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매개로 인간성의 회복을 꿈꾸다
자연을 매개로 인간성의 회복을 꿈꾸다
  • 김경선
  • 승인 2020.12.28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스노우피크코리아 김남형 대표

코로나19 시대에 인도어와 아웃도어의 경계는 더욱 명확해졌다. 바이러스를 피해 야외로 나가는 사람들. 자연을 보호하고 공존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은 지금, 캠핑은 아웃도어 라이프를 실현하는 최고의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캠핑에 열광한 2020년을 보내며 캠핑 리딩 브랜드 스노우피크코리아의 김남형 대표를 만나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캠핑에 대해 물어봤다. <편집자주>

스노우피크 김남형 대표.
스노우피크 김남형 대표.

올 한 해 코로나19로 세상이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스노우피크의 올 한 해는 어땠나요.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서 사회적으로 큰 혼란과 변화가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모든 생활에 있어서 큰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 왔던 것들이 당연하지 않게 되면서 사람들의 가치관까지도 바뀌고 있습니다. 아웃도어 활동, 특히 캠핑은 자연에서 즐길 수 있는 이상적인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게 됐습니다.

생활 면에서도 큰 변화를 겪었습니다. 회사와 학교에서만 소통하던 것이 웹과 IT를 기반으로 한 방식으로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사람들의 근본적인 의식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그 결과 도시를 떠나 외곽으로 이주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죠. 앞으로는 야외에서만 캠핑을 즐기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집에서도 캠핑을 하는 모습이 일상화될 것 같습니다.

올해 스노우피크코리아는 신규 고객들이 전년에 비해서 2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특이할 만 한 점은 스노우피코리아에서는 설립 이래로 고객들과의 소통과 연결을 가장 중요한 가치로 생각해 매년 스노우피크웨이, 설봉제 같은 필드 이벤트를 연간 열 번 정도 진행해왔습니다. 올해는 오프라인에서 단 한차례의 필드 이벤트도 진행할 수 없었습니다만 발 빠르게 온라인에서 소통할 수 있는 홈앤캠프 캠페인이라든지 디지털 설봉제를 기획해서 새로운 형태로 고객들과의 소통을 이어나갔습니다.

올여름은 텐트며 캠핑 용품이 품절사태를 일으키는 등 엄청난 캠핑 붐이었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면에서도 큰 성장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올해는 전반적으로 캠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습니다. 2010년대 초반 캠핑 시장이 호황기였을 때와 비교해서 주목할 만 한 점은 지금까지의 캠핑 유저들 외에도 여성과 젊은 층에서 캠핑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까지 스노우피크가 전하고자 하는 자연과 사람의 연결 그리고 자연 속에서 사람과 사람간의 연결이라는 가치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재확인할 수 있었고, 더 많은 이들이 우리의 생각과 가치관에 공감해 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매출도 전년과 비교해서 50% 이상 성장하였습니다.

10여 년 전 한국의 캠핑시장이 성장하면서 오토캠핑이 붐을 이뤘고, 이후 미니멀캠핑, 백패킹 등으로 캠핑 문화가 변화했습니다. 올해 코로나19로 가족캠핑이 늘면서 다시 오토캠핑에 대한 관심이 느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캠핑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한 시기는 2000년대 후반부터였습니다. 당시 여가 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SUV와 RV 같은 레저용 차량의 판매 증가와 함께 오토캠핑 붐이 시작됐죠. 그러다 오토캠핑 시장이 너무 과열되다 보니 미니멀 캠핑과 백패킹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시장이 세분화되었습니다. 다시 오토캠핑에 대한 관심이 커진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졌고, 가족들과 좀 더 안전한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요구가 커진 결과입니다. 아무래도 밀폐된 실내보다는 아웃도어 활동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하니까요. 또 직장 등에서의 사회생활과 사적 교류, 친목 모임도 제한을 받았기 때문에 가족의 중요성과 유대 관계도 재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오히려 가족 간의 거리는 가까워졌죠.

한국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사랑을 꾸준히 받고 있습니다. 스노우피크의 어떤 점이 국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요.
소비재 시장에 있어서 한국 시장은 매우 특별합니다. 한국 소비자들은 평가 기준이 높아서 품질과 서비스 수준에 매우 엄격합니다. 또한 매우 트렌디하고 변화 속도에 민감합니다. 스노우피크는 좋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또 고객에게 캠핑의 체험을 전달하는 것을 매우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면서 이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삶속에서 자연을…’이라는 코퍼레이트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발신하면서 많은 스트레스와 경쟁 그리고 빠른 변화 속도에 지친 현대인들이 캠핑을 통해서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 비즈니스를 합니다. 이 과정 속에서 고객과의 거리는 가까워지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 친밀한 관계로 발전하죠. 우리는 모든 고객 이벤트를 스태프들이 직접 준비하고 진행합니다. 때문에 고객들과 스킨십을 많이 하며 정서적으로도 교감할 수 있게 됐습니다. 소비자들이 이러한 부분에서 공감하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스노우피크코리아 김남형 대표.
스노우피크코리아 김남형 대표.

