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기어의 합천 대병오악 하이킹
마이기어의 합천 대병오악 하이킹
  • 김혜연 | 김혜연
  • 승인 2021.03.20 07: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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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다고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친다

일상도 자연도 모든 것이 찬란한 봄을 준비하는 지금, 차분히 그리고 단단하게 봄을 맞이하고자 경남 합천에 자리한 다섯 개의 산을 찾았다. 이름도 생소한 대병오악이다.

모든 것이 숨을 죽이며 찬란한 봄을 준비하는 지금, 가장 빨리 봄을 느끼러 남쪽으로 떠난다. 이번 여정은 ’대병오악‘이라고 불리는 다소 생소한 종주 코스다. 경남 합천 대병면에 모여 있는 의룡산, 악견산, 금성산, 허굴산, 황매산을 모아 대병오악이라고 부르는데, 황매산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500~700m 고지의 낮은 산이라고 만만하게 생각했다면 “악”소리가 절로 난다.

남쪽은 지금 완연한 봄
종주의 시작은 합전에서 시작한다.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합천행 첫차를 타고합천버스터미널에 내린 후 다시 택시를 타고 의룡산(481.1m) 들머리(용문2교)로 이동한다. 택시 기사는 “합천의 산들은 작은 설악산으로 경관이 어마어마하게 수려하다”고 자신 있게 소개했다.

들머리에서 산행준비를 하는 사이 몸을 감싸는 포근한 바람과 여유롭게 흐르는 합천호의 반짝반짝 빛나는 모습을 마주했다. 간질거리는 햇살을 맞고 있자니 봄이 코앞에 와있는 듯하다. 봄기운을 만끽하며 산행에 나섰다.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은 곳이라 한적했는데, 등산로가 희미해서 딴생각을 하다가는 길을 잃기 십상이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산행을 이어간다.

기온은 봄인데 아직 숲은 바싹 메말라 있다. 제대로 악소리를 내며 한껏 즐기고 가겠다고 2박3일의 일정을 잡고 왔는데, ‘너무 심심하게 끝이 나는 건 아닐까’ 걱정하며 걷던 그때, 마른 나뭇잎들 사이로 동글동글 돌들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크고 작은 암릉을 따라 걸은 지 한참, 드디어 첫 조망터가 나왔다. 나무들 사이에 바위가 빼꼼히 삐져나와 아슬아슬한 조망터를 숨겨놓았다. 바위에 올라서자 사방으로 기암괴석들이 웅장한 장관을 펼쳐내었다. 택시 기사의 말처럼 설악산의 한 부분을 떼어 놓은 듯했다.

몇 번의 아찔한 조망터를 거치며 정상이 가까워질수록 어떻게 이 낮은 산에 이런 험한 길이 나있는지, 누군가 일부러 명성에 걸맞게 ‘악’ 소리를 듣기 위해 조작해 놓은 듯 얽히고설킨 바위들이 마치 볼더링 게임을 하는 듯한 등산로가 이어졌다.

놀라움에 취해 첫 번째 정산인 의룡산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안내판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쉬어갈 수 있는 너른 바위가 있었다. 잠시 배낭을 내리고 늘어난 등산화 끈을 조이며 낮은 산이라고 만만히 봤던 마음도 같이 단단히 조여 묶고 악견산(634m)으로 향했다.

몸으로는 따뜻한 햇볕과 바람을 마음껏 받으며 발로는 차디찬 흙과 바위를 밟는다. 흡사 단짠의 매력과 같다고 해야 하나? 서로 다른 두 개의 매력이 넘쳐 나는 대병오악은 트레킹하기 최적의 장소였다. 악견산은 의룡산보다 바위가 더 많았다. 산행에서 자만과 방심은 금물, 신중하게 아찔한 산행을 이어갔다. 조금 지루해질라 치면 바위들이 자연스럽게 쌓아올린 동굴을 만나기도하고 너른바위 위에 앉아 잠시 쉬어갈 수도 있다.

밤이 되자 표정을 바꾼 산
악견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석은 누가 찾기라도 할까봐 바위 뒤에 살짝 숨어있었다. 여유로운 일정에 산행 시작 시간이 늦은 터라 높게 솟아오르던 해는 점점 기울었다. 그러자 얼굴을 싹 바꾼 산의 바람은 온도부터 달랐다. 두번째 ‘악’ 소리는 봄이 왔다며 콧방귀를 끼던 두 여자가 갑자기 얼굴을 바꾼 산에게 놀라서 지르는 비명이다. 아직 완연한 봄이 되지 않은 산은 시간에 따라 다른 모습을 하기 때문에 항상 보온의류와 장비를 잘 챙겨 다녀야한다.

더워서 하나씩 벗었던 옷가지들을 다시 주워 입기 시작했다. 봄을 느끼며 가져 온 보온장비들이 너무 오버였다고 후회하던 ‘우리는 참 잘했다’고 마음을 고쳐 먹는다. 첫날은 악견산까지만 진행하고 적당한 곳에서 숙영하기로 했다. 우리만의 밤이 찾아왔다. 찬란한 낮이 지나고 칠흑 같은 어둠을 맞이하면 일행과 무언가 더 돈독해지는 것 같다. 물론 서로 배려와 양보가 바탕이 되어야 하는 게 먼저다. 연속되는 산행과 야영으로 힘든 순간에 더욱 일행을 배려하고 양보하는, 마음이 큰 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는 밤이다.

