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톤치드를 찾아서
피톤치드를 찾아서
  • 김경선 | 아웃도어DB
  • 승인 2020.05.10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국의 아름다운 숲길 4선

바이러스로 우리의 일상이 바뀌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한지 어느새 3개월. 사람들은 공포 속에서 새로운 리듬을 찾아가기 시작했고, 비교적 안전한 숲으로 눈을 돌렸다. 인적이 드물고 끊임없이 신선한 공기를 채우는 숲. 전국의 안전하고 아름다운 숲 네 곳을 찾았다.

태고의 신비로움이 가득한
제주 사려니숲길

제주도에서 가볼만한 숲을 꼽을 때 빠지지 않는 곳이 사려니숲길이다. ‘신령한 곳’이라는 뜻으로 ‘살아니’ 또는 ‘솔아니’라고도 불린다. 제주시에서 서귀포시까지 이어지는 사려니숲길은 2002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제주 생물권 보전지역 내에 있을 만큼 생물학적인 가치가 충분하다.

1112번 지방도인 비자림로에서 서귀포 한남리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약 15km 숲길이다. 하지만 현재는 이 숲길을 온전히 걸을 수 없다. 숲길의 허리가 통제 중이기 때문이다. 대신 북쪽 비자림로 출입구에서 붉은오름으로 이어지는 10km 구간과 남쪽 1119번 서성로 입구에서 사려니오름으로 이어지는 약 1km 구간을 걸을 수 있다.

사려니숲길은 길이 널찍하고 완만해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좋은 숲길로 제주의 속살을 고스란히 만끽할 수 있을 만큼 원시림이 울창하다. 숲의 식생은 78과 254종이다. 목본류는 졸참나무, 서어나무, 산딸나무, 때죽나무, 단풍나무, 참꽃나무, 말오줌때, 사람주나무, 윤노리나무, 쥐똥나무가 자생하며 양치류는 천남성, 꿩의밥, 둥굴레, 박, 새우난, 좀비비추, 풀솜대, 으름난초, 개족도리 등의 초본류, 석송뱀톱, 고비, 가는홍지네고사리, 광중, 나도히초미 등이 서식하고 있다.

힐링을 찾아 떠난 길
대관령 금강소나무숲

대관령 국유림 지역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금강송 군락지다. 산림청이 1922년부터 28년까지 금강소나무 종자를 직접 파종해 인공림 400만㎡를 조성한 후 지금의 울창한 숲이 되었다. 대관령 동쪽 허리 해발 200~1170m 고지대에 자리한 금강소나무숲은 오래된 아름드리 금강송이 빽빽해 문화재 복원용으로 보호관리중이다.

금강송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소나무 중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받고 있다. 다른 소나무에 비해 생육 속도가 느려 나이테가 조밀하고, 강도가 강하며, 송진 함유량이 많아 잘 썩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20m 이상 거목으로 성장하며 형태가 곧아 예부터 궁궐이나 대찰을 짓는 재목으로 사용했다. 나무의 표면이 붉어 적송, 미인의 다리처럼 곧게 뻗어 미인송이라고도 불린다.

금강소나무숲은 대관령자연휴양림에 주차한 후 숲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장 편하다. 소나무숲에 들어서면 숲이 압도하는 기분이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아름드리 소나무와 숲을 가득 메운 각종 식생이 원시림의 품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대관령 금강소나무숲은 1·2·3코스가 있으며 코스에 따라 40~110분가량 시간이 걸린다. 경사가 심하지 않고 편안하게 걸을 수 있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접근성이 좋다.

향긋한 숲향기가 물씬
가평 잣향기 푸른숲

축령산과 서리산 자락에 위치한 경기도잣향기푸른숲은 국내 최대 규모의 잣나무 숲이 분포한 산림휴양공간이다. 목적과 상황에 맞게 걷고 싶은 길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보통 축령산 순환 임도를 크게 돌아 사방댐을 기점으로 내려오는 약 5km 구간이 일반적이다.

꽃향기길, 새소리길, 풀향기길. 치유의 숲에 걸쳐진 산길의 이름이 사랑스럽다. 꽃향기길을 시작으로 축령산 순환 임도가 기다랗게 이어져 숲을 둘러 감는다. 잣향기푸른숲은 축령산과 서리산 정상으로 향하는 등산로와 접해 있어 이곳에서 산행을 시작해도 좋다. 능선은 동행인과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가벼이 걷기에 제격이다. 경사가 심하거나 길이 험하지 않아 아이들을 동반하는 것도 좋다. 한 시간 반쯤 걸으면 숲의 정상인 물가두기 사방댐이다. 산사태와 가뭄 등 자연재해 방지를 위해 만든 곳이다. 사방댐 위 쪽 전망대 뒤편으로 축령산의 우거진 녹음이 멋스럽다.

사방댐에서 하산하는 길에 힐링센터를 만난다. 스트레스 지수나 혈압 등을 체크할 수 있고 명상과 온돌 체험을 통해 심신을 치유할 수 있다. 잣향기푸른숲은 1960~70년대 축령산에서 거주한 화전민이 닦은 마을길을 따라 만들어졌다. 덕분에 마을 터 위로 너와집, 귀틀집, 숯가마 등을 그대로 재현한 전시 가옥을 관람할 수 있다.

소원이 이뤄지는 숲길
강릉 노추산

1986년, 차옥순 할머니는 노추산 중턱에 비닐로 움막을 짓고 돌탑을 쌓기 시작했다. 돌 3천 개를 쌓는데 무려 26년의 세월이 걸렸다. 할머니는 집에 우환이 끊이질 않았던 어느 날 꿈에 나타난 산신령이 계곡에 돌탑 3천 개를 쌓으면 우환이 없어질 것이라는 말을 듣고 오랜 세월 차곡차곡 돌탑을 쌓았다. 그리고 다시 꿈을 꾸었다. 다시 꿈에 나타난 산신령은 ‘이제 편안히 가시라’고 했다. 그렇게 할머니는 68세의 나이에 두 아들이 있는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2011년 8월 29일이다. 할머니가 쌓은 탑은 노추산 모정탑이다.

노추산은 강원도 정선군과 강릉시 경계에 위치한 높이 1322m의 산으로 민족의 스승인 율곡 이이와 승려 설총이 중국 노나라의 공자와 추나라의 맹자와 같이 학문에 대성했다는 데서 연유한 이름이다. 노추산 모정탑 입구에서 언덕을 오르면 오토캠핑장이 나온다. 캠핑장 반대편 갈림길로 걷다보면 붉은 금강소나무가 반긴다. 소나무 숲길을 따라 삼림욕을 하면서 천천히 걷다보면 곳곳에 관광객이 쌓아놓은 돌탑이 눈에 띈다.

계곡을 건너면 드디어 모정탑이 나온다. 사람 한 명 지나갈 정도의 길 양 옆으로 빼곡히 어머니의 마음이 쌓여있다. 그야말로 ‘한 땀 한 땀’ 수를 놓듯 정갈하게 쌓여있는 돌이 층을 이뤄 탑이 됐다. 할머니의 간절한 마음을 담은 모정탑을 지나는 숲길은 약 1.2km로 왕복 1시간 30분가량 걸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