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초보 VS 자취 고수] 밥솥
[자취 초보 VS 자취 고수] 밥솥
  • 박신영, 조혜원 기자 | 조혜원 기자
  • 승인 2020.02.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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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과극 에디터의 자취LIFE

자취 1년 차 극실용주의 에디터P, 자취 N년 차 감성 충만 에디터J. 취향이 극과 극을 달리는 그녀들의 방구석을 공개한다. 구질구질하지만 고도로 기능적인, 감성적이면서도 건강한 자취 꿀팁 대방출이다.<편집자주>

밥맛이 중요하지만 편한 게 좋아!
하이라이트를 쓰는 자취생에게 불 조절 압력밥솥이란

자취 첫날 압력밥솥이 배달됐다. 독립 기념으로 지인이 보낸 선물이었다. 쌀밥 없이 못 사는 에디터에게 안성맞춤 선물. 신나는 택배 하울 시간, 휘황찬란한 박스를 개봉하자마자 한숨이 나왔다. 예상과 달리 가스 불 조절이 필요한 오리지널 압력밥솥이었던 것.

시선을 돌리자 하이라이트가 보였다. 하이라이트는 세라믹 상판에 분포된 열선이 냄비나 프라이팬을 가열하는 조리 기구다. 유해 가스가 발생하지 않고 화재 위험성이 낮지만 전원을 끈 후에도 열이 계속 남아 불 조절이 무척 어렵다. 즉, 압력밥솥으로 밥을 하기엔 쥐약이란 소리다.

집엔 하이라이트뿐. 되든 안 되든 일단 쌀을 씻고 밥을 안쳤다. 압력 추가 흔들거리며 맛있는 밥 냄새가 새어 나왔다. 4분→2분→1분 간격으로 센 불→중간 불→약한 불 조절 후 개봉박두. 뽀얀 흰 쌀밥이 식욕을 돋았지만 냄비 바닥으로 갈수록 밥이 거무튀튀한 색을 띠더니 결국 바닥은 시커멓게 탔다.

솔직히 엄마가 해주던 전기밥솥 밥보다 맛이 월등했다. 갓 지은 밥에 스팸과 배추김치를 얹어 먹으니 꿀맛이다. 하지만 남은 건 탄 밥솥 설거지. 개수대 앞에서 철 수세미로 냄비 바닥을 박박 문질렀지만 흔적을 완전히 지울 순 없었다. 베이킹소다 세척도 소용없었다.

밥을 하는 몇 분 동안 개수대 앞에서 지키고 서 있어야 하며 불 조절이 어려운 압력밥솥. 자취 초보에겐 추천하지 않는다.

집에서 만드는 가마솥밥
안성주물

어릴 적 우리 가족은 그때그때 압력밥솥에 밥을 지어먹었다. 전기밥솥에 한가득 해놓고 몇 날 며칠 먹는 밥은 점점 수분과 찰기를 잃어 죽어가는 밥 같았다. 당연히 자취를 시작하고 처음 산 밥솥은 압력밥솥. 하지만 쌀과 잡곡의 비율에 맞춰 물을 조절하고 정확한 타이밍에 불을 조절해야하는 압력밥솥은 살림 레벨 상급의 아이템이었다.

압력밥솥에 밥을 한지 두 번 만에 새카맣게 태워먹고,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전기밥솥 밥은 싫고 다시 압력밥솥을 사자니 왠지 억울했다. 저렴한 냄비를 사서 냄비밥을 해먹을까 하다가 유명한 외국산 주물냄비 르쿠O제가 생각났다. 밥 세 끼 먹고 들 수 없는 무게와 비례하는 가격에 괜스레 기분나빠하다가, ‘한국엔 가마솥이 있지!’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전통 주조 방식을 고수하며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장인이 만든 안성주물의 미니 가마솥을 샀다. 물 조절, 불 조절을 잘못해 태워먹어도 박박 닦아내고 기름칠 해 길들이기를 하면 새것으로 돌아오며, 밥맛은 압력밥솥밥, 냄비밥을 뛰어넘는다. 다만, 살림 만렙이 되어야 가마솥을 태워먹지 않고 밥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내 실수를 눈감아 주며 손길을 타는 냄비라니 정이 갈 수밖에. 게다가 장작불이 아닌 가스레인지 위에 올라앉은 미니 가마솥의 자태는 귀엽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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