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능선 무박 종주 산행
설악산 공룡능선 무박 종주 산행
  • 김혜연 | 김혜연
  • 승인 2020.09.0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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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기어의 산행 이야기

우리나라 북쪽에는 척추처럼 한반도를 세로 지르는 설악산이 있다. 장기화된 코로나 19로 모두 지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이때 설악산으로 향했다.

그녀들의 백팩엔 무엇이?
오늘의 코스는 설악산 공룡능선이다. 연이은 암봉들이 공룡의 등처럼 생긴 코스로 용아장성능선과 함께 설악산을 대표하는 암릉이다.
산행에 앞서 무박 종주 산행을 앞둔 여성의 산행 배낭을 함께 엿보자. 20~30L 크기의 배낭에 야간 산행을 위한 헤드랜턴, 물통, 햇볕을 가려줄 모자, 선글라스, 벌레의 습격을 막아줄 방충 헤드넷, 로프, 가벼운 장갑을 넣었다. 하산에 균형과 하중을 분산 시켜 줄 등산 스틱, 땀과 바람으로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비상용 경량 다운과 바람막이 재킷, 여벌의 티셔츠와 양말을 준비했다. 마지막으로 행동식, 얼린 수박 주스, 쓰레기봉투를 준비하자 설악산 공룡능선 산행 배낭이 꾸려졌다.

야무지게 꾸린 짐과 함께 깜깜한 밤 버스를 타고 산행 들머리 오색분소에 도착했다. 이번엔 코로나 19로 대중교통 운행 횟수가 줄어 산악회 버스를 이용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산행 들머리까지 갈 수 있어 편리했다. 산악회 버스 정보는 포털 사이트에 산행 코스를 검색 하거나 안내 산악회로 검색하면 찾을 수 있다.

설악의 최고봉, 대청봉
이른 새벽이지만 자연이 주는 위로를 받고 싶어 설악산을 찾은 사람이 많았다. 왜 우리는 소중한 것들을 힘들고 지칠 때만 찾게 될까?
새벽 3시, 굳게 닫혔던 국립공원의 문이 열리고 산행이 시작됐다. 오색 코스는 초입부터 고도가 높지만 다른 코스보다 비교적 짧은 시간에 대청봉에 닿게 해준다. 그만큼 초반부터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산행 초보자들은 굳은 각오와 체력 단련 후에 설악산을 방문하길 바란다.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깜깜한 산길을 걸었다. 가쁜 숨, 심장 박동, 풀벌레와 계곡 소리 뿐 어떤 나쁜 것도 여기엔 없다. 오르막이 심해질수록 땀이 뿜어져 나왔다. 해가 뜨지 않은 밤, 강원도 최고봉이지만 역시 여름은 무시할 수 없다. 땀이 나고 체온이 오르자 몸에서 모락모락 김이 올라왔다. 마치 찜통 속에서 포슬포슬 쪄지는 찐빵이 된 것 같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소소한 것에 한바탕 웃으며 가쁜 숨을 날려버리고 다시 집중해서 산행을 이어간다.

조금씩 고도가 높아지면서 주변이 푸르게 변하기 시작했다. 해가 뜰 거라는 증거다. 산에서는 이 시간이 가장 기대되면서 음산하다. 달리기 출발선에 서서 방아쇠가 당겨지기를 기다리는 것처럼. 이때부터는 아주 몽롱한 상태로 정상까지 가게 된다. 취한 듯 꿈을 꾸듯 두리둥실 한 발걸음으로 여명과 함께 설악산의 최고봉 대청봉에 닿았다.
안타깝지만 오늘은 구름이 잔뜩 껴서 찬란한 일출을 볼 수 없었다. 대청봉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서둘러 중청대피소로 내려갔다. 오늘 가야 할 길이 까마득하기에 잠시 들러 배를 채웠다. 아침을 먹으려 잠시 쉬는데 새벽 내 흘린 땀과 제법 거센 바람에 한기가 돌았다. 여름 산행이라도 장시간 밤을 새워서 산행을 하면 체온 보호를 위한 경량다운 재킷과 바람막이가 필요하다.

설악산 공룡 등을 타고 춤추러 가자!
아침을 든든히 먹고 걸음을 재촉한다. 희운각대피소까지는 내리막길이다. 눈앞에 펼쳐진 암릉과 장쾌한 능선이 한 폭의 수묵화를 연출한다. 반짝이는 태양, 상쾌하게 스치는 맑은 바람 덕분에 코로나 19로 움츠렸던 마음 구석구석과 몸 마디마디의 독소가 쏙 빠지는 기분이다.