‘스노우피크’ 하면 독창성과 창의성이라는 단어가 떠오릅니다. 늘 새로운 제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는데요. 스노우피크만의 가치관과 철학은 무엇인가요?
스노우피크는 제품을 만들 때 지키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먼저 스노우피크 브랜드의 창업자 정신이기도 한 ‘우리 스스로가 유저이다’라는 생각을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아웃도어 애호가이자 브랜드 사용자로서 진정으로 가지고 싶은 제품을 만듭니다. 개발자뿐만 아니라 스태프 모두가 유저의 시선에서 개발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출시 전에 제품을 테스트를 하며 완성도를 높여 갈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원칙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독창적인 제품을 만든다’입니다. 복제품을 만들지 않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유행을 쫓아가거나 잘 팔릴 만한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시선에서 세상에 아직까지 없었던 제품만을 개발하자는 생각입니다. 또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최대한 ‘심플하게 만든다’는 개발 원칙이 있습니다. 제품 본래의 개발 목적에 맞지 않게 부가적인 기능과 요소를 더하게 되면 불필요하게 비용이 증가하고, 자원의 소모가 발생할 수 있으며 고장도 잘 생기죠. 이런 이유로 가설-검증을 반복하며 본래 개발 목적에 최적화된 제품을 만들어냅니다.

이 밖에도 캠핑 용품은 기본적으로 주된 목적이 아웃도어 환경에서 사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튼튼하고 견고하며, 가볍고 부피가 작으며 수납이 용이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스노우피크의 제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스노우피크 제품에는 기능성뿐만 아니라 아름다움과 감성이 더해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래 전 캠핑 용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은 ‘일회용으로 사용하고 버린다’였습니다. 그에 반해서 스노우피크가 가진 생각은 ‘도구는 오랫동안 쓸 수 있는 튼튼한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였죠. 만약 도구가 망가지면 고쳐서 써야 합니다. 때문에 스노우피크에서는 A/S 정책에서도 ‘영구보증제도’, ‘World Warranty’와 같은 서비스 기반을 확실히 구축하고 있습니다.

스노우피크코리아가 한국에 설립된 지 벌써 12년이 되었습니다. 그동안 변화한 것이 있다면.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하는데 저희도 변화가 많았습니다. 우리 스태프들을 보면 실감이 나는데요. 40명이 조금 넘는 스태프들 중에서 올해까지 10년 근속한 사람이 4명이고, 5년 근속한 스태프까지 포함하면 20명 정도가 되더군요. 입사 당시에는 미혼이었던 스태프들이 대부분인데 이제는 결혼해서 가족을 이룬 스태프들이 많아졌습니다. 동고동락하면서 지내온 시간을 뒤돌아보면 그간에 생긴 추억도 많이 있고, 그렇게 세월이 흘렀음을 느끼게 됩니다. 또 한 가지는 고객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포인트 카드 회원 수가 올해로 7만 명 정도이고 그 중에서 로열 유저 등급인 블랙과 사파이어 고객은 740명이 됐습니다. 포인트 카드 회원 제도를 2012년부터 시행해 오고 있는데 매년 고객이 늘었죠. 이렇게 오랫동안 우리를 변함없이 사랑하고 성원해 준 고객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스노우피크코리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매년 연말에는 로열 유저와의 스페셜 미팅 행사가 있는데 올해는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통해서 비대면 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여기에 2009년 5월에 국내에서 처음 스노우피크웨이를 진행했을 때 참가한 고객이 여전히 자리를 지켜 주시고 있었습니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딸이 올해 대학에 입학했다니 고객과 스노우피크가 오랜 세월 함께 했구나, 실감이 났습니다.

