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년 당신의 여행
2050년 당신의 여행
  • 박신영 기자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21.08.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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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소설 작가 곽재식 인터뷰

과학의 발전 속도는 얼마큼이나 빠를까. 가깝다면 가깝고 멀다면 먼 미래를 과학적으로 예견한 책 <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에서 미지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예측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떤 과학 기술이 여행과 여가 산업에 적용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런 기술이 바꾸는 여행은 어떻게 달라질까.

SF 소설 작가가 과학 교양 도서인 <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을 집필했습니다.
꾸준히 SF 소설을 집필하는 와중에 청소년 서적을 주력하는 출판사에서 과학 교양 도서의 출간을 제안했어요. 독자층을 따로 정해서 책을 쓰는 스타일이 아니라 집필을 고심했었는데 쉽고 가볍게 읽히는 과학 서적을 쓰는 것도 재미있을 거라 판단했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미래 기술을 얄팍하게 훑어보는 책인 <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을 출간했습니다.

<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에서 여가 산업의 미래를 어느 정도 추측해 볼 수 있었어요. 작가님이 예견하는 미래 도시와 골목은 어떤 모습일까요?
사진 찍을 거리가 많은 도시와 골목이 흥행할 거 같아요. 한 십여 년 전부터 생각해왔던 건데요. 유적지나 기념 장소를 관광지로 바꾸는 사업을 정부에서 많이 하고 있는데 딜레마가 있어요. 혹시 서울 서초구에 고인돌 있는 거 알아요? 우면산 일대에 선사 시대 유적지가 있어요. 근데 그곳을 관광지화하려니 ‘이게 뭐야? 큰 돌이 되게 뜬금없는 장소에 있네.’ 할 정도로 아주 작은 흔적만 남아 있죠. 그곳을 개발해서 공원처럼 꾸미자니 유적지를 파괴하는 게 되고, 뭔가 꾸미려고 하자니 별로 역사적인 의미도 없는 것 같고, 그렇다고 방치하자니 그곳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리고. 이런 상황이 딜레마죠. 그래서 저는 예전부터 그런 지역에다가 석상이나 조각상을 옛날 스타일로 만들어서 설치하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석기 시대 사람들의 모습을 석상으로 깔끔하게 만들어서 설치하는 것도 좋지만 얼굴이 부서지거나 몸체가 닳아진 모양으로 만들면 세월이 지나서 파괴된 듯한 느낌이 들지 않을까요. 그러면 사람들이 찾아와서 사진을 찍기에 좋을 거 같아요. 그런 식으로 개발하면 나중에 발굴 조사를 하더라도 단순히 석상을 치워 버리면 되니까 유적지를 파손하는 것도 아니고요. 3D 프린터 기술이랑 색을 입히는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석상을 만드는 게 훨씬 용이해질 거예요.

여가 및 여행 산업에서 영상 콘텐츠가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어요.
십 년 전만 해도 서울 강남 테헤란로에 게임 회사가 많았어요. 미국 할리우드 배우들의 핸드 프린팅처럼 강남 테헤란로에도 게임 캐릭터 동상을 세우면 어떨까요. 캐릭터들이 폼 잡고 서 있는 모습도 나쁘지 않지만 테헤란로의 첨단 이미지를 살리면 더 좋을 것 같아요. 횡단보도에서 길을 건너려고 기다리는 미래 용사, 버스 정류장에서 승차하려는 몬스터, 맨홀 뚜껑을 열고 기어 나오는 외계인 등 도시 풍경에 어울리는 작품을 40~50개 정도 설치하면 테헤란로가 말만 IT 중심지가 아니라 뭔가 게임이 만들어지고 있는 듯한 분위기를 연출할 거예요. 앞으로 기술이 더욱더 발전하면 움직이는 동상도 가능하죠. 그러면 아주 재미있는 영상 콘텐츠 소재가 될 거고요.

그렇다면 자연에는 어떤 기술이 적용될 수 있을까요.
자율주행이죠. 자율주행이 지금보다 조금 더 발전하면 오지라던가 교통이 덜 발달한 곳으로의 이동이 편리해질 거예요. 사람이 운전하지 않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은 50년 안에 가능할 거 같고요. 그렇게 멀리 보지 않더라도 십 년 안에 괄목할 만한 변화가 생길 거예요. 운전 중 갑자기 어린이가 튀어나왔을 때 자율주행 기술이 스스로 차를 세워주기만 해도 엄청난 의미거든요. 가격이 어느 정도 떨어지고 대중화되는 건 빠르면 5년 길게는 10년 후가 될 거예요. 예를 들면 ‘우리 카센터에 와서 블랙박스 달듯이 한 30만원 내고 어떤 장비를 장착하면 기본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합니다.’라는 것이요. 그런 기능을 장착하지 않으면 자동차 보험료를 더 지불하거나 불법으로 간주하는 법안이 나올 수도 있죠. 만약 그렇게 된다면 15~20년 후에는 자동차 사고 발생 건수가 확 줄어들겠죠. 그게 엄청난 변화예요.

