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탑방 909호의 오묘한 위로
옥탑방 909호의 오묘한 위로
  • 김경선
  • 승인 2020.07.07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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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구백구 상담소'

“하루 종일 누워 있고만 싶어요.” “시간을 천천히 가게 할 수 없나요?” 어쩔 수 없는 고민도, 이상한 고민도 좋다. 일단 털어놓기만 해도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는 구백구 상담소가 문을 열었다. 보라색 모자를 쓴 상담사가 커피를 내리며 손님을 기다리는 옥탑방 909호. 단호한 눈빛에 직선적인 말투로 손님들이 털어놓는 다양한 고민에 오묘한 해법을 찾아주는 것이 이 상담사의 매력이다. ‘남들이 말하는 행복보다 자신 안의 행복에 집중할 것, 의미 없는 일을 하며 시간을 느껴볼 것,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단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가볼 것.’ 어설픈 공감은 없지만 오묘한 위로와 깨달음이 있는 구백구 상담소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삶 속의 정답 없는 문제들을 잔잔하게 헤쳐 나갈 힘을, 나아가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여유를 얻게 된다.

일주일 동안 누워 있었던 적이 있어요. 배고프지도 않고 심심하지도 않았어요. 친구가 보고 싶지도 않고, 쓸쓸하지도 않았어요. 회사에서도 최선을 다해 누워 있었어요.
-8~9쪽

인간을 낳다니 너무 큰일을 저지른 것이다. 아기를 낳고 깨달았다. 나는 모성애가 없었다. 나는 나만 아는 사람이었다.
-37쪽

나는 길에서 물건을 판다. 팔고 싶은 것만 판다. 사과가 좋으면 사과주스와 사과파이를 팔고, 추운 날 어묵꼬치를 팔고, 몸빼바지만 모아서 팔기도 했다.
-56쪽

제일 거슬리던 사람이 반전의 모습을 보일 때, 그때가 베스트 프렌드가 되는 순간입니다.
-84쪽

바로 나가서 지금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까지 갑니다. 그리고 아무 얘기나 종이 한 장을 채워오세요. 그럼 시작됩니다.
-106쪽

세상이 나를 밀어내는 느낌이 들 때는, 아기와 함께 버스를 탈 때이다.
-121~122쪽

이건 눈물이 아닙니다. 새는 울지만 눈물이 나진 않아요.
-152쪽

당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은, 아주 가까이, 당신 겨드랑이쯤에 있습니다.
-175쪽

세상 모든 할머니들이 대단해 보였다. 이 시간들을 다 지나온 것이 부러웠다.
-200쪽

시댁이 나타났다. 내 삶이 크게 무너지지 않길 바란다.
-227쪽

오랫동안 고민했다면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그만두어야 할 일은 바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290~291쪽

앞으로 이 삶 외엔 없을 거라는 게, 나 하나만 챙기면 된다는 게 이상하게 혼자인데도 피로했다.
-337쪽

내가 왜 여기 있지? 이 사람들은 왜 여기 있지? 하는 순간이 있죠? 그게 바로 바람이 한 일입니다.
-339쪽

지은이 소복이

페이지 3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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