼의 인쇄가 필요하다. 256페이지의 책을 1천권 만든다면 한 페이지 씩 1천 번 인쇄해 256페이지를 이어붙이면 될까? 우리가 프린터를 통해 인쇄하듯 책도 페이지를 이어 붙여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정답은 ‘아니오’다. 인쇄를 할 때는 종이 한 장에 8페이지를 인쇄한다. 이때 8페이지를 반 대라고 칭하고, 16페이지를 한 대라고 부른다. 8페이지를 한 장에 인쇄한 후 종이를 세 번 접고 책 크기대로 재단하면 1장씩 인쇄하는 것보다 효율면에서 월등하다. 결과적으로 반 대를 여럿 모아 합치면 내지가 되고 내지에 표지를 붙여 한 권의 책이 만들어진다. 이때 반 대를 인쇄하기 위해 1~8페이지를 순서대로 배치하면 제대로 된 책이 나오지 않는다. 종이를 반 접고, 또 반을 접고, 또 반을 접은 후 재단했을 때 페이지가 순서대로 배치되려면 터잡기(일명 ‘하리꼬미’)가 필요하다. 보통 한 대에 해당하는 16페이지를 반 대 두 개를 접어 재단했을 때 페이지가 순차적으로 올 수 있도록 터잡기를 한다.

출력실에서는 편집이 완성된 데이터를 가지고 CTP판을 출력한다. 인쇄는 보통 네 가지 컬러(CYMK)를 기본으로 디지털 이미지를 구성하며, 여기에 별색을 한 두 가지 추가해 4도 인쇄, 5도 인쇄, 6도 인쇄로 진행한다. CYMK는 사이언, 마젠타, 옐로우, 블랙 네 가지 컬러를 뜻하며, 이 색들을 조합해 다채로운 색을 만들어낸다. 때문에 출력실에서는 각 색상에 필요한 판을 반 대 당 각 네 장씩 출력한 후 인쇄소로 보낸다.

종이가 색을 입는 인쇄소
인쇄에도 종류가 여럿이지만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 하는 인쇄 방식은 옵셋Offset이다. 평판인쇄라고도 부르며 판을 짜서 잉크를 전사해 종이에 인쇄하는 방법이다. CMYK 4도 색상을 겹겹으로 인쇄하며, 고품질의 컬러 인쇄를 위해 고안됐다. 색상이 선명하고 해상도가 뛰어나며 인쇄가 빠르다는 장점이 있지만 기본 인쇄 단위가 큰 편이라 소량 인쇄에는 부적합하다.

인쇄소에 CTP판이 도착한다. 8페이지 반 대를 한 종이에 인쇄하기 위해서는 반 대마다 네 개의 판(CMYK 각 색상 인쇄판)이 필요하다. 판형에 알맞은 종이가 인쇄기계에 자동으로 주입되면서 네 가지 색을 차곡차곡 입는다. 인쇄가 들어가면 기장의 숙련도가 책의 색감을 좌우한다. 3~4가지 컬러의 조합으로 다양한 색이 만들어지는 만큼 자칫 본래의 색과 다른 컬러로 인쇄되기 십상이다. 이때 기장은 샘플을 테스트하며 컬러를 조율한다. 사진이 많거나 인쇄 컬러가 중요한 책은 편집자가 직접 인쇄 감리를 보며 기장과 색상을 맞추는 과정을 거친다. 반 대씩 인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책은 보통 8의 배수로 페이지를 잡는다. 한권의 책이 인쇄를 마치면 인쇄된 종이는 제본소로 보내진다.

책이 완성되는 제본소
제본소는 철저한 프로세스로 책을 완성한다. 인쇄소에서 반 대 씩 인쇄된 종이는 먼저 종이를 접는 기계로 들어간다. 기계에 빨려 들어간 종이는 한 번, 두 번, 세 번 접혀 나와 차곡차곡 쌓인다. 256페이지 책은 16대로 구성되며, 반 대 씩 접히므로 총 32개 묶음이 나온다. 접힌 종이는 다음 과정으로 넘어간다. 이제 반 대씩 접힌 32개 묶음을 페이지 순서대로 합치는 기계로 들어간다. 이때 1대부터 16대 중 하나라도 순서가 바뀌면 사고다. 이 책은 파지로 처리할 수밖에 없다. 1~16대까지 한 묶음으로 엮인 인쇄물은 다음 과정으로 넘어간다. 이제 책은 책등에 풀칠을 한 후 드디어 표지를 입는다. 이때 풀이 제대로 묻지 않으면 책이 손쉽게 뜯어진다.

표지까지 결합된 책은 마지만 재단하는 기계로 들어간다. 책의 불필요한 여분을 잘라내 책을 완성하는 과정이다. 이 때 책의 두께에 따라 3권, 5권, 10권 등으로 분류되며 재단 기계에 들어가면 삼면이 쓱싹 순식간에 잘라져 책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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