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괜찮아마을 여행기
목포 괜찮아마을 여행기
  • 조혜원 | 조혜원
  • 승인 2021.03.1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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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어떤 사람이든, 괜찮아요

도시의 삶은 상상력을 펼칠 틈이 없다. 아무도 삶의 방향을 정해주고 강요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푹 쉬고 싶거나, 뭐든 해보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헤매고 있다면, 목포에 ‘괜찮아마을’이 기다리고 있다.

괜찮아마을
스스로를 다독여주며 “조금 쉬어도 괜찮다”고 말해줄 사람은 나 자신이다. 괜찮아마을에선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며 가만히 쉬어도 되고, 그 동안 머릿속으로 생각만 해왔던 것들을 시도해봐도 좋다. 일상을 다시 시작할 에너지마저 고갈된 사람들이 왁자지껄 함께 모여 밥을 지어먹고, 산책하며 사소한 행복으로 일상을 차곡차곡 채운다.

괜찮아마을에는 쉼과 상상 두 가지 테마가 있다. ‘쉼’은 사람들과 모여 다양한 쉼을 경험해보는 시간이다. 따로 또 같이 동네를 산책하고, 일출을 보러 가기도 하고, 함께 장을 봐서 밥을 지어먹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며 좋아하는 취미를 찾고 내가 어떤 순간에 행복하고 즐거움을 느끼는지 알아간다.‘상상’은 머리로 상상만 하던 새로운 시도를 돕는다. 직접 만든 공예품으로 팝업 스토어를 열기도 하고, 오래된 가게를 빌려 사진관을 열거나, 제품을 기획하고 펀딩으로 론칭할 준비도 한다. 서로 아이디어를 나누고 응원하며 상상을 현실로 만든다.

괜찮아마을은 말도 안 되지만 해보고 싶은 일을 계속하는 실험주의자들이 만든 ‘공장공장’이 운영한다. 왜 일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일상을 살아야 하는지, 왜 불안한 지 이유를 찾는 과정을, 비우고 채우는 일을 반복한다는 의미의 공장공장이다. 함께 쉬고, 시도해보고, 실패 하며 에너지를 받고 의미를 찾는다.

공장공장은 전국 일주 여행, 제주도 팝업 게스트하우스, 목포에서의 한량유치원 등 다양한 형태의 여행과 쉼을 기획하고 실행해왔다. 그러니 잠시 쉬어가도 괜찮다고,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해보는 것이 실패는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전라남도 목포시 노적봉길 21-1
dontworryvillage.com

목포 원도심 걷기
괜찮아마을이 자리 잡은 목포 원도심은 골목과 골목이 이어져 마을을 이루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많은 물자가 드나들던 목포항이 있어 서양식 건물, 일본식 가옥, 백화점, 은행, 경찰서 등 행정기관과 사람들이 모여들었던 곳이다. 일본이 패망하면서 남기고 간 부흥의 흔적은 시간이 멈춘 채 원도심 곳곳에 남아있다. 마을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근현대사에 대해 공부할 수 있는, 마을 전체가 커다란 도서관인 셈이다.

근대건축 투어
목포 최초의 서양식 건물인 목포문화원(옛 호남은행), 김영자 갤러리(옛 화신백화점), 지금도 대를 이어 운영 하고 있는 갑자옥 모자점, 목포근대역사관으로 사용되는 일본 영사관과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 등 근현대 건축양식을 볼 수 있는 건물들이 몇 걸음 차이로 모여있다. 서양식 근대건축물 사이사이 전형적인 일본식 가옥도 남아있다. 마을 전체가 영화 세트장 같아 지도를 펼쳐 들고 보물 찾기 하듯 하나씩 찾아 다니면서 도보여행을 하기 좋다.

행복이 가득한 집
1930년대에 지어진 일본식 가옥을 손봐 카페 겸 인테리어 숍으로 운영하는 곳이다. 뼈대는 일본식 가옥이지만 고가구와 유럽풍의 소품들이 가득해 유럽 가정집 같다. 조용히 숨어들기 좋은 아늑한 자리가 많다. 겨울엔 난로 옆자리에 자리 잡고 앉아 머물기 좋은 곳이다.

산그림에(한마을떡)
이른 새벽 할머니 할아버지가 빚은 떡과 커피를 파는 떡 카페다. 80대 할머니 바리스타가 직접 내려주는 커피와 쑥찹쌀떡의 궁합이 찰떡이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빚은 꿀떡, 팥떡, 증편, 인절미 등 다양한 종류의 떡은 따끈하고 쫄깃하다. 여름엔 직접 만든 팥이 듬뿍 얹어진 팥빙수가 인기 메뉴다.

쑥꿀레
쑥꿀레는 쑥으로 빚은 경단을 팥앙금에 굴려 조청을 뿌려먹는 간식이다. 1956년부터 봄 가을 노지 쑥 뜯어 목포여고에서 팔기 시작해 무려 60여 년간 쑥굴레를 만들어온 작은 분식집은 목포 주민들의 추억의 장소다. 쑥꿀레 뿐 아니라 떡볶이, 냄비국수도 추억을 소환하는 맛이다.

코롬방제과
빵순이들의 성지 중 한 곳인 코롬방제과. 1949년에 문을 열어 목포 원도심의 터줏대감 격인 빵집이다. 요거트향이 나고 새콤달콤한 크림치즈 바게트, 새우 맛이 조금 나는 노란 크림이 든 새우 바게트가 스테디셀러다. 방부제나 화학첨가제를 넣지 않은 건강한 빵을 판매한다. 추억의 밀크 셰이크와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아리랑고개
목포 원도심의 역사를 함께 한 아리랑고개. 일제강점기 살기 좋은 아랫동네에는 일본인이 대저택을 지어 들어앉고, 생계를 위해 목포로 모여든 이들은 유달산 비탈을 타고 올라 언덕배기에 집을 지었다. 고단한 삶을 위로하는 아리랑을 부르며 고개를 넘었다 해서 아리랑고개라 부른다. 어깨를 맞댄 집 사이사이 주민이 쓴 시화가 눈길을 끈다. 마을 입구에 영화 <1987>에 나온 연희네슈퍼가 영화 속 모습 그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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