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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빈센조를 찾아
나만의 빈센조를 찾아
  • 박애진 | 박애진
  • 승인 2021.06.18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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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주 물길 산책

‘Un diavolo scaccia l’altro(악은 악으로 처단한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빈센조>의 명대사이자 이야기를 끌고 가는 메시지이다. 하루도 빠짐없이 고구마 백 개 먹은 듯한 뉴스가 쏟아지는 현실을 대신해 동치미 한 사발 같은 복수로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빈센조는 주인공의 이름이자 이탈리아어로 승리자라는 뜻이다. ‘우리는 생각한 대로 우리가 된다.’는 그를 따라 에너지 충전 여행을 떠나보자.

토닥토닥, 수주팔봉
불멍에 이어 물멍이 대세다. 조용한 바닷가나 강가를 찾아 잔잔히 흐르는 물결을 바라보며 말 그대로 가만히 멍을 때린다. 복잡한 상념은 강물에 흘려보내고 마음을 평온함으로 채우는 것이다. 충주 살미면에 위치한 수주팔봉은 훌륭한 물멍 여행지이다. ‘물 위에 선 여덟 봉우리’라는 이름처럼 강을 따라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마치 한 폭의 수묵화를 연상시킨다. 빠름이 미덕인 시대에서 잔잔한 물살을 바라보며 번잡함 없이 차분하게 시간을 보내기 좋다.

재미있는 일화도 전해진다. 조선의 철종은 어느 날 여덟 개의 봉우리가 비치는 물가에 발을 담그고 노는 꿈을 꾼다.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잊지 못해 ‘찾으라’ 지시하였고, 신하들이 수주팔봉의 그림을 올렸다. 그 후 철종은 직접 행차해 꿈에서 본 그곳이라며 크게 기뻐했다고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여덟 개의 봉우리 중간이 뚝 잘려있다. 일제강점기 시대 때 농지 개간을 위해 팔봉의 산허리를 끊었기 때문이다. 잘린 봉우리와 봉우리 사이에는 작은 폭포가 흐르고, 출렁다리가 놓여 있다.

옛 모습을 찾을 순 없지만, 여전히 수려한 바위 능선 앞으로 한강의 지류인 달천강이 흐른다. 물맛이 달다 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달래강 또는 감천강이라고도 불린다. 드라마 속 두 주인공은 강을 바라보며 슬픔을 나눈다. 죽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빈센조를 홍차영이 위로해 주는데, 그의 등을 토닥이는 손과 물 흐르는 소리만이 그 순간을 채운다. 그들을 따라 자갈밭에 앉아본다. 햇살을 머금은 둥근 돌들의 온기가 전해진다. 눈을 감자 폭포의 소리가 오롯해진다. 토닥토닥. 토닥토닥.

출렁다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팔봉교를 건너 강 반대편으로 가야 한다. 야영지와 약 500m 떨어져 있다. 칼바위를 가로지르는 아찔한 출렁다리는 밑에서 올려다 볼 때와 또 다른 풍경을 자랑한다. 강을 따라 형성된 넓은 자갈밭에는 캠핑과 차박을 즐기는 사람들이 물멍을 만끽하고 있다. 달천강은 전 구간이 상수원 보호 구역으로 취사나 야영이 불가능하지만, 이 구역만은 일부 개방되어 있다. 차박의 성지로 떠오르면서 주말이면 차량들과 텐트들이 빼곡하게 들어선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해 반려 가족들 사이에서도 인기다.

10분 정도 더 오르면 전망대가 나타난다. 300m라 만만하게 보았는데 길이 제법 험하다. 전망대에 서자 달천강이 휘감은 팔봉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을 중심에는 팔봉서원이 있다. 조선시대 명현인 이자를 비롯해 4현을 모신 서원으로 교육을 담당하던 장소였다. 현종 때 ‘팔봉서원’이라는 현판을 내려 받아 사액서원이 되었다. 대부분 출렁다리만 보고 돌아가는 덕분에 전세 낸듯 전망대를 누린다. 시원한 강바람이 선물처럼 다가와 온몸을 감싼다.

