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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멀고, 때로는 가까운 현대 소설
때로는 멀고, 때로는 가까운 현대 소설
  • 고아라
  • 승인 2021.09.0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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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 3색 에디터 추천 책 2

향긋한 커피 한 잔을 내리고, 빳빳하게 날이 선 책 표지를 열었다. ‘얼마나 재미있으려나’ 기대감을 안고 펼친 첫 장. 사각사각 책장을 넘기는 소리가 켜켜이 쌓일수록 이야기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독서는 취향이다. <아웃도어> 에디터들의 취향도 천차만별. 무료한 시간을 흥미롭게 채우는 에디터들의 각양각색 추천 책 리스트를 소개한다.<편집자주>

사진출처 mel-poole-lBsvzgYnzPU
사진출처 mel-poole-lBsvzgYnzPU

시인이었던 아버지 덕에 어릴 때부터 손이 닿는 곳엔 늘 책이 있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레 붕 뜨는 시간을 독서로 채웠다. 아침 식사 후 이제 막 만들어진 신선한 햇살이 내리쬐는 때가 가장 애정 하는 독서 시간이었다. 빛이 가장 많이 닿는 식탁 앞 의자에 앉아 다리를 흔들거리며 책을 읽곤 했는데, 의자 이음새 사이로 살짝 새어나는 삐걱삐걱 소리가 익숙해서 여태 책을 읽을 땐 다리를 흔든다.

책장은 물론, 침대 옆 협탁, 책상, 식탁, 심지어 바닥에까지 책이 놓여있었는데, 수많은 책을 접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취향이 정해졌다. 에디터의 취향은 소설이었고 그중에서도 현대 소설을 좋아한다. ‘나’의 삶이 전부인 줄 알았던 어린 시절의 편협한 생각을 깨주었을 뿐더러 남의 일기장을 엿보는 것처럼 언제나 흥미진진했다. 때로는 나의 어떤 부분 혹은 상황과 맞물려 위로나 조언 같은 것들을 얻기도 했다. 허구인 줄 알았던 소설 속 인물과 사건이 ‘누군가의 삶’, 혹은 ‘나의 삶’으로 인식될 때가 가장 짜릿한 순간이다. 인생을 바꿀만한 힘은 없을지라도 삶을 조금 더 넓고 깊은 눈으로 바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책 네 권을 꼽았다.


<너의 심장을 쳐라>
특유의 기상천외함으로 이미 두터운 마니아층을 보유하고 있는 벨기에 작가 아멜리 노통브. 그녀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인간관계에 있어서 숨 막히는 심리를 다룬 <오후 네시>였다. 이 소설을 읽고 난 후 망설일 겨를도 없이 가장 최근 작인 <너의 심장을 쳐라>를 구입했다. 모녀 관계를 소재로 한 소설로 잔인함과 유머가 신랄하게 어우러져 눈길을 끈다. 딸을 질투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의 사랑을 갈구하는 딸의 좁혀지지 않는 간극을 기발한 시선과 예리한 문장으로 서술해 긴장감이 끊이지 않는다. 아멜리 노통브, 밀리의 서재

<곰탕>
현대 소설 중에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가득한 작품들도 있다. 다만 비현실적인 상황이 현실 속에서 마주하는 상황과 무척이나 닮아 있어 이질감 없이 읽게 된다. <곰탕>은 두 권으로 이뤄진 장편이자 SF 소설이다. 판타지 소설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는 에디터도 무사히(?) 읽었다. 한편으로는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는 미래나 이미 얽히고설켜있는 현실처럼 느껴져 읽는 내내 긴장감이 감돌았다. 소설은 ‘곰탕’이 사라진 미래에서 맛있는 곰탕 요리 비법을 알아내기 위해 한 남자가 과거로 여행을 오면서 시작된다. 시간 여행의 숨 막히는 과정과 반전의 반전, 그리고 스토리에 숨어든 현실 속 우리의 근원적인 불안은 숨 고를 틈도 없이 두 권의 책을 완독하게 만든다. 김영탁, 아르테

<파친코>
한국계 미국인인 이민진 작가의 장편소설. 일본계 미국인 남편을 만나 4년간 일본에 머물렀는데, 이 기간 동안 다양한 연구와 취재를 통해 이 소설을 완성시키며 ‘제2의 제인 오스틴’이라 불리게 됐다. 가족, 사랑, 돈 등 일상과 가장 가까운 것들부터 식민지 국가 국민에게 주어지는 삶처럼 겪어보지 못한 경험까지 폭넓게 다루는데, 마치 역사 소설처럼 생생하고 분노와 슬픔이 터져 나온다. 부모의 살뜰한 보살핌과 사랑을 받고 자란 주인공 ‘선자’는 한 중매상이 유부남인 사실을 모른 채 그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어 불행에 빠진다. 목사 이삭이 선자를 아내로 맞이하고 새 삶을 위해 일본 오사카로 향한다. 뼈아픈 시대적 배경 속에서 차별받는 이민자들의 치열한 삶의 기록을 따라가다 보면 역사 교과서 속 삶을 생생하게 마주하게 된다. 이민진, 문학사상

<한국이 싫어서>
‘헬조선’이라는 신조어가 바이러스마냥 급속도로 퍼져나가던 2015년, 어느 정도 그 단어에 공감하고 있던 에디터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온 작품이다. 책이 출간된 당시 에디터와 비슷한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 ‘계나’가 주인공이다.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무료한 일상과 우유부단한 남자친구, 겉도는 위로와 조언을 주는 친구들. 어찌 보면 이 시대의 평범한 또래 여성이 겪는 상황이지만 계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호주로 떠난다. ‘한국이 싫어서’라고 생각했던 도피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위해서였다는 깨달음을 얻기까지의 여정을 흥미롭게 그려냈다. 장강명, 민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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