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모험가 부부] 여름의 시작
[생활모험가 부부] 여름의 시작
  • 이수현 | 최상원
  • 승인 2020.07.1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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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백패킹

계절을 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계절을 최대한 피하던가, 계절 속으로 풍덩 뛰어들던가. 우리는 곁에 다가온 뜨거운 계절, 여름을 힘껏 껴안아 보기로 했다.

#여름 곁으로, 더 가까이
자그마한 그늘 한 점이 다디달고, 자연이 하루하루 다르게 푸르며 모든 것이 선명하게 빛나는 계절. 여름은 그렇게 성큼 우리 곁에 와 있었다. 다가온 여름을 맞아 우리는 남쪽으로 향했다. 우리가 사랑하는 계절인 여름 속으로 풍덩 뛰어들기로 한 것이다.

오랜만에 찾은 남해는 여전히 정겨웠고, 여전히 뜨거웠다. 아무리 여름 속으로 뛰어든다지만 한낮의 볕은 도저히 이길 수가 없다. 바닷가를 마주한 솔숲 캠핑장에 오늘의 집을 짓고 한숨을 돌린다. 자연스레 나무 그늘에 자리를 잡고 살랑 불어오는 바닷바람에 기분 좋은 노곤함을 즐겨본다.

#다시 네가 좋아졌어
어린 시절엔 더운 게 너무 싫어서 여름 나는 걸 가장 괴로워했다. 생각해보면 그 시절에나 가능했던 가족들 모두 한강으로 나가서 텐트를 치고 잤던 일, 좁은 차 안에 꽉꽉 들어차고도 좋다고 까르르대며 계곡이나 강원도로 피서를 갔던 추억 모두 여름날의 기억들이다. 괴로움보다 즐겁고 행복했던 기억이 더 많았던 여름날을 어느샌가 잊고 살았다.

그랬던 내가 캠핑을 하면서 다시 여름을 좋아하기 시작했다. 초록이 가득하고, 낮은 길고 밤은 짧은 계절. 태양이 한껏 내리쬐는 한낮에도 무모한 청춘의 한때처럼 ‘곧 지나가겠지’ 싶어지는 것. 정말이지, 마냥 좋아지는 덴 이유가 없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아직 개장 전인 해수욕장은 손님 맞을 준비가 한창이었다. 덕분에 한가한 바닷가는 온통 우리 차지였다. 나무 그늘에 앉아 멍하니 바다를 바라봤다. 이런 바다 ‘물멍’은 정말 오랜만이다. 손에 잡힐 듯 가까운 바다 건너편엔 여수의 도시 풍경이 가득했다. 예전엔 배를 타고 건너가기도 했다는데 정말 그럴 법할 정도로 가까운 느낌이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이렇게 다른 풍경을 하고 있다니. 여수에서 우리를 바라보면 어떤 느낌일까 문득 궁금해진다. 건너편 도시의 분주함이 남의 일처럼 멀게만 느껴지는 지금. 바다를 사이에 두고 화려한 여수의 시간과 남해의 느긋한 시간 사이에 분명 무언가 흐르고 있으리라.

#남해의 고양이들
캠핑장엔 유독 고양이들이 많았다. 유유히 바닷가를 산책하는 고양이, 닮은 얼굴로 무리 지어 다니는 고양이 가족, 쭈뼛쭈뼛 근처만 맴돌며 곁을 내어주지 않던 고양이가 우리에게 호기심 어린 눈빛을 보내며 관심을 보였다. 마치 자기들 영역에 들어온 우리를 파악하려는 듯 근처를 맴돌던 고양이들. 그랬던 녀석들과는 밤엔 모닥불 옆에서 함께 불멍을 즐길 정도로 퍽 친해졌다. 끊이지 않았던 고양이들의 릴레이 방문에 생각지 못했던 낯선 따뜻함이 뭉클하고 가슴 속으로 스며들었다.

#아무튼, 여름
해가 쨍쨍한 한낮에는 하릴없이 그늘에 앉아 있고 뜨거운 기운이 가시고 나서야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하는 계절, 여름. 그것도 남해의 여름으로 시작한 올여름은 어쩐지 더 계절 속에서 머물고 싶단 기분이 든다. 뜨거운 계절이어도 부지런히 숲으로 바다로 다녀보겠다는 말이다. 여름이라 뜨겁고 여름이라 더운 것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여름이라 더 좋은 것들을 잔뜩 찾아내고야 말겠다는 마음으로 올여름을 보내보려고 한다. 아무튼 푸르고 좋은 계절, 여름이니까.

생활모험가 부부
사진가 빅초이와 작가 블리는 단순한 삶을 지향하는 생활모험가 부부입니다.
일상과 여행, 삶의 다양한 순간을 남편 빅초이가 찍고 부인 블리가 이야기를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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