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강화도, 두 바퀴로 품었다”
“가을 강화도, 두 바퀴로 품었다”
  • 글 사진ㆍ김성중 기자
  • 승인 2011.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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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TRAVEL 강화도 | ② MTB 라이딩

▲ 강화해협을 지키는 요새였던 광성보. 자전거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다양한 역사 유적을 둘러볼 수 있다.

강화도는 역사 유적뿐만 아니라 갯벌 등 천연 자연도 많아 다양한 테마 여행이 가능하다. 가을철 강화도 여행을 준비한다면 이번엔 자전거 여행을 계획해보는 건 어떨까? 강화역사관을 기점으로 동검도로 이어지는 자전거도로를 따라 강화도의 풍경을 담아봤다.

취재협조ㆍ강화MTB클럽 032-934-3072 www.clubmtb.co.kr

우리나라 라이더들의 한결같은 불만은 어느 지역을 가든지 변변한 자전거도로가 없다는 것이다. 대여섯 명씩 줄지어 가면 모르지만 홀로 자전거 여행을 떠나는 이들에겐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강화도만큼 라이딩하기 좋은 곳도 드물다. 특히 강화역사관을 기점으로 해서 동검도로 이어지는 해안도로에는 초급자도 쉽게 다닐 수 있는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가족 여행을 하기에도 그만이다.

▲ 강화MTB클럽 회원들이 바닷가에서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쉬고 있다.

역사와 자연이 공존하는 섬
강화도는 일조량이 풍부하고, 토양이 비옥해서 예전부터 쌀, 순무, 인삼 등 지역 특산물의 품질이 뛰어나기로 소문난 섬이다. 강화도로 여행을 오면 가장 먼저 느끼는 것은 생명력이 생생하게 느껴지는 드넓은 갯벌, 그리고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긴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둘러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강화도에서는 목적에 따라, 시간에 따라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여행할 수 있다.

무엇보다 강화도 여행의 백미는 해안을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다. 강화도의 대표적인 볼거리인 갯벌과 돈대를 비롯해 초지진, 덕진진 등 역사적인 유물들이 해안도로를 따라 밀집되어 있기 때문이다. 강화도의 해안도로는 약 90km. 오전에 시작해서 해질녘이면 강화도의 해안을 모두 둘러볼 수 있다.

▲ 강화도는 해안도로 옆으로 자전거도로가 잘 정비되어 있어서 주말마다 많은 라이더들이 찾는다.
강화도에서 라이딩을 하기 가장 좋은 조건을 가진 도로는 당연히 해안도로다. 특히 초급자들도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하며 라이딩을 즐길 수 있는 코스는 강화역사관부터 광성보와 초지진을 지나 강화도에 조롱박처럼 매달려 있는 동검도까지의 자전거도로다. 강화역사관에서 동검도까지는 20km, 동검도 일주까지 합치면 25km 정도 된다. 원점회귀까지는 50km. 특별히 오르막이 심한 구간이 없기 때문에 원점회귀를 해도 3~4시간이면 초급자도 충분히 둘러볼 수 있는 코스다.

강화도에는 자전거 동호회가 3팀 정도 있다. 이번 라이딩은 강화도에서 가장 오랫동안 활동을 하고 있는 강화MTB클럽 회원들과 함께 했다. 강화도의 홍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 동호회다.

“1998년에 처음 동호회가 생겼어요. 당시엔 아직 자전거도로가 정비되어 있지 않아서 라이더들이 드문드문 찾아오곤 했죠. 요즘엔 자전거도로가 생겨서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많은 자전거 동호인들을 볼 수 있습니다. 수도권에서 접근이 쉽고, 무엇보다 강화도만큼 풍경 좋은 곳이 드물기 때문이죠. 어디를 가도 볼거리가 풍성하지만 그중에서도 해안도로 라이딩을 최고로 손꼽습니다.”

▲ 초지진 활어회 마을 안쪽에 들어서면 세차게 흐르는 바다를 코앞에서 볼 수 있다.

