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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일출과 운해를 담은 수종사
[남양주] 일출과 운해를 담은 수종사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0.12.0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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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 최고 일출 포인트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그 옆에 우뚝 솟은 운길산 450m 지점에 남양주 최고의 일출 명소 수종사가 자리한다.

초겨울의 여명을 맞으며 도착한 수종사는 고요했다. 부랴부랴 발걸음을 재촉하며 자그마한 해탈문을 열자 검은 삽살개 ‘무념이’가 목청껏 짖는다. 나그네들이 새벽잠을 깨워서였을까, 운길산 전역에 무념이 울음소리가 퍼졌다. 어르고 달래가며 겨우 진정시키자 그제야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유명산, 무갑산, 양자산을 붉게 물들인 여명과 그 아래로 슬며시 내려앉은 운해가 신비하고 영험한 기운을 내뿜는다. 건물 중 가장 고지에 위치한 산신각으로 향하자 수종사 전경과 일출이 한눈에 들어온다. 수려한 모습이 한 폭의 수묵화처럼 보이면서 영험한 분위기가 고조된다. 운해가 희미해지고 태양이 조금씩 고개를 내밀면서 강렬한 햇빛이 수종사 앞마당을 내리쬔다. 무념이는 눈 부신 햇살을 피해 처마 밑으로 숨어들었고 스님은 싸리비로 쓱쓱 마당을 쓸어냈다.

수종사는 차(茶)와 밀접한 인연이 있다. 남양주에서 나고 자란 다산 정약용은 다선(茶仙)이라 불리는 초의선사, 추사 김정희와 함께 수종사에서 차를 즐겨 마셨다. 게다가 ‘수종사 마당으로 흘러오는 약수는 찻물로 안성맞춤이다’라고 차 애호가들 사이에서 전해졌다. 지금은 약수를 맛볼 수 없지만 그만큼 수종사는 오래 전부터 차를 즐기기에 최고의 장소로 손꼽혔다. 수종사는 전통차 문화를 이어나가기 위해 전경이 가장 아름다운 곳에 다도실 삼정헌 만들고 그 안에 다도 세트 몇 벌을 들여놓았다. 방문객은 삼정헌에서 마음껏 차를 우려 마실 수 있으며 비용은 지불하지 않는다. 문화 계승이라는 거창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나그네들이 편히 쉬었다 가라는 스님의 마음이 더욱 가슴을 울린다.

수종사 범종각을 지나면 역사를 담은 은행나무 고목이 나타난다. 조선 7대 왕 세조는 강원도에서 환궁하던 길에 종소리를 듣는다. 천년 고찰 터 암굴 속에서 십팔 나한상 위로 물이 똑똑 떨어지며 내는 소리였다. 세조는 이곳의 절을 복원해 수종사라 이름 지으면서 은행나무 한 그루를 하사했다. 이 은행나무는 500년 동안 가을마다 수종사를 노랗게 물들인다.

고즈넉한 사찰에서 만난 일출과 운해, 조선의 다도, 은행나무. 수종사에서 정신없이 달려왔던 올해를 되돌아보며 한 박자 쉬어 가는 건 어떨까. 어쩌면 정약용과 초의선사의 차담 소리를 어렴풋이 짐작할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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