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자연 속 식탁으로 초대합니다
당신을 자연 속 식탁으로 초대합니다
  • 조혜원 기자 | 양계탁 사진기자
  • 승인 2020.01.13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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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한끼 유튜버 ‘김종훈’

분명 영상일 뿐인데, 습습한 숲의 향이 번지고, 어디선가 안개가 피어오르는 듯하다. 캠핑장에서 만들어 먹는 한 끼 식사가 콘셉트인 캠핑한끼의 영상은 보는 이를 멋진 자연 속으로 초대한다. 10분이 안되는 짧은 영상 안에 캠핑, 요리, 자연, 아웃도어 라이프가 담긴다. 이런 감각적인 영상을 만드는 카메라 뒤의 사람이 궁금해졌다.

캠핑한끼는 단순한 요리 영상이 아니다. 요리는 일부일 뿐, 안개를 해치고, 바다를 건너고, 질펀한 숲을 지나 그의 카메라를 따라 여행하는 과정이다. 그 여행의 끝에 요리가 있다. 그가 초대한 자연 속 식탁에는 고급진 스테이크가 차려지는 날도 있고, 나뭇가지에 생선을 끼워 구워 먹는 날도 있다. 어떤 날은 밀가루를 반죽해 빵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캠핑에선 고기 혹은 라면만 먹어왔던 이들에겐 믿을 수 없는 광경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완성된 음식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의 영상을 보면 ‘오! 이 정도면 나도 해볼 수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유명한 유튜브 영상이 대게 그렇듯, 캠핑한끼의 영상을 한편만 보고 끝내긴 어렵다. 영상 한편은 대체로 10분 남짓, 하지만 자동으로 플레이되는 다음 영상을 보다 보면 어느새 한 시간이 훌쩍 지나있다.

김종훈 씨가 처음부터 거창한 계획을 세우고 유튜브를 시작한 건 아니다. 하지만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유튜버가 됐다. 친구를 따라 카누를 타러 갔고, 카누를 더 오래 타고 싶어 캠핑을 시작했다. 직업이 사진작가이니 영상도 쉽게 시작할 수 있었다. 2013년 유튜브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타이틀은 ‘솔로캠프’였다. 혼자 캠핑을 하며 우드 스토브 사용법 같은 간단한 영상만 올렸다. 원래 요리하는 걸 좋아해서 자연스럽게 캠핑 요리로 주제를 변경했다. 처음 시작했을 땐 유튜브를 보는 사람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고, 영상도 아주 가끔 올렸다. 2017년에 ‘캠핑한끼’로 이름을 바꾸고 완성도 있는 영상을 올리기 시작하며 구독자가 늘기 시작했다. 운이 좋았지만, 오랫동안 쌓인 노력이 빛을 발했다.

ⓒ김종훈

ⓒ김종훈

캠핑한끼의 영상은 한편의 영화 같다. 감각적인 인트로 영상이 느린 호흡으로 구독자를 자연 속으로 끌어들이고, 풍경과 어울리는 요리를 뚝딱뚝딱 만든 다음 다시 여행하는 장면으로 끝을 낸다. 산천어 구이 편을 예로 들자면, 우든 카누가 얇은 얼음을 깨며 나아간다. 물 안개가 피어오르는 강 위로 해가 떠오르고, 산천어 한 마리를 낚시로 건져올린다. 카누를 젓던 노는 도마가 되고, 그 위에 산천어를 얹어 손질한다. 요리는 레시피라고 할 것도 없을 만큼 간단하다. 레몬즙과 굵은 소금을 뿌리는 것으로 끝. 스토브에 나뭇조각을 잘라 넣고, 나뭇가지를 엉성하게 세워 그릴을 만든 다음 산천어를 꿰어 빙글빙글 돌려 굽고, 먹는다. 그리고 다시 해무를 해치며 카누잉하는 풍경이 넓게 펼쳐지며 끝난다.

메뉴를 먼저 정한 다음 어울리는 인트로 영상을 구성하고, 요리하는 장면을 촬영한다. 인트로 영상은 사진작가라는 직업 특성상 출장이 많아 틈틈이 찍어둔 것을 활용하기도 하고 요리에 따라 새로 촬영하기도 한다. 작년에 찍어둔 파도 영상을 이번 도미구이 요리할 때 활용하는 식이다. 요리 영상은 지인의 사유지 마당에서만 촬영한다.

요리하는 장면에서 꼭 ‘허가받지 않은 지역에서 취사나 야영을 하는 것은 불법입니다. 본 촬영은 해당 지역 관리자의 허가를 얻어 이뤄졌습니다’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초기 영상엔 사유지에서 촬영했다는 정도의 언급만 했지만, 캠핑한끼 구독자가 많아지며 산림청의 요청에 의해 더해진 내용이다. 김종훈 씨는 촬영 하루 전 장을 봐서 식자재를 미리 손질하고 필요한 것들을 소분해 가져간다. 캠핑 가는 길에 장을 보면 쓰레기가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렇듯, 자연을 더 오랫동안 온전하게 누리기 위해서는 캠핑을 즐기는 이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영감은 다양한 곳에서 얻는다. 드라마나 영화 속에 나온 요리나 계절에 어울리는 식재료를 캠핑한끼 스타일로 재구성하기도 한다. 간단한 장비로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쉽고 단순한 레시피를 지향한다. 영상 속에서 사용하는 요리 도구와 캠핑 장비도 그리 다양하지 않다. 처음 유튜브를 시작했을 때 등장한 그릴과 칼을 지금도 사용한다. 빈티지한 소품을 일부러 구한 게 아니라, 장비를 한번 사면 오래 사용하는 그의 시간이 만든 흔적이다.

‘~스럽다’는 정체성을 만들어내는 건 쉬우면서도 어렵다. 개인의 시선이 많은 사람의 공감을 받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그의 담백하고 잔잔한 시선은 닮고 싶거나 위로가 되는 풍경이다. 캠핑한끼는 요리 영상이 아닌 아웃도어 라이프를 보여주는 브랜드가 됐다. 자연스럽게 카메라, 자동차, 고기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했다.

캠핑한끼의 다음 이야기는 캠핑하루다. 첫번째 콜라보는 카누 제작자 쿠로마쿤이 카누잉과 캠핑을 하는 아웃도어 라이프를 감각적으로 담은 영상이다. 다음 편은 직접 개조한 캠핑카를 타고 캠핑과 서핑을 즐기는 이의 하루를 담은 영상을 편집중이다. 이렇듯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기는 매력적인 인물의 하루를 그의 시선으로 담아낸다.

캠핑한끼에서 더 나아가 아웃도어 라이프 전반을 아우르는 콘텐츠 채널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캠핑한끼 구독자 10만 기념 선물로 레시피북을 만들기로 했는데, 준비하는 동안 어느새 구독자 15만이 됐다. 레시피북이 완성될 즈음엔 20만 기념 선물이 될듯하다.

김종훈
사진작가, 유튜브 <캠핑한끼> 운영자. 감각적인 영상으로 매력적인 아웃도어 라이프를 보여준다.

인스타그램 @ireumstudio

유튜브 https://www.youtube.com/c/JonghoonKimc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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