그럼 곧 자동차 무사고 시대가 오겠네요?
길게 봐서 20년 후쯤에는 교통사고 시대가 끝날 거예요. 조선 시대에는 사람이 길을 걷다가 어디 받혀 죽는 건 아무도 생각지 않았어요. 누가 달리는 말에 부딪혀서 죽었다는 건 진짜 드문 일이었죠. 20세기가 도래하면서 자동차가 등장했고 교통사고라는 단어가 생겼어요. 아마 자율주행이 발달하면 차에 받혀 죽는다는 건 20~21세기 초반 백몇십 년 정도만 있었던 일이라고 하지 않을까. “우리 어릴 때는 길에서 잘못되면 차에 받혀 죽을 수 있다고 항상 부모님이 조심하라고 했어”라고 손자와 손녀들에게 지나가듯 말할 정도로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시대가 올 것이라 믿어요. 또 그렇게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하고요.

듣고 보니 역사적으로 교통사고는 참 이상한 일이네요.
교통사고가 자주 일어날 때는 사람이 일 년에 천 명씩 죽었어요. 어떤 편리한 기술이 있다고 칩시다. 그걸 타면 걷거나 말 타는 것보다 훨씬 빨리 이동할 수 있대요. 그런데 그 기술을 도입하면 일 년에 사람이 천 명씩 죽어요. 웬만한 기술이면 그런 것을 아무도 도입하지 않으려고 해요. 근데 ‘자동차는 어쩔 수 없지.’라면서 살았던 거예요. 자동차로 일어나는 사고를 자율주행 기술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은 반드시 도입될 거라 봐요. 자율주행이라고 하면 크게 두 가지 기준으로 생각하거든요. 럭셔리카에 자율주행 기술을 탑재해 고속도로에서 편하게 달리는 장점이 하나고요. 나머지는 자율주행이 대중화돼 택시 기사들의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런데 자율주행 기술은 럭셔리카나 일자리 문제를 떠나서 안전 문제에 초점을 맞춰 발전해야 해요. 예를 들어 섬이나 사막 등 오지에 사고가 일어난다고 하면 날아다니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굉장히 도움을 줄 거예요. 여차하면 자율주행을 탑재한 날아다니는 드론 택시가 구급 기능을 할 수 있죠. 군청, 시청, 지하철역마다 날아다니는 택시를 설치하고 오지에서 사람을 구출하면 그만큼 사람들이 안심하고 살 수 있을 거예요.

자율주행을 탑재한 드론 택시는 먼 이야기처럼 들려요.
기술적으로는 현실화 가능한데 문제가 있어요. 단지 실험적으로 사람을 태워서 몇 km를 날 수 있는 뭔가가 나왔다고 합시다. 그런데 가끔 고장도 나고 문제도 생길 수 있단 말이에요. 그럼 고장률이 어느 정도 비율일 때 상용화될 수 있느냐 하는 고민이 시작돼요. 예를 들어, 천 번 중 한번 사고가 난다면 운영 허가를 받기 아주 곤란해요. 만약 해당 기술력을 가진 회사에서 고장률을 백만 번 운행 중에 한 번으로 줄였다고 합시다. 그럼 백만 분의 일이라는 퍼센트를 어떻게 산출할 수 있느냐가 다음 문제로 떠오를 거예요. 또 한 가지 그럼 백만분의 일은 정말 괜찮은 비율인가 하는 문제도 나오겠죠. 과학자가 기술을 개발하는 건 시작에 불과해요. 규제 당국이나 기관의 협의를 거처 허가를 받아야 상용화될 수 있죠. 그래서 희망하기로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연구하고 규제 기준을 세우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해요.

책에 “화려한 기술보다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목표로 기술을 개발해 나가고 싶다”는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고민을 담았어요. 여가와 여행에서 약자라 하면 이동이 어려운 환자들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기술도 나올까요?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해내는 역할이 많을 거 같아요. 현재 흔히 쓰이는 전동 휠체어만 봐도 사람들에게 자유를 주고 있거든요. 흔히 기계나 인공지능을 이야기할 때 기계는 기계일 뿐이니까 한계가 있고 인간은 감성적이니까 인간만의 특징이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가까운 시기에 인공지능이 감성이 없고 인간적이지 않아서 흥할 거라고 예상해요. 또 예를 들어 볼게요. 몸이 불편한 사람이 남산에 올라가고 싶어서 도우미를 고용했어요. 도우미랑 마음이 잘 통한다고 해도 사람인 이상 미안함, 부끄러움, 어색함 등 불편함이 있단 말이에요. 그리고 약간 더 요구하고 싶은데 괜히 말 못 하는 경우도 있죠. 이런 도우미 역할을 로봇이나 인공지능 기계가 대체한다면 훨씬 더 편안한 마음으로 남산에 올라갈 수 있을 거예요. 기계일 뿐이니까 감성이 없어서 오히려 감성적으로 더 편한 거죠. ‘당신이 노쇠해지면 사람과 로봇 중에 누가 당신을 돌봐줬으면 좋겠나’라는 주제로 조사한 것을 보면, 로봇을 택하는 사람의 비율이 대체로 높아요. 인간의 내밀한 삶을 완전히 오픈하고 싶지 않아서 로봇을 선택하는 거죠.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로봇이나 인공지능이 감정적으로 생활 보조를 해주는 날이 올 거 같아요.

