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년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북촌
600년 역사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북촌
  • 김경선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21.03.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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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없는 북촌로11길은 처음이었다. 내·외국인들로 시끌벅적하던 골목은 쥐죽은 듯 조용했다.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불편을 겪던 거주자들의 볼멘 목소리가 언제였냐는 듯 호젓한 북촌에 지금 봄이 성큼 다가왔다.

과거가 소곤소곤 이야기를 건네 오는 곳, 북촌은 그런 곳이다. 옛 것이라면 촌스럽고 구태의연하다는 편견으로 가득 했던 10대, 모던한 것이 트렌디하다며 허영심을 키운 20대를 지나 30대에 접어들자 비로소 우리 것의 아름다움에 눈을 떴다. 시나브로 세월이 쌓이고 추억이라는 그리움이 촉매제 역할을 하자 레트로는 도리어 힙하고 트렌디한 문화가 되어 버렸다. 1000만이 살아가는 도시 서울, 이 거대한 메가시티는 하루가 다르게 현대화를 지향하며 추억을 지워가는 모습이다. 뻔한 말이지만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다’라는 문구가 그 어느 때보다 와 닿는 요즘, 전통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북촌은 외국 여행자 들이 가장 사랑하는 동네가 됐다.

북촌은 서울에서 과거를 만나기 가장 좋은 장소다. 조선시대에는 원서동, 재동, 계동, 가회동, 인사동 일대를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고 해 북촌(北村), 종로의 아랫동네인 지금의 남산 자락을 남촌(南村)이라고 불렀다. 특히 북촌은 뒤로 북악산과 인왕산이 버티고 앞으로 청계천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 지역으로 풍수지리상 길지로 여겨져 조선시대 왕족이나 사대부가 살던 지역이었다. 지금까지도 북촌 일대는 옛 모습이 많이 남아 있어 골목과 골목이 미로처럼 얽히고설킨 자리에 한옥과 오래된 양옥이 어깨를 맞대 독특한 풍경을 자아낸다.

지금의 북촌은 과거의 넓은 지역이 아닌 창덕궁과 삼청동 사이의 한옥마을 일대를 가리키며 해마다 국내외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서울의 인기 여행지다. 늘 인산인해를 이루는 북촌로11길은 한옥마을의 백미. 너무나 전통적이라 오히려 이질적인 마을은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하루 종일 집 앞 골목이 인파로 꽉 찬다면, 상상만으로도 괴롭다. 북촌은 한국의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거주민이 생활에 불편을 겪어 결국 이주하는 현상)의 대표적인 사례가 될 위험에 처했다. 밀려드는 소음, 창문 하나 마음껏 열지 못하는 사생활의 제약으로 북촌 한옥마을 거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종로구는 2018년 북촌 지킴이를 배치해 소음과 쓰레기 투척, 사생활 침해 등을 막아 거주민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노력중이다.

가회동에서 만난 처마선의 아름다움
북촌으로 가는 길은 크게 지하철 3호선 안국역에서 사람 냄새 물씬 나는 계동 골목이나 덕성여자중고교 골목을 거슬러 가회동 언덕으로 오르는 방법과 삼청공원 아랫자락의 감사원 맞은 편 골목으로 접근하는 방법 두 가지다. 골목마다 양옥과 한옥이 공존하고 있는 북촌에는 무려 900여 채의 한옥이 자리한다. 한옥보전 관련 규제가 해제되기 전엔 1990년대까지는 약 1500채가 있었으니 그 사이 수가 확연히 준 셈이다.

북촌 한옥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골목은 한옥이 밀집된 북촌로11길이 가장 유명하지만 이름 모를 골목에도 쉼표를 찍듯 한옥이 숨어있다. 북촌 여행이 특별한 목적지를 정하기보다 산책하듯 쉬엄쉬엄 주위를 둘러보며 숨은 보물을 찾는 여정인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해진 코스가 필요한 여행자라면 서울한옥포털의 지도를 참고해 걸어 봐도 좋다. 북촌의 아름다운 전경을 만나는 북촌8경, 한국 드라마 속 북촌 여행지, 가회동 공방 골목, 시간대별 추천 코스 등 다양한 루트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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