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난 감성 캠핑
혼자 떠난 감성 캠핑
  • 박신영 기자 | 정영찬 사진기자
  • 승인 2020.05.1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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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LY 게이지 뿜뿜 감성 캠핑 이야기

집구석 장기 체류로 코로나 우울증에 빠졌다. 무기력과 짜증 등 신경과민 증상이 나타났고 무엇을 해도 즐겁지 않은 생활이 이어졌다. 에디터뿐만이 아닐 것이다. 각자 다른 방식으로 멘탈이 흔들릴 것. 도심과 멀고 사람이 적은 숲으로 가 오랜만의 캠핑을 즐기면 기분이 조금 나아질까? 형형색색으로 물든 능선, 살랑살랑 부는 봄바람을 따라 설렘 가득한 감성 캠핑을 준비했다.

감성 캠핑 덕후의 탄생
에디터의 전문 분야는 백패킹이다. 울트라 라이트와 BPL(Backpacking Light)은 기본, 최소한의 장비로 최대의 효율을 찾는 미니멀 라이프의 추종자다. 예쁘고 아기자기한 것보다 실용성이 우선이기에 가진 장비 역시 대부분 투박하다. 감각적인 디자인을 알아보는 재능도 없어 감성 캠핑은 에디터와 결이 다르다고 치부했다.

그러나 때때로 예상치 못한 기쁨의 순간이 있다. 평소와 전혀 다른 행동을 하거나 결정을 내렸을 때 의외의 행복을 만난다. 에디터에겐 이번 감성 캠핑이 그랬다. 시간이 날 때마다 귀여운 소품을 검색하고 그것들로 나만의 캠핑 사이트를 상상하는 즐거움이 상당했다. 남들이 모르는 캠핑 브랜드를 발견할 때면 속으로 쾌재를 부르기도 했다. 덕질의 끝은 캠핑이라는 이야기가 피부로 와닿았다.

하나씩 소품을 사들이는 재미는 쏠쏠하다 못해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덕질에 브레이크를 걸 시점이 도래했지만 사람 마음은 한순간에 멈춰지지 않는다. 매일 새로운 장비가 나오고 그중에 에디터가 홀딱 반할 소품이 꼭 존재한다. 감성 캠핑 계 강자들은 어찌 그리 예쁜 장비를 찾아내는지 그들의 SNS를 염탐할 때면 장비 뽐뿌가 솟는다. 에디터 휴대폰의 최근 검색어는 #감성캠핑 #캠핑소품 #감성캠핑소품으로 도배됐다.

적절한 감성 캠핑 장소 고르기
당장 캠핑장으로 가고 싶지만 지금은 비상시국이다. 전국 지자체가 관리하는 캠핑장은 대부분 운영을 중단하거나 운영 시간을 조정했다. 사설 캠핑장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집에서 캠핑을 기다리는 소품은 한가득, 에디터 마음도 온통 감성 캠핑이다. 수소문 끝에 텐트 설치가 가능한 수도권 인근 숲이자 오프로드 성지로 알려진 파주 감악산 잣나무숲으로 떠났다.

에디터는 방문객이 적은 평일 오전 잣나무숲을 찾았다. 입구부터 ‘산림 내 쓰레기 불법 투기 및 취사·소각행위 단속구역, 적발 시 과태료(100만원 이하) 부과 -파주시청 산림농지과-’라는 현수막이 줄지어 걸려있었다. 즉, 화로와 버너 사용이 금지다. 에디터는 가스와 장작 대신 텀블러에 뜨거운 물을 준비했다.

잣나무 사이가 널찍한 곳을 캠핑 사이트로 결정했다. 준비한 <아늑> 8lag는 4~5인 가족이 사용해도 공간이 넉넉한 면 텐트라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게다가 텐트 앞에 매트를 깔고 다양한 소품을 배치할 예정이었다.

20분간 씨름하며 텐트를 설치하고 다양한 소품을 늘어놨다. 우드 테이블, 의자, 플라스틱 박스, 선반, 랜턴 등 그동안 모아둔 소품을 마치 캠핑 편집숍의 쇼 윈도처럼 꾸몄다. 작은 소품 하나라도 숲과 텐트의 조화를 생각하며 전시하자 에디터의 작은 집이 만들어졌다. 텀블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뜨거운 물로 커피를 내리자 로맨틱한 분위기가 더욱 짙어졌다.

캠핑과 코로나의 상관관계
의자에 앉아 마스크를 벗었다. 따스한 바람이 불어와 땀을 식혀주고 맑은 새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울창한 잣나무숲에서는 피톤치드가 뿜어져 나왔다. 코로나19가 터지고 석 달 만에 만난 자연은 아름다웠다. 미세먼지 없는 하늘, 60년 만에 맑아진 베네치아 운하, 30년 만에 얼굴을 드러낸 히말라야 등 인간이 멈추자 자연이 숨을 쉰다. 지구는 마지막 경고를 하기 위해 또는 SOS 구조 신호로 코로나19를 우리에게 보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를 극복하기 위해 계획한 감성 캠핑. 우울증 극복이라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또 다른 고민거리를 얻어간다. 인간과 자연의 상생, 지구에 대한 책임감, 환경에 대한 약속. 거대한 숲의 품에 안겨서야 비로소 깨닫는 자연의 소중함이다.

감성 캠핑계의 핵인싸들

금냥
이름: 이태금
나이: 40세
직업: 캠핑 장비 브랜드 달빛아래 공작소 대표
감성 캠핑의 매력: 소꿉놀이하듯 아기자기한 공간에서 꿈같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감성 캠핑 최애 브랜드: 달빛아래 공작소
감성 캠핑 필수템: 달빛아래 버너 바람막이
감성 캠핑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카페: 네이버 카페 노르디스크코리아와 감성돔
인스타그램: suntg0803

유니온잭
이름: 박병환
나이: 36세
직업: 회사원
감성 캠핑의 매력: 빈티지한 소품과 인테리어로 나만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것
감성 캠핑 최애 브랜드: 어네이티브, 콜맨, 나탈디자인
감성 캠핑 필수템: 페트로막스 랜턴과 콜맨 시즌랜턴
감성 캠핑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카페: 네이버 카페 감성돔
인스타그램: camper_unionjack

루피 캠프
이름: 박기운
나이: 38세
직업: 실내 디자이너
감성 캠핑의 매력: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나만의 스타일로 사이트를 꾸린다는 것
감성 캠핑 최애 브랜드: 곰지락
감성 캠핑 필수템: 오일 랜턴
감성 캠핑 입문자에게 추천하는 카페: 네이버 카페 감성돔
인스타그램: rupee_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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