물론 사업적으로도 안정을 찾았습니다. 그동안 캠핑 사업을 주력으로 비즈니스를 해왔는데 2013년부터 시작한 어패럴 사업과 함께 올해부터는 신규 사업을 계획하고 조금씩 사업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고객과의 오프라인 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공식 유튜브를 통해 고객과의 만남을 진행했다고 들었습니다.
올해는 매년 꾸준히 진행해오던 스노우피크웨이, 스타터 캠프, 설봉제, 스페셜 미팅 등 모든 필드 이벤트를 개최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10여 년간 진행된 70회의 필드 이벤트에서 약 9천명의 고객들이 참가해 왔는데, 코로나19로 인해서 이벤트를 진행할 수 없게 되어 새로운 방법을 고민했죠. 그래서 유튜브, SNS 채널을 통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한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올해 4월과 8월에 진행된 ‘Home&Camp Campagin’ 이벤트는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집이나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계절 특산물을 재료로 사용하여 진행한 요리 콘테스트, 원반 날리기와 공기놀이 챌린지, 봉숭아 물들이기와 펠트 아트 등을 함께 했죠. 두 차례 이벤트에서는 총 700명이 참여할 할 수 있는 키트를 준비했는데 발매 즉시 품절이 될 정도로 호응이 컸습니다. 또 매년 봄, 가을에 진행했던 고객감사 페스티벌인 설봉제를 ‘디지털 설봉제’로 기획하여 코로나 19 상황 속에서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며 공간의 제약 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언택트 형태로 진행했습니다. 한정 상품의 언박싱 이벤트, 사회 공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된 상품 경매, 라이브 콘서트, 버츄얼 모닥불 토크 등을 인스타그램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하여 웹상에서 고객들과의 교류와 소통을 이어 나갔습니다. 또 로열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이벤트인 ‘스페셜 미팅’도 유튜브 라이브 방송으로 기획해 국내 최초로 2021년 신제품을 공개하고, 화상 모닥불 토크를 진행했습니다. 스노우피크는 커뮤니티 브랜드로서 고객들과의 스킨십이 뛰어나다는 것이 타 브랜드와의 차별화 요인이었는데 올해 제한된 상황 속에서도 순발력 있게 새로운 이벤트를 기획하여 대처한 것이 고객들로 하여금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2020년은 코로나19로 인해 비극적인 한 해로 남겠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웃도어 활동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아웃도어 및 캠핑 시장이 커지는 계기가 됐습니다. 앞으로의 시장 전망에 대한 생각이 궁금합니다.
올해는 필연적으로 코로나19로 인해서 캠핑의 가치와 본질을 재인식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생각합니다. 이로 인해 다양한 연령대에서 캠핑 인구가 증가했다는 점과 자동차를 이용한 ‘차박’, ‘홈캠핑’ 등 새로운 형태의 캠핑이 새롭게 등장했죠. 진입장벽이 한층 더 낮아졌다는 점에서 내년에도 캠핑 산업에 대한 관심과 성장은 계속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캠핑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좋아졌고, 2021년에도 당분간 코로나19 상황이 완벽하게 종식되긴 힘든 상황이기에 해외여행이 줄어든 자리를 캠핑이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캠핑 업체들도 2021년에는 보다 공격적으로 판매 준비를 하고 있고,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도 2020년 보다 다양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노우피크에서도 지금 보다 더 다양한 캠핑씬을 연출할 수 있는 신상품을 발매할 예정입니다.

비록 2020년은 비극적인 한 해로 남겠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리가 평상시에 미처 몰랐던 소중한 것들을 돌이켜 보고, 중요한 삶의 가치를 재인식해 인간과 자연이 오래도록 상생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에서 건전한 라이프스타일로 전환해 나가는 움직임이 계속되기를 바랍니다.

스노우피크코리아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스노우피크코리아는 인간의 의식주에서 자연 친화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며 사람들이 살면서 느끼는 인생의 가치를 높여 나가는 일을 최선을 다해 도울 생각입니다. ‘의’는 일상에서 편안하고 개성 있게 연출할 수 있는 옷을 아웃도어에서도 입는다는 ‘홈앤드캠프’ 콘셉트의 어패럴 사업, ‘식’은 지역의 신선한 재료를 이용하여 맛있다고 느끼는 순간을 제안하는 ‘Snow Peak Eat’를 통한 레스토랑 및 카페 사업, 마지막으로 ‘주’는 어반 아웃도어, 비즈니스 솔루션 사업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올해 시작한 어반 아웃도어 사업은 자연을 일상생활에서 더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한다는 콘셉트로 캠핑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자연 지향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여 궁극적으로는 캠핑을 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기존에 캠핑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캠핑 도구를 인도어에서도 인테리어적인 측면에서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정리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방과 거실, 주방, 베란다 그리고 옥상까지 집의 다양한 공간에서 기존 캠핑 용품과 어반 아웃도어 가구를 결합하여 조화롭게 활용하는 씬을 연출할 수 있고, 고객의 요청에 따라 커스터마이징 제작도 가능합니다.

비즈니스 솔루션 사업이란 스노우피크가 제안해 온 텐트와 용품을 이용하여 일하는 공간을 혁신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2020년 어반 아웃도어 쇼룸 론칭에 이어서 2021년에는 캠핑 오피스 쇼룸을 론칭할 계획입니다. 캠핑, 어패럴, 외식 사업, 어반 아웃도어, 비즈니스 솔루션 사업이 모두 별개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모두 ‘인간성의 회복’이라는 기업의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같은 목적은 가진 사업들입니다.

스노우피크는 2021년에도 더 많은 이들에게 브랜드 철학과 이념을 공감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언제나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가치인 ‘유저 한 사람 한 사람의 행복한 미소’를 보기 위해 스태프 모두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