충북 충주시 살미면 토계리 산 5-1
043-850-6723

사랑이 몽글몽글, 중앙탑 사적공원
빈센조 뿐만 아니라 <사랑의 불시착>, <복수가 돌아왔다> 등 여러 드라마의 배경이 된 핫 플레이스이다. 높이 14.5m의 우뚝 솟은 석탑을 중심으로 조각공원이 형성되어있어 마치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중앙탑이라 불리는 이 탑의 정식명칭은 탑평리칠층석탑. 통일신라 때 나라의 남쪽과 북쪽 끝에서 두 사람이 똑같이 출발했고 중간에 마주친 곳에 국토의 정중앙을 알리는 탑을 세웠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국보 제6호로, 남아 있는 신라의 석탑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중앙탑 주변으로 너른 잔디 광장이 펼쳐져 있다. 아름드리나무 아래 자리를 잡고 망중한을 즐기니 나른한 행복이 차오른다. 강변을 따라 자전거길이 잘 되어있는데, 자전거 대여소 ‘타고놀까’를 통해 쉽게 이용할 수 있다. 초록이 넘실거리는 싱그러운 공원에 어둠이 내리면 하나, 둘씩 조명이 들어와 이색적인 분위기로 변한다. 중앙탑 앞 달 모양의 조형물은 꼭 찍어야 하는 야경 포인트 1호다. 달빛처럼 은은한 조명으로 몽환적인 실루엣 사진을 남길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한강을 따라 아기자기한 포토존이 조성되어 있어 찍고 찍히는 재미가 쏠쏠하다. 특히 풍선에 매달려 하늘을 나는 웨딩카는 연인이라면 그냥 지나칠 수 없을 만큼 사랑스럽다. 이때 아니면 언제 해보리. 조금 낯부끄럽더라도 눈 딱 감고 애정샷을 남겨보자. 두고두고 꺼내먹을 달콤한 추억이 쌓인다. 더욱 특별한 추억 남기기를 원한다면 공원 내 의상 대여실인 ‘입고놀자’를 찾아보자. 한복은 물론 캐릭터 의상과 개화기 의복 등 다양한 의상이 준비되어 있다.

충북 충주시 중앙탑면 탑정안길 6
043-842-0532

낮과 밤의 반전매력, 탄금호 무지개길
“난 비지니스 외에는 누군가에게 약속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하지만 약속할게요. 꼭 돌아올게요.”
빈센조가 떠나기 전 홍차영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곳이다. 탄금호 무지개길은 중앙탑 사적공원 내 위치해 함께 둘러보면 좋다. 공원 옆으로 흐르는 남한강은 조정지댐이 건설되면서 인공호수 탄금호가 되었다. 국제조정경기장이 있어 조정선수들이 힘차게 물살을 가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낮에는 은빛 물살을 따라 고즈넉한 매력이 빛나고, 밤이 되면 오색 낭만이 흐른다.

탄금호 무지개길은 2013년 세계조정선수권대회에서 차량을 이용해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 만든 도로에 조명을 설치해 탄생했다. 빈센조 커플 전 <사랑의 불시착> 서단과 구승준의 키스신이 촬영된 곳이기도 하다. 미디어속 단골 로맨틱 장소로 꼽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법. 1.4km의 산책로를 따라 알록달록 조명이 빛을 밝히고, 물 위에 뜬 달이 운치를 더한다. 살랑살랑 함께 걷는 것만으로도 사랑이 싹틀 것 같은 분위기이다. 여기에 캔맥주 한 캔이 더해지면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건배사로 낮에 스쳤던 포토존의 문구가 어떨까. 지금, 여기, 우리, 함께! Vincero(승리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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