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여행] 미각이 살아나는 어촌
[통영여행] 미각이 살아나는 어촌
  • 박신영, 고아라 기자 | 아웃도어DB
  • 승인 2020.10.04 07:00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통영 여행 코스 소개

바다 짠내가 진하게 코를 찌른다. 부둣가에선 어부들이 싱싱한 물고기를 선별하느라 바삐 움직이고 맞은편에선 시장 상인들이 진귀한 건어물을 축 늘어뜨린 채 호객행위를 일삼는다. 고소한 꿀빵 냄새, 비릿한 생선 냄새, 간간이 느껴지는 자동차 매연. 요상하고 낯선 냄새의 향연에 후각이 오작동한다.

이른 아침 통영의 풍경은 도시 처녀에게 낯선 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고개를 돌리는 족족 신기한 장면이 이어진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풍경에 도취해 오감을 세우고 서호시장으로 발길을 옮기는데 아침 식욕이 올라온다. ‘도다리쑥국을 먹을까, 충무김밥을 먹을까, 전어회를 먹을까’ 맛있는 고민이 경쾌하게 이어진다.

구수한 된장국 냄새가 서호시장의 어느 골목을 가득 메웠다. 아침 식사를 마치고 담배를 태우는 장사꾼 머리 위로 ‘훈이시락국’ 간판이 보인다. 무릇 진정한 맛집은 50~60대 아저씨들이 자주 드나드는 식당이다. 게다가 맛집 포스가 느껴지는 튼튼한 철문과 투박한 간판까지. 훈이시락국으로 들어서면 통영의 1990년대를 만날 것 같다.

시락국 가격도 과거에 머물러있었다. 메뉴는 밥이 국에 말아져 나오는 4500원짜리 말이국밥, 밥과 국이 따로 나오는 5천원짜리 따로국밥 단 두 개다. 국밥은 장어 뼈를 우린 국물에 들깨로 무친 시래기를 넣고 푹 끓여 고소하고 시원했다. 국밥에 산처럼 쌓인 부추를 국물에 적셔 시래기와 함께 먹으면 빈속이 뜨끈하게 데워진다.

훈이시락국이 조금 더 특별한 이유는 따로 있다. 어묵바 스타일의 반찬 뷔페다. 나무 테이블 사이 쭉 늘어선 반찬통에선 꼬시래기 무침, 멸치젓갈, 소불고기, 계란말이, 김치 등 다양한 밑반찬이 집밥 냄새를 풍긴다.

반찬통을 사이에 두고 마주 보며 먹는 형식도 특별하다. 테이블에 앉으면 처음 본 사람과도 금세 친해지는 정겨움이 있고 혼자 식사를 하더라도 민망하지 않다. 푸짐한 식사를 끝내면 “잘 먹었습니다”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는 훈이시락국이다

한국의 나폴리, 통영 예술 기행

포지티브즈 통영
통영중앙시장의 어느 좁은 골목을 오르면 우아한 카페가 등장한다. 포지티브즈 춘천에 이어 오픈한 카페로 특유의 따뜻한 느낌이 눈에 띈다. 통영의 명소들이 모여 있어 왕래가 많은 동네인데도 골목 안쪽에 숨어 있어 조용하다. 나무가 어우러진 작은 정원을 품고 있어 더욱 아늑하게 느껴지는 곳. 내부는 목제 가구와 광목으로 만든 테이블보, 클래식한 소품들로 꾸몄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패션프루트 에이드와 딸기 주스. 신선한 생과일을 사용해 맛과 비주얼을 모두 잡았다. 바질 페스토와 신선한 채소가 담긴 햄 치즈 샌드위치 플레이트도 별미다.

경남 통영시 중앙시장4길 6-33

통영중앙시장
여행을 가면 그 지역의 시장은 꼭 들러야 한다. 현지인들의 삶과 문화를 가장 가까이서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통영의 중앙시장도 마찬가지. 방금 바다에서 건져 올린 싱싱한 해산물로 활기가 가득한 이곳은 부지런하고 흥이 넘치는 통영 시민들을 닮았다. 중앙시장은 굴, 꿀빵 등 통영에 가면 꼭 맛봐야 할 먹거리가 가득해 여행자들의 핫플레이스로 꼽힌다. 메인은 누가 뭐래도 통영 해산물. 중앙거리 양쪽 가득 횟집이 늘어서 있는데, 저렴한 가격에 신선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어 늘 북적인다. 마음에 드는 횟감을 구입해 2층으로 올라가면 1인당 3천원의 비용으로 푸짐한 한상을 즐길 수 있다. 뒤쪽으로 들어가면 건어물 천국이 펼쳐지고, 경남 토속음식인 시락국(시래깃국) 골목, 방앗간 등이 곳곳에 자리한다. 주변에 동피랑 벽화마을, 남망산 조각 공원, 강구안 문화마당 등 볼거리가 가까이 있어 함께 둘러보기 좋다.

