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여행] 아리랑 브루어리
[정선여행] 아리랑 브루어리
  • 박신영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0.08.15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폐광촌의 애환을 담은 맥주

목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맛에 맥주를 즐긴다. 한 모금 마시는 순간 목구멍을 거쳐 위벽에 닿는 맥주의 흐름이 좋다. 맥주의 목 넘김을 따라 스트레스를 날리는 기분. 그 맛에 맥주 애호가가 됐다. 요즘엔 IPA나 페일 에일 등 과일 향이 나는 맥주와 양조장의 특색을 담은 다양한 수제 맥주가 출시되는데 정선에서 뜻밖의 맥주를 만났다. 폐광촌의 애환을 담은 아리비어다.

아리비어에는 광부의 애환이 서려 있다. 갱도의 끝 막장에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석탄을 캤던 강원도 광부들. 어두컴컴한 갱도에서 누구 하나 죽어 나갈까 속 태우며 헤드랜턴 조도를 끝까지 올리던 사람들이다. 온몸은 땀범벅이지만 가족을 위해 하루하루 목숨값을 바치던 그들의 존재는 희미해졌지만 애환과 희생정신이 맥주로 남았다.

아리랑 브루어리의 윤기묵 대표는 광부의 슬픔을 달래줬던 맥주를 모티브로 아리비어를 만들었다. 광부의 삶을 닮은 강한 쓴맛과 진한 향을 간직한 아리비어는 마시는 순간 “크”라는 탄성이 저절로 나온다.

인천에서 잼 제조기업 자미원과 식료품 가공 기계 생산기업 코세인을 운영하던 윤 대표는 맥주 애호가였다. 윤 대표는 세계 곳곳에서 지역 맥주를 맛보며 국내 지역 맥주를 만들고 싶었다. 마침내 2016년 정선군에서 폐광 지역의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원 사업을 전개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리랑 브루어리는 오픈했다. 정선하면 강원랜드부터 떠올리는 것이 속상했던 그는 정선의 맥주를 만들어 지역의 분위기와 사회적 시선을 전환하고자 했다.

아리랑 브루어리의 맥주 종류는 다양하다. 알코올 농도가 높고 쓴맛이 강한 아리랑 IPA, 오렌지 향과 청량감이 강한 아랏차 IPA, 묵직한 풍미의 동강 에일, 정선 특산품인 곤드레를 함유한 곤드레 필스너, 로스팅한 몰트의 그윽한 풍미를 지닌 마인 스타우트, 부드러운 신맛의 윤바이젠이다. 아리랑 브루어리의 모든 맥주는 HACCP 인증을 받았으며 정선 아리랑 시장의 청년몰 청아랑 펍과 아리랑 브루어리 본사에서 만날 수 있다.

지역 특색, 맛, 위생을 모두 담은 아리비어. 아리비어 한 잔이면 광부의 애환을 돌아보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날리게 된다.

아리비어
윤기묵

인생의 쓴맛에 비하면
맥주의 쓴맛은 쓴맛도 아니지만
그래도 세상 쓴맛을 안다는 사람들이
이 맥주의 풍미를 마시면
독하게 쓴 맛도 별 것 아니라고
인생의 쓴맛도 이 맥주거품 같을 거라고
입 한번 닦으면 사라질 고통일거라고
오줌 한 번 누면 흘러갈 슬픔일거라고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도록
맥주의 쓴맛을 강화시켰다.
그런데 쓴맛이 강한 맥주일수록
목넘김이 부드럽고
내 입맛에는 왜 이리 달콤한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