로봇이나 인공지능의 모습은 매체에서 보듯 사람과 비슷할까요?
사람들이 전동 휠체어를 타지 로봇에 업혀 다니지 않잖아요. 그런 실용적인 모습이 좀 더 편리하고 거부감 없지 않을까요. 로봇이 사람처럼 생기면 그것 또한 사용하기 불편할 수 있어요. 노예를 부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 수 있기 때문에 적당히 사람 같지 않아야 해요. 2010년대 중반 일본에서 알츠하이머 노인들의 말동무 역할을 하는 간병 심리 치료 로봇 ‘파로’를 만들었어요. 말 그대로 정신이 온당치 않은 사람의 말동무 역할이기 때문에 말 듣는 척만 해줘도 되거든요. 겉모습은 물개 모양 봉제 인형인데 말을 하면 듣는 척을 해줘요. 눈을 깜빡이거나 고개를 흔들기도 하죠. 노인에게 파로를 안겨주면 정서적으로 안정을 얻는다는 결과도 나왔어요. 인간의 모습을 하지 않음으로써 애완견이나 애완묘를 다루듯 또는 인형 놀이하는 것처럼 쉽게 관계를 형성할 수 있죠.

우주여행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어요. 언제쯤 대중이 금전적 부담 없이 안전하게 우주여행을 할 수 있을까요?
최근 영국 억만장자로 알려진 버진 그룹 리처드 브랜슨 회장과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우주 관광을 다녀왔어요. 이외에도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등 부유한 사람들이 우주여행 티켓을 구매했죠. 그런데 대중이 우주여행을 떠난다는 건 쉽지 않을 거 같아요. 50년 안에 부자들은 달까지 우주여행을 갈 수 있을 거 같지만요. 일론 머스크가 화성을 개발해 사람을 이주한다고 하는데 이건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요. 우주 산업이 급속도로 발달해서 일이 잘 풀리면 20~30년 안에 큰마음 먹은 일반인의 우주 비행 정도는 가능할 거예요. 고무적인 사실은 공학 엔지니어 기술 발전이 놀랍도록 빠르다는 거예요. 로켓 기체의 재활용 기술이 생각보다 빨리 발전하고 있거든요. 우주에 다녀온 로켓 기체를 겨우 주워 왔는데 이것을 재활용한다는 것에 대한 안전성이 그동안 이슈였어요. 그런데 여러 번 실험하면서 노하우가 쌓이고 기술도 확보된 거 같아요. 그리고 로켓에 집어넣을 연료의 가격을 얼마나 낮추냐도 문제였는데요. 이것 역시 기술적인 돌파구가 마련되고 있는 거 같아요. 로켓은 천연가스 주성분인 메테인을 연료로 사용해요. <곽재식의 미래를 파는 상점>에 나온 것처럼 바이오 연료가 발전하면 아주 고품질의 메테인이나 그 비슷한 힘을 내는 화학 물질을 쓰레기나 농작물에서 추출할 수 있어요. 그러면 연료 가격이 무의미할 정도로 떨어질 거예요. 그게 실현이 되면 문턱을 하나 넘는 셈이고 또 그런 식의 문턱을 네다섯 번 넘으면 연료나 기타 소모적인 것에 들어가는 비용이 감축될 거예요. 로켓 기체를 재활용하면서 저렴해지고 연료 가격도 낮아진다면 전체적으로 우주에 다녀올 수 있는 가격이 내려가겠죠. 그러면 20~30년 안에 우주에 한 번 나갔다 오는 정도는 큰마음 먹은 일반인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메타버스가 이슈예요. 가상현실이 현실을 대체하는 날이 온다면 인류는 정말 행복할까요?
메타버스가 아무리 풍요로워진다고 해도 웬만해서는 현실을 대체할 수 없을 거예요. 맛집에서 음식을 먹는 건 메타버스로 대체할 수 없거든요. 아무리 정교한 가상현실을 구현해도 실물을 입에 집어넣는 걸 구현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그렇게 되려면 뇌의 감각을 100% 통제해야 하는데 그런 기술은 어렵죠. 메타버스는 현실을 더욱 재밌게 해주는 대상일 뿐이라고 봐요. 자동차가 나왔지만 사람들이 일부러 산책하면서 거리를 구경하는 일이 늘어난 것처럼요. 메타버스가 열리면 나름대로 재미있는 공간이 되겠지만 현실의 뿌리를 뽑을 정도로 잠식하지는 못할 거예요. 기술의 매력이 있듯 자연의 매력이 있는 거니까요. 대충 생각해보면 현실의 20~30% 정도를 메타버스가 잠식하고 나머지 70~80%는 그만큼 현실이 더 소중해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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