라이딩 즐기다 맛보는 싱싱한 회
자전거도로 라이딩 기점은 강화역사관이다. 김포에서 48번 국도로 들어와 가장 먼저 둘러보게 되는 곳으로 선사시대부터 근대에 이르는 강화도의 역사를 한 곳에 모아두었다. 강화역사관에서 안쪽으로 더 들어가자 갑곶돈대다. 군사적 요충지였던 강화도에서는 해안 곳곳에서 적들을 감시하던 돈대를 볼 수 있는데, 강화역사관에서 동검도까지는 총 6개의 돈대가 있다. 자전거 일주를 계획하고 있다면 강화도의 모든 돈대를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 덕진진과 함께 강화도를 지키는 요새였던 초지진. 성벽과 노송에는 포탄의 흔적이 남아있어 치열했던 전쟁 상황을 말해주고 있다.
강화역사관에서 광성보까지는 8km. 쭉 이어진 자전거도로를 따라 30분 정도 달리다보니 어느덧 광성보에 도착했다. 강화해협을 지키는 요새였던 광성보는 강화 12진보 중의 하나다. 한반도의 오랜 역사 동안 강화도 본섬뿐만 아니라 새끼섬들 중에 상처입지 않은 곳이 있을까.

광성보에서 3km 간격으로 덕진진과 초지진이 이어졌다. 초지진에 가기 전 왼쪽으로 싱싱한 회를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는 횟집들이 군침을 돌게 했다. 입소문이 났는지 서울에서 온 자전거 동호회에서도 시원한 막걸리에 싱싱한 회를 먹고 있었다.

“주민들이 운영하는 초지진 활어회 마을은 강화도에서 저렴하게 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에요. 이곳에서 초지진을 지나면 황산도가 나오는데 그곳도 싱싱한 회를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서 저희 동호회에서 자주 찾죠.”

금강산도 식후경. 광성보와 같은 역할을 하던 덕진진과 초지진을 지나 서둘러 황산도에 들렀다. 단골들이 특히 많이 찾는 황산도 횟집 마을에는 갓 잡아 올린 싱싱한 횟감들이 즐비했다. 가을 하면 전어라 했던가. 막걸리 한잔 들이켜고 전어회 한 쌈 들고 나니 피로가 확 가시는 것 같았다.

▲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논을 사이에 두고 여유로운 라이딩을 즐긴다. 자전거도로를 따라 가면 초급자도 안전하게 라이딩할 수 있다.

천혜의 갯벌을 간직한 동검도
황산도를 지나자 동검도까지 1km 정도의 일직선 도로가 이어졌다. 강화도에는 11개의 유인도와 18개의 무인도가 있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검도는 강화도와 징검다리로 연결되어 있어서 바닷물이 들어오면 배로, 물이 나가면 징검다리로 건너던 가깝지만 외딴 섬이다.

높고 낮음이 없이 쭉 이어진 도로 옆으로 갯벌이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이고 있었다. 해안을 따라 펼쳐진 동검도의 갯벌은 아름답다 못해 눈부셨다. 지금의 동검도는 제방도로가 나 있어 섬이 아니라 육지가 더 어울릴 듯하지만, 막상 섬에 들어가자 상황은 완전히 바뀌었다. 달리는 내내 바다 냄새가 물씬물씬 풍겼다.

▲ 동검도의 명물인 기울어진 집과 거꾸로 된 집.
동검도의 명물인 거꾸로 된 집을 둘러보고, 한창 망둥어 철에 맞춰서 찾아온 낚시꾼들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을 두 눈 가득 담아 보았다. 가족을 태우고 한가로이 지나가는 마차는 동검도의 여유로운 삶을 대변하는 것 같았다.

강화도는 수도권에서 가까워 근교 여행지로 손꼽는 곳이다. 낚시면 낚시, 드라이브면 드라이브, 어느 하나 부족하지 않다. 그래도 시원한 바닷바람을 가슴 속 깊이 들이키며 달리는 라이딩이야말로 강화도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강화역사관으로 돌아가는 길. 서서히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논과 눈부신 갯벌을 사이에 두고 짭조름한 바다 내음이 코끝에 머물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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