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향기 가득한 힐링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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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선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1.07.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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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소나무숲

휴가, 하면 바다를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에디터의 선택은 숲이다. 끝도 없이 푸르게 일렁이는 시야, 콧속을 간질이는 은은한 솔향기, 폐부를 거쳐 뇌까지 전달되는 신선한 산소…. 고요와 적막의 바다는 24시간 도시의 소음과 정보의 홍수에 허우적대는 우리를 진정한 힐링의 세계로 초대한다.

대관령 소나무숲을 처음 만난 건 몇 해 전 대관령자연휴양림에서 휴가를 보낼 때였다. 계곡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한 후 ‘산책이나 한 번 하자’며 가볍게 나선 길이었다. 때마침 날은 흐렸고 보슬보슬 비까지 내렸다. 한여름 열기를 양껏 머금은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된 오르막을 잠시 걷자 금세 소나무숲으로 향하는 샛길이 보였다.

안개에 휩싸인 숲은 신비로움 그 자체였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잘생긴 소나무 군락 사이로 뿌연 안개가 운무를 추자 숲은 신령한 기운을 여지없이 내뿜었다. 1시간 여를 걷는 동안 숲의 신비로움에 흠뻑 취한 에디터는 몇 년이 지난 후에도 종종 ‘대관령 소나무숲에 다시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때마침 지난 5월 1일, 대관령숲길 102.96km 전 구간이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숲길’로 지정됐다. 핑계를 기회삼아 다시 대관령 소나무숲을 찾았다.

100년 생 소나무 가득
대관령 일대에는 12개 숲길이 있다. 대관령 옛길을 비롯해 선자령, 백두대간 마루금, 국민의숲 트레킹 코스 등 총 12개 숲길은 산림청이 산림의 생태적,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아 국가의 체계적인 운영과 관리가 필요한 곳이라는 판단 하에 국가숲길로 지정했다. 대관령 소나무숲도 이번에 지정된 국가숲길 중 일부 구간으로 2018년 일반에 개방된 후 사람의 발길이 닿은 지 불과 4년이 채 되지 않았다.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일원에 자리한 대관령 소나무숲은 면적이 축구장 571개에 해당하는 400ha의 대규모 소나무 군락지다. 어흘리에 소나무숲이 조성된 시기는 10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1922~1928년 소나무 종자를 산에 직접 뿌리는 직파조림을 통해 조성된 숲으로 지금까지 100년 가까운 시간동안 관리되고 있다. 1988년 ‘문화재 복원용 목재생산림’으로 지정됐으며, 2000년에는 제1회 ‘아름다운 숲 전국 대회’에서 ‘22세기를 위하여 보존할 아름다운 숲’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대관령 소나무숲 전체 코스는 약 6.3km로 천천히 걸어도 2시간 30분이면 충분하다. 오르내림은 다소 있는 편이지만 등산로보다 부침이 적고 길도 편안해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걷기 좋다. 코스의 시작점은 어흘리 주차장. 주차장 옆 대관령소나무숲안내소에서 안내 팜플릿을 받고 코스에 대한 설명을 간단히 들었다. 주차장에서 숲길 들머리까지 10분 정도 포장도로를 걸어야한다. 숲길 초입에도 작은 주차장이 있다. 평일에는 방문객이 많지 않은 편이라 이곳에 주차하는 것이 편하다.

숲길에 들어서면 치마골을 만난다. 맑고 깨끗한 계곡을 따라 잠시 걸으면 널따란 너럭바위를 굽이치는 3단 폭포, 삼포암폭포가 나타난다. 첫 번째 폭포를 지나면 연달아 두 번째, 세 번째 폭포가 등장하는데, 깊고 큰 소가 사이사이 등장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길은 완만한 오르막이 이어졌다. 이내 계곡을 건너는 솔숲교를 지나 대관령휴양림으로 향하는 차도를 건너면 본격적인 송림으로 향하는 계단이 등장한다.

숲며들기 좋은 곳
다시 만난 소나무숲, 이번에는 뿌연 안개를 걷어낸 말간 맨얼굴이다. 가린 것 없이 순수한 자태를 드러낸 100년 생 소나무는 족히 20m는 훌쩍 넘는 키로 에디터를 압도했다. 나무 밑동을 두 팔로 펼쳐 안아도 반도 되지 않을 만큼 커다란 소나무는 우리나라 고유의 소나무인 황장목으로 단단하고 우수한 재질을 인정받아 조선 시대부터 궁궐이나 사찰의 자재로 쓰였다.

사방을 둘러봐도 온통 소나무다. 물고기 비닐처럼 단단하고 검푸른 껍질을 입고, 고개를 한껏 젖혀야 끝이 보이는 위풍당당한 소나무의 향연. 송림 사이사이로 연둣빛이 찬란한 키 작은 활엽수가 숲의 생기를 더했다. 초반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탐방객 무리가 시야에서 사라진 후 눅진하게 눌러 붙은 마스크를 얼굴에서 떼어내자 숲을 메우던 피톤치드가 에디터의 폐 속으로 맹렬하게 돌진했다. 얼마 만에 느껴보는 날 것의 공기인가. 걸음을 멈추고 한 동안 숨 쉬기에 집중했다.

대관령 소나무숲길의 난이도를 따지자면 산길과 산책로의 중간(?) 정도다. 산길이라기엔 가볍고, 산책로라고 하기엔 제법 되다. 소나무숲 코스의 기점인 대통령쉼터까지 주로 오르막이다. 동해에서 불어오는 습한 기운으로 이미 온 몸은 땀으로 흥건했다. 숲길로 들어선지 1시간, 드디어 대통령쉼터에 도착했다. 소나무숲 코스의 기점인 대통령쉼터는 2007년 故 노무현 대통령이 방문한 곳으로 방문 당시 기념사진이 담긴 팻말이 세워져있었다. 바로 옆 전망대는 강릉 시내와 동해 바다가 시원하게 조망되는 전망 포인트다. 에디터가 방문한 날은 아쉽게도 날이 흐려 뿌옇기만 했다.