시원한 내리막을 쭉쭉 내려 금세 희운각대피소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이제 시작될 험난한 산행을 위해 신발 끈을 더욱 단단히 조여야 한다. 등산화를 벗어 발의 피로를 풀고 젖은 등도 시원하게 말린다.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에너지를 위해 행동식도 먹는다.

공룡능선 들머리부터 급경사의 암릉이 나타난다. 볼더링을 하듯 바위 이곳저곳을 관찰하며 밟을 곳과 잡을 곳을 탐색한다. 그러면 아찔한 바위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진다. 급경사 바위를 오르니 눈앞에 뾰족뾰족한 바위들이 우람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우~와~”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감탄하면서 도 자꾸 눈으로 얼마나 더 가야할 지 마지막 봉우리를 찾게 된다.

공룡능선은 정말로 앙칼진 공룡의 등처럼 보였다. 하늘 끝에 닿을 듯 깎아 지르는 경사를 오르면 또 약을 올리듯 다시 아래로 시작되는 급경사. 이보다 더 심한 밀당의 고수가 있을까. 한참을 오르내리다 1275봉에 살짝 삐져나온 그늘에서 따가운 햇볕을 피하며 점심을 먹었다. 땀을 슬쩍 닦고 시원하게 녹은 수박주스 한 모금을 들이켰다. 이것이 바로 산행의 맛이다.

그럼 다시 또 다른 산행의 맛을 보러 가보자. ‘끝났다’고 생각하면 착각하지 말라는 듯 어김없이 급경사가 나타나고 ‘이제 하산인가?’ 생각하면 쭉 내려갔다가 또 오르막이다. 산행하며 머릿속으로 공룡 그림을 그린다. 옛날 지명이나 명칭은 누가 지어냈을까? 참 신기하고 센스 만점이다.

공룡능선 코스의 하산은 마등령삼거리를 기점으로 시작된다. 몇 번의 오르막내리막을 겪으며 계속해서 마등령삼거리를 찾았던 것 같다. 여긴가? 저긴가? 그러나 마등령삼거리는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다. 약이 살짝 올라 속도를 높이던 그때, 드디어 마등령삼거리가 나타났다! 오랜만에 만난 고향친구처럼 반갑던 마등령삼거리, 어디 갔다 이제 나타난 거니!

하산도 힘들어
자, 이제부터 시원한 계곡을 향해 출발! 길고 급하게 이어지는 하산 길은 아찔했다. 장시간 이어지는 하산 길에는 번거롭더라도 발이 앞으로 쏠리지 않도록 등산화 끈을 다시 조여주고 스틱의 길이를 충분히 연장해 균형과 하중을 분산해야 한다. 산행은 시합이 아니기 때문에 여유로운 마음과 시간을 갖고 천천히 주의해서 안전하고 무사히 마쳐야 한다.
몹시 지루하게 이어지던 하산 길,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와글와글 소리가 멀리서 들리기 시작했다. 와글와글 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이내 우리는 비선대에 도착했다. “야호!!!!!” 아주아주 어렵고 많은 숙제를 해낸 기분이다. 함께한 일행과 하이파이브로 산행 종료 알리고 계곡에 더운 몸을 식히며 자축한다. 이게 바로 천국일까?

역시 사람은 고생해야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는 것 같다. 그래서 불편함과 고생을 감수하며 백패킹과 산행을 즐긴다. 몸 여기저기가 쑤셨지만 코로나 19도 물리칠 것 같은 힘을 얻었다. 많은 국민이 코로나 19로 인해 우울증과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용기와 시간을 내서 각자의 방법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위로받았으면 좋겠다. 그중 한 가지 방법은 자연을 찾아 치유와 응원을 받는 것이 아닐까.
그동안 무분별하게 자연을 남용한 결과 무서운 바이러스와 이상 기온으로 자연이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산행을 즐기고 백패킹을 즐기는 사람들이 흔적 남기지 않고 쓰레기 되가져오기를 실천한다면 다시금 자유롭게 곳곳을 누비는 날이 올 것이다.

나타날 것 같지 않았던 무너미고개가 뿅 하고 나타난 것처럼 코로나 19도 우리가 행동수칙 준수하고 배려한다면 언젠가 말끔히 사라질 것이다. 그때까지 모두 지치지 말고 힘내서 이겨 냈으면 한다.

Sleep Outside! Have Fun Together!
백패킹 시작으로 고민 중이라면 마이기어 매장을 찾길 바란다. 안전하고 즐거운 백패킹과 올바른 백패킹 의식 확립을 위해 매주 백패킹 교육을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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