경남 통영시 중앙동 233

동피랑 벽화마을
봉긋 솟은 언덕에 자리한 마을. ‘동쪽의 벼랑’이라는 뜻을 품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마을 가까이 있는 통영항과 중앙시장에서 일하던 외지인들이 모여 살면서 만들어졌다. 당시 세워진 허름한 집과 좁고 구불구불한 골목길이 그대로 남아있어 정감 넘치면서도 시린 풍경을 품고 있다. 철거를 앞두고 있었으나 2006년 한 시민단체가 동피랑 마을을 살리기 위해 공모전을 열면서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전국의 미술 학도들이 몰려들어 마을 사람들과 함께 건물 외벽과 담벼락에 그림을 그린 것. 그렇게 통영의 대표 명소인 동피랑 벽화마을이 탄생했다. 아기자기한 그림을 구경하며 골목을 천천히 걸어 오르다 보면 마을 꼭대기에 다다르게 되는데, 강구안의 멋진 풍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관광 명소로 거듭나면서 골목 곳곳에 카페도 생겼다. 아담하지만 개성 넘치는 카페에 앉아 잠시 쉬어가는 재미가 있다. 벽화는 2년마다 새로운 그림으로 탈바꿈한다.

경남 통영시 동피랑1길 6-18

와라카이 게스트하우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외관과 넓은 바 덕분에 언뜻 펍처럼 보이지만 여행자들을 위한 게스트하우스다. 로비 한편은 펍으로, 3~4층은 안락한 숙소로 운영 중이다. 펍은 캐주얼하면서도 고풍스럽게 꾸며졌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디테일이 살아있는 가구들,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술이 유럽의 고급 바를 연상케 한다. 반면 객실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아늑하다. 2개의 싱글 침대가 있는 2인실, 더블 침대가 있는 커플룸, 2층 침대가 있는 4인실과 6인실 등 다양한 타입으로 마련돼 필요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로비에서는 때때로 신나는 음악이 있는 파티가 열리며, 여름에는 해양 레저 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경남 통영시 안개2길 41

통영밥상갯벌
통영 하면 ‘굴’을 빼놓을 수 없다. 제대로 된 굴맛을 보고 싶다면 통영밥상갯벌으로 가자. 바다를 품은 전통 밥상으로 유명한 곳. 예부터 전해지는 통영의 전통 음식을 재현해 어른 입맛을 저격한다. 어떤 요리를 선택해야 할 지 고민된다면 ‘통영밥상’을 주문할 것. 오징어 전, 생 멸치회, 해물 잡채, 생선구이, 3가지 생선회, 통영산 제철 나물 무침이 기본 반찬으로 올라온다. 오로지 굴을 맛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면 가마솥굴밥, 굴전 등 각양각색의 굴 요리로 한상이 가득 채워지는 굴밥 정식을 추천한다.

경남 통영시 동충4길 4

장사도 해상공원
통영에는 192개의 크고 작은 섬이 있다. 그중 장사도는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폭400m, 길이 1.9km의 작은 섬이지만 계절마다 다른 꽃과 식물로 옷을 갈아입어 365일 관광객이 많다. 섬 안에는 장사도 분교, 분재원, 무지개다리, 전망대, 온실, 옻칠미 술관, 교회, 갤러리, 카페 등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아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걷다 보면 금세 섬 전체를 둘러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비스듬히 누워 바다를 바라보는 여인상을 발견하게 될 것. 중앙 전망대에 도착했다는 뜻이다. 여인상 앞에 서면 소덕도, 대덕도, 소매물도, 가약도 등 남해의 보물섬들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전망대 아래에는 온실이 있어
장사도에 서식하는 다양한 식물도 구경할 수 있다. 장사도에는 중앙 전망대를 비롯해 총 16개 전망대가 있는데, 어디에 가느냐에 따라 풍경이 달라 여유가 된다면 모두 가볼 것을 추천한다.


경남 통영시 한산면 장사도길 55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0 / 400
entero7 2020-11-11 21:25:03
매번 통영 올때마다 드는 생각이지만 여긴 돈을 거저 먹는것 같은 식당이 너무 많고 맛집검색도 믿을게 없어요.매번 속지말자 하면서도 오늘 또 속 고 속상하네요. 1인당2만원이 애 이름도 아니고 두사람같 다고 굴 2조각 굴전2조각 이케나오고 생선구이도 기가 차더라구요. 제발 여기 가지 마세요.(통영밥상 갯벌)
음식에 정성이 안보여요. 정말 한번이라도 가서 먹어보고 이 기사 쓰는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