쉼터에서 풍욕대로 가는 길, 사방으로 쭉쭉 뻗은 소나무가 그림처럼 펼쳐졌다. 초입의 검푸른 소나무와 달리 붉은 빛이 도는 황장목이 사방에 가득하다. 숲길은 이제 잔잔한 내리막이다. 오롯이 숲의 기운을 만끽하며 돌아오는 길, 인적 하나 없이 적막하기만 하다. 바람 한 점 없이 고요한 어느 날, 숲의 한 가운데서 진정한 휴가를 만끽했다. 생동하는 활엽수림이 활기라면, 묵묵한 침엽수림은 침묵이다. 고립이 미덕이 되어버린 코로나 시대에 대관령 소나무숲은 자연과 소통하는 선물 같은 장소다.

전국 숲 모음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경북 울진군 소광리 울진 금강소나무숲길은 국내 최대의 금강소나무 군락지로 금강송 160만 그루가 빽빽하게 들어선 마법 같은 공간이다. 금강송은 속살이 황금색을 띠고 있어 황장목(黃腸木)으로도 불린다. 일반 소나무의 나이테 간격이 5~10mm라면 금강송은 1mm 남짓으로 촘촘해 무척 단단하다. 가격이 일반 목재에 15배에 이를 만큼 귀한 재목이다. 금강소나무숲은 2010년에 산림청이 조성한 1호 숲길로 총 7개 구간 79.4km에 달한다. 숲을 보호하기 위해 1년에 7개월만 열리며 나머지 5개월은 천연기념물 제217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산양을 비롯한 희귀 동식물을 보호한다. 금강소나무숲길을 탐방하려면 예약은 필수다. 숲나들e 홈페이지(foresttrip.go.kr)를 통해 예약할 수 있으며, 하루에 최대 80명만 탐방 가능하다. 숲해설가의 안내로 탐방하며, 코스에 따라 2~5시간 정도 소요된다.

인제 자작나무숲
산림청 인제국유림관리소가 관리하는 강원도 인제 원대리 ‘속삭이는 자작나무숲’은 산불예방을 위해 등산객의 출입을 관리하는 산림감시초소에서 시작한다. 감시초소에서 1시간 남짓 임도를 따라 걸으면 30~40년 동안 비밀스레 가꿔놓은 자작나무 70만 그루가 밀집해 있는 숲을 만날 수 있다. 25~30m까지 자라는 자작나무는 마른 나무가 자작자작 소리를 내며 불에 잘 탄다고 해서 우리말 이름이 붙여졌다. 원대리 자작나무 숲은 산림청이 1990년대 초반부터 조림했고 2012년 10월에 비로소 대중에게 소개됐다. 0.9km의 자작나무 숲 코스, 1.5km의 치유 코스, 1.1km의 탐험 코스, 2.4km의 힐링 코스 네 가지의 길로 이루어져 있고 각각의 코스는 큰 구분 없이 연결되어 있다.

제주 사려니숲
사려니숲길은 ‘신령한 곳’이라는 뜻으로 ‘살아니’ 또는 ‘솔아니’라고도 불린다. 제주시에서 서귀포시까지 이어지며 2002년 유네스코가 제주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1112번 지방도인 비자림로에서 서귀포 한남리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약 15km 숲길이지만 현재는 숲길의 허리를 통제중이다. 북쪽 비자림로 출입구에서 붉은오름으로 이어지는 10km 구간과 남쪽 1119번 서성로 입구에서 사려니오름으로 이어지는 약 1km 구간을 걸을 수 있다. 숲길은 경사가 완만해 슬렁슬렁 걷기 좋다. 탐방로 입구에 들어서면 울창한 삼나무 숲이 눈에 띈다. 일찍이 방풍림과 산림녹화사업 목적으로 제주 전역에 삼나무를 많이 심었고 사려니 숲은 그 시발점이 되었다. 삼나무숲 군락을 지나면 평균 고도 550m에 자라는 천연 식생이 펼쳐진다. 고사리류의 양치식물이 바닥과 바위틈을 메우고 서어나무, 산딸나무, 윤노리나무 등 자연림이 무성하다.

장성 축령산 편백숲
전라남도 장성 축령산은 산 전체에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빼곡한 숲이 일품이다. 빼어난 숲의 아름다움은 물론 식생까지 다채로워 산림청이 ‘22세기 후손에게 물려줄 숲’으로 지정했으며, 2000년에는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우수상을 받기도 했다. 축령산의 숲은 故 임종국 씨가 1950년대부터 약 20년간 모든 것을 쏟아 부어 나무를 심고 가꾼 결과다. 임 씨는 1976년까지 700여 ha에 250만 그루의 편백나무와 삼나무를 심었다. 숲길은 추암리 괴정마을에서 출발하는 게 일반적이다. 괴정마을에서 10여 분 걸으면 본격적으로 임도를 따른다. 임도를 끝까지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능선 정상에 닿는다. 이곳에 임종국 조림 공적비가 있다. 능선 정상 갈림길에서 산림청이 조성한 치유의 숲 건강숲길이 축령산 정상으로 연결되며 총 길이는 2.9km다. 괴정마을에서 임종국 조림 공적비를 거쳐 금곡영화마을까지 5.1km 코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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