밤사이 텐트를 때리는 강한 바람과, 멧돼지의 방문을 걱정했지만 일행이 곁에 있다는 든든함에 의지하며 무사히 새벽을 맞았다. 문을 열고 내다보니 주변이 온통 빨갛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오늘은 좀 서둘러야한다. 어제 늦장을 부린 탓에 둘 째 날에는 세 개의 산을 올라야하기 때문이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배낭을 꾸려 발걸음을 옮긴다. 악견산에서 금성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완전히 하산을 한 뒤 다시 산을 올라야한다. 하산길은 가시나무와 덤불로 얽혀있어 길을 잃기 쉽다. 우리도 조금의 알바를 하고 말았다. 지도를 잘 보고 하산하길 권한다.

한 폭의 그림 같은 합천호 조망
금성산(592m)으로 향하는 길도 험난하다. 흐르는 물을 건너 합천 호코지 캠핑장 옆길을 타고 올라가 도로로 진입 후 조금 더 걸으면 대원사가 나오는데, 이 절 옆으로 등산로가 보인다.

사전조사에서 ‘바위가 제일 멋지다’는 금성산에 기대를 듬뿍하고 있었지만 초입은 마른 나뭇잎과 질퍽한 땅으로 삭막 그 자체였다. 실망감과 피로감이 몰려 왔다. 젤리를 먹으며 힘을 내본다. 금성산도 만만한 산은 아니었다. 완만한 경사가 이어지더니 갑자기 거짓말 조금 보태 땅이 코에 닿을 듯 가파른 길이 펼쳐 졌다. 정신을 바짝 차리고 다시 산행을 이어갔다. 바위틈으로 길게 매달린 대왕 고드름과 누가 살포시 들어서 얹어놓은 듯한 바위들은 자연의 신비를 실감케 했다.

너른 바위 위에서 내려다보이는 합천호와 아기자기한 마을의 조화는 한 폭의 그림이다. 한없이 앉아 바라만 보고 싶었지만 갈 길이 멀다. 금성산은 앞의 두 산과는 다르게 숲보다는 바위와 함께 조망이 탁 트이는 시원시원한 산이었다.

세 번째 ‘악’ 소리는 그림 같은 경치를 눈과 마음에 담고 싶은 두 여자의 기합소리이다. 더욱 오래도록 풍경을 즐기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금성산을 떠났다. 다음 타자 허굴산(681.8m)도 완전히 하산한 뒤 마을길을 3km 정도 걸어서 청강사까지 이동해 올라야하는 산이다. 허굴산은 코끼리를 닮은 바위가 있고 합천 장단리의 가지런한 논과 밭이 아기자기하게 조화를 이룬 조망이 매력적인 산이다. 그러나 사람들
이 많이 찾지 않아서인지 등산로 찾기가 쉽지 않았다.

네 번째 ‘악’ 소리는 허굴산의 숨겨진 들머리를 찾다 알바를 한 두 여자이 지르는 한탄의 소리다. 허굴산 정상을 지나 마지막 코스인 황매산 모산재(767m)로 이동한다. 그동안 사진으로 보아오던 모산재의 돛대바위를 보기위해 황매산 정산 대신 모산재를 택했다. 모산재는 합천팔경 가운데 8경에 속하며 ‘신령스러운 바위산’이란 뜻의 염암산으로 부르기도 한다. 영암산은 그 명성에 걸맞게 아주 멋진 경치를 자랑한다. 특히 절벽에 키세스처럼 놓인 돛대바위와 그 앞으로 펼쳐지는 합천의 아름 다운 경치, 자연적으로 깎이고 다듬어진 바위가 벽을 이룬 경치가 백미다.

갑자기 내린 눈으로 봄에서 겨울이 되다
마지막 다섯 번째 ‘악’ 소리는 돌, 바람, 구름, 해, 눈, 별, 이 모든 자연이 만들어 낸 클라이막스의 황홀한 경치를 만난 행복의 비명이다. 밤과 함께 눈이 찾아왔다. 일출을 맞이하기 위해 돛대바위를 다시 찾았다. 하룻밤 사이에 날씨도 경치도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봄에 시작해서 찬란한 겨울에 산행을 마치게 됐다니. 운이 좋았다. 게다가 눈이 온 탓에 기대하지 않고 있던 해가 갑자기 ‘뿅’하고 떠올랐다.

일출을 배불리 감상하고 주변을 정리한 뒤 하산을 시작했다. 모산재 주차장으로 향하는 길은 제법 녹록치 않았다. 조금만 발을 헛디디면 그대로 추락할 듯 한 계단과 눈에 덮여 더욱 위험해진 바위길, 훈훈한 기온 탓에 그대로 녹아 흙 반죽이 된 땅, 등산화 바닥에는 어느새 통굽이 달려있다. 무거운 발은 힘들었지만 나무에 앙증맞게 맺힌 눈꽃과 엉덩이를 닮은 바위, 삼각김밥 모양의 바위 덕에 눈은 아주 즐거웠다.

최고 난이도의 하산길을 끝으로 이번 산행을 마쳤다. 날머리에 발을 딱 내딛는 순간 저 멀리서 스님이 마당을 쓸며 “차나 한잔 하고 가”라고 불렀다. 스님의 반가운 초대로 들어선 황룡사. 조용하고 아늑한 절이었다. 내어준 따듯한 차와 간식들, 그리고 좋은 이야기들로 뜻하지 않은 위로를 받았다. 여행의 묘미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일상으로부터의 해방과 산이 주는 아름다운 경치, 우연히 만들어지는 만남과 인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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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캠핑문화연구소 2021-03-20 10:16:52
적당한 곳에서 야영과 취사 행위를 하셨다고 하셨는데.. 산림보호법을 위반하셨다고 판단